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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와 한나라당의 반쪽자리 ‘반값 아파트’
[논단]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도입해야 온전
 
이태경   기사입력  2006/12/09 [12:31]
이른바 반값 아파트 법안-정식명칭은 '대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세간의 화제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같이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 반 값 아파트라는 말은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복음이나 다름없다.
 
반값 아파트 법안이 국민들로부터 주목을 받자 최근에는 이 법안의 실현가능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치열하다. 심지어 반값 아파트 법안의 원조(元祖)가 누구냐를 두고 신경전이 생길 정도다.
 
기실 홍준표 의원도 인정하고 있듯이 반값 아파트 법안의 핵심이라 할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을 처음 주장한 것은 토지정의시민연대이다.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작년부터 ‘토지임대부 건물분양’ 방식의 도입을 줄기차게 천명해 왔다.
 
눈 밝은 홍준표 의원이 토지정의시민연대의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의 탁월성을 알아보고 이를 법안으로 만든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물론 홍 의원이 발의한 반값 아파트 법안은 적지 않은 난점들을 지니고 있다.   
 
반값 아파트 법안이 보완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는 이미 토지정의시민연대에서 “‘반값 아파트 법안’에 대한 10가지 조언”이라는 논평을 통해 조목조목 밝힌 바 있기에 새삼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반값 아파트 법안에 대해 토지정의시민연대에서 지적하지 않은 부문과 반값 아파트 법안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가 무언지를 짚는 것은 유의미할 것이다.
 
반값 아파트 법안이 간과하고 있는 대목들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반값 아파트 법안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간과하고 있다.
 
첫째, 반값 아파트 법안은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인 토지불로소득 환수에 방점을 찍기보다 기존 주택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즉 반값 아파트 법안은 부동산 문제의 본령과는 다소 빗나간 정책목표를 설정한 셈이다.
 
반값 아파트 법안을 꼼꼼히 살펴보면 잘 알겠지만 이 법안이 최초 분양자 및 건물소유자에게 지나친 시혜-시장가격 보다 낮은 임대료 부과 및 그에 따른 용적률 상향, 건물 재건축시 건물소유자들을 위한 구제수단의 강구 등-를 주도록 설계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누누이 지적한 것처럼 부동산 문제는 토지 소유를 통한 불로소득의 전유(專有)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으로 건물을 분양받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원칙적으로는 자신이 임차한 토지에 대해서 시장가치대로 임대료를 납부하는 것이 옳다.
 
또한 건물이 완전히 감가상각 돼 재건축을 할 때가 되면 건물소유자가 이렇다 할 반대급부 없이 집을 비우는 것이 옳은 것이다. 물론 토지소유를 통한 불로소득의 전유가 일상화 된 상황에서 이런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토지를 임차해 사용하는 사람이 재건축할 때가 되었다고 해서 집을 비울 테니 반대급부를 달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누구나 냉장고나 텔레비전을 사용하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이를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다. 건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할 때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반값 아파트 법안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다분히 대중추수적인 요소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반값 아파트 법안이 통과돼 시행된다 해도 기존 주택의 가격이 꿈틀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신규로 공급되는 물량이 약 1301만호에 달하는 기존 주택 물량 중 일부라는 점, 신규로 공급되는 주택에서 토지 불로소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면 투기적 가수요가 기존 주택 시장에 집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즉, 부동산 시장에 투기적 가수요가 만연해 기존 주택의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신규로 공급하는 주택의 공급방식을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으로 공급한다고 해서 기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될지는 의문이다.
 
투기적 가수요가 창궐하는 근본원인인 부동산 불로소득, 그중에서도 토지 불로소득을 전국적 차원에서 차단하거나 환수하는 등의 조치 없이 추진되는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의 효과는 제한적이기 쉽다.
 
셋째, 반값 아파트 법안 안에는 ‘수도권 과밀화 억제’ 및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고려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이는 홍준표 의원의 책임이라기보다는 2기 및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천명한 참여정부의 책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값 아파트 법안 속에 ‘수도권 과밀화 억제’ 및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고민이 들어있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으로 수도권 신도시들을 건설할 때 용적률이나 기반시설 등을 잘 정비한다면 신도시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도권에 집중될 신도시들이 ‘수도권 과밀화 해소’ 및 ‘국토균형 발전’에 역행한다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다.
 
반값 아파트 법안의 실현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반값 아파트 법안은 독자적으로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강력한 우군(友軍)이 필요하다. 반값 아파트 법안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동맹은 누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거시적으로는 부동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패러다임을 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패키지형 세제개혁’과 ‘토지공공임대제’를 주요 정책수단으로 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바로 그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부동산 시장 전체가 안정되고 토지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투기적 가수요가 사라져 기존 주택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때 그리고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때 비로소 반값 아파트 법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패키지형 세제개혁’과 ‘토지공공임대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한국사회에 뿌리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도입은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것이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정착되면 적어도 집값 안정을 위해 수도권에 신도시를 집중적으로 건설하는 일은 없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미시적으로는 반값 아파트 법안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토지임대부 건물분양’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중산층 이상을 대상으로 해서는 임대료를 시장가치대로 환수하고 서민들에게는 임대료를 시장가치 이하로 환수하되 환매조건부 방식을 결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아울러 건물 공급측면에서 분양원가 공개 등을 통해 건축비를 낮추어 건물분양가를 지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공급한다면 반값 아파트 법안의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홍준표 의원과 한나라당에게 바란다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반값 아파트 법안은 훌륭한 대목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살핀 것처럼 보완할 대목 또한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홍준표 의원의 반값아파트 법안을 포퓰리즘 또는 선거용 정책으로 폄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홍 의원이나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이런 평가가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홍 의원이나 한나라당이 부당한 오해(?)에서 벗어나는 길 그리고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길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통째로 도입하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과 한나라당의 결단을 기대한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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