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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으로 나가오, 당신이 그리울 것이오"
'버마 혁명시인들의 시 낭송회' ... 인사동 '시인학교'서 11일 열려
 
최방식   기사입력  2006/11/14 [14:31]
▲11일 인사동 카페 '시인학교'에서 열린 '버마 혁명시 낭송회'.     © 최방식

여보
혁명의 길 위에서
당신은 나를 보석처럼 귀하게 봐주고
나를 위해 선 자리에서
한 남자로 인정해주었소
당신의 생각과 마음가짐이
진정한 전사로 만들어 주었소

(중략)
 
여보
악의 무리들이 당신을 괴롭히지는 않던가요
나의 피이자 분신인
아들 딸 들은 많이 컸고 건강한지
내 야자의 열매 속도 올해는 잘 익었소?
"탕, 탕, 탕, 탕"
총소리가 들리는구려
총을 뽑고 칼을 뽑아들고
전장으로 나가오
당신이 늘 그리울 것이오

 
/얀나이툰의 '아내를 위한 시' 중에서
 
▲시낭송에 들어가기 전 자작곡 '자비를 베푸소서'를 부르는 버마 혁명시인 조모루인.     © 최방식
버마 혁명시인들의 시낭송회가 서울 인사동 '시인학교'(카페)에서 11일 저녁 열렸다. '8888민중항쟁' 주인공들인 혁명투사 3명의 시를 버마어와 한글로 낭송 한 뒤 노래와 술을 곁들인 뒤풀이를 가졌다.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모임'(공동대표 유종순, 임효림)과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들 모임'(준비위, 대표 임동확)이 주최한 이날 시낭송회에는 작가 열댓명과 NLD한국지부원 4명, 그리고 일반시민 10여명이 참여했다. 

'8888민중항쟁' 당시 양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무장투쟁 조직인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 활동을 했고 최근 버마에서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수감중인 '민꼬나이',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에 소속된 버마 시인 2명의 시 낭송이 이어졌다.

▲얀나이툰 시인.  
1부는 유종순 버마모임 대표의 사회로 시작됐다. 최방식 미얀마모임 회원의 버마 상황보고, 버마작가모임(준) 임동확 대표의 모임소개가 이어졌다. 임 대표는 인사말에서 "80년 광주를 생각하면 그 폐쇄성을 떠올린다"며 "버마 인들이 폐쇄 공포를 극복해 민주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모임을 구상했다"고 언급했다.

2부에서는 NLD한국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모루인의 자작곡 '자비를 베푸소서' 노래로 시작됐다. 버마민주화운동을 그린 노랫말을 붙이 곡이었다. 작은 키와 앳된 모습임에도 찌렁찌렁한 목소리에선 혁명의 기운이 넘쳐났다.

▲얀나이툰의 시 아내를 위한 시를 낭송하는 김민구 군.     ©최방식
이어 NLD한국지부에 활동하는 얀나이툰의 '아내를 위한 시' 낭송이 이어졌다. 80년대 말 민주화운동을 하다 조국을 빠져나온 자신의 처지를 고향 아내에게 전하는 내용의 시였다. 무장투쟁 중 잠시 시간을 내 아내와 자식을 그려보는 전사의 마음을 담았다.

얀나이툰이 버마어 낭독을 끝내자, 시인 지망생인 김민구(휘문고 1학년) 학생이 한글로 번역한 시를 재낭송했다.  얀나이툰의 '아내를 위한 시'는 한국 실천문학에 게재돼 있다.

이어 조모루인(필명 따야 민 카익)이 자신의 시 '평화의 모후'를 낭독했다. 노래 할 때 느꼈듯이 그의 목소리는 시를 낭송할 때도 힘이 넘쳐난다. 혁명전사가 전선에서 고향을 생각하며 어머니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원어 낭송을 마치자 예쁜 꼬마 아가씨가 일어섰다. 유하린(장곡초 4학년)양이 '평화의 모후' 한국어판 낭송을 한 것이다. 유양은 유종순 버마모임 대표의 딸이다. 낭랑한 목소리로 '어머니... 당신의 용감한 그 미소는...'을 읽어내려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최연소 시낭송회 참여자 유하린양(장곡초 4). 유양은 평화의 모후를 예쁘게 낭독해 참가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최방식

평화의 모후(따야 민 카익)
 
가지 늘어진 종려나무에서 빛이 난다
불꽃으로 타오른다
저것은 산산히 부서진 유리 파편이 아니라
뻘 밭의 한 가운데를 뚫고 나온 연꽃이다
화려한 루비의 빛깔로 빛나는 여왕의 관이다

 
어머니...
당신의 용감한 그 미소는
수많은 총구 앞에서 더 빛나고
세상 가장 밝은 빛보다 더 빛납니다

 
세상 모든 사랑의 여왕
연민의 수호자
평화의 황후

 
오, 어머니
더 이상 어떤 말들로도
당신을 표현할 수 없습니다
하늘마저 겸허하게 내려와
당신의 발아래 엎드립니다.

