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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찾지 말고 보는대로 경험하고 즐기라"
[만남]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개막작 <다리미>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
 
임순혜   기사입력  2006/11/14 [13:17]
아시아, 유럽, 미주, 중동,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우수단편들이 관객과 조우하고 소통하는 네 번째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11월9일부터 14일까지 광화문에 있는 씨네큐브에서 열리고 있다.
 
올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는 단편의 자유분방함과 상상력에 비상의 날개를 단 1300여편의 단편영화가 응모, 그중 예선을 거친 53편이 경쟁부문에 올라 상영되고 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특별프로그램으로 13일, 오후8시50분, 씨네큐브2관에서 열린 '시네마 토크'는 개막작으로 상영된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의 <다리미> 상영 후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원장과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 <다리미> 상영 후 진행된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과 김홍준 원장의 씨네 토크     © 임순혜

<다리미>(14분, 흑백)는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며, <사무라이 픽션>으로 유명한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의 2005년도 작품으로, 2006년 5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주간 단편부문 젊은비평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다리미>는 온몸이 문신으로 뒤덮인 한 남자가 신성한 종교의식을 치르듯이 다림질하는 모습을 담았다. 전통적인 다듬이 방에서 매미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하얀 천을 다림질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하얀 천에 입으로 물을 뿌려 잘디 잔 물방울이 옷에 이슬처럼 내리는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이다. 온몸의 문신과 하얀 천을 대조적인 흑백화면에 담아 아름다움을 배가 시켰다.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은 '의미'를 묻는 관객의 질문에 "의미를 찾지 말고 보는 대로 경험하고 즐기라"고 답변하였다.
 
다음은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 김홍준 원장, 그리고 관객과의 유쾌한 대화다.
 
김홍준 - 2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사무라이 픽션>을 상영할 때 만나고 8년만이다. 그 때도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모자는 몇 개인가?

나카노 히로유키 - 2개다.

▲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의 의 한 장면     © 아시아나단편영화제