▲민꼬나이의 '믿음'을 낭송중인 조모아씨.
조모루인의 또 한편의 노래가 이어졌다. 시인학교 구석에 있던 기타를 꺼내들고 힘차게 연주하며 '일어나'(Wake up)이라는 자작곡을 불렀다. 무슨 내용인지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혁명분위기를 고취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어 현재 조국 감옥에 옥살이를 하고 있는 민꼬나이의 시 '믿음'이 소개됐다. 이 시는 조모아가 대신 버마어로 낭송했다. 혁명의 지도자가 조직원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며 맹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어판 낭송은 '버마작가모임'(준) 총무를 맡은 박홍점(여성) 시인이 맡았다. 끊어질듯 하다가 힘차게 울려 퍼지는 갸냘픈 목소리로 혁명시를 들으니 비장한 느낌과 함께 애절한 마음이 교차한다.
 
▲시낭송회를 마치고 뒤풀이 중인 참가자들.     © 최방식


믿음(민꼬나이)
 
나는 동지들에게 약속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헌신한 동지들에게

 
끝나지 않는 혁명의 시기
만약 나의 피가 아직도 붉지 않다면
그대들의 피로 나의 용기를 북돋워 달라고

 
끝나지 않은 혁명의 시간
만약 내가 두려움에 빠져 겁쟁이가 된다면
그대들의 영혼으로 내 마음을 이끌어 달라고

 
끝나지 않은 혁명의 그 시간
만약 내가 거만하고 불손한 배신자가 되었다면
그대들 투사의 정직한 손으로 나를 처단해 달라고

 
끝나지 않은 혁명의 날
만약 내가 그 과정에서 죽는다면
인간의 낙원에서 버려진다 해도 후회하지 않으리라고
내가 느낀 대로 내 의무를 완료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나를 맞아달라고
나의 영혼이 행복하게
투쟁의 깃발을 쥐고 있는 동안

 
시낭송회는 이렇게 끝났다. 이어 참가자들의 개인소개, 그리고 하모니카를 들고 온 조길성 시인의 애절한 연주가 이어졌다. 이날 특히 눈길을 끈 이 중 하나는 KAL858기 사건의 진상규명 일을 하고 있는 신동진씨였다. 버마 앞바다에서 이뤄진 일이어서 버마사람 중 당시 목격자를 찾고 싶다는 바람을 호소했다.

/ 최방식 국제전문기자(본지 편집위원) sbchoice@yahoo.com

[난민돕기 캠페인 안내]
 
"한국 영화·드라마 담긴 CD·비디오테이프·DVD 모아요."
 
 국경지역 정글 캠프 안에 갇혀 사는 20여만명의 버마 난민들은 TV도, 영화도 볼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이 나오질 않고, 영화관이 없으니까요. 캠프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요. 하지만 내부 발전시설로 전기를 생산해 비디오나 컴퓨터(온라인은 불가)는 사용할 수 있답니다. 이게 캠프 밖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셈이죠.

 
 버마 난민캠프에도 한류 바람이 불었는지 남녀노소 한국의 영화, 드라마, 공연비디오(가수) 등을 좋아한답니다. 자치기구 대표를 비롯해 보는 이 마다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뜻이 있는 분들이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기 또는 친구 집, 사무실 등을 뒤져 먼지 쌓인 영상자료들을 모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일정한 양을 모으면 현지로 보내겠습니다.
 
 △버마 민주화를 지원하는 한국인모임(공동대표 림효림, 유종순)
  -문의 011-797-7645(평화사랑, 이메일은
bschoi5@naver.com)
  -한국NLD를 후원하실 분도 찾습니다.(매달 1만원 계좌이체)
  -후원계좌(국민 034502-04-115534 예금주 유종순)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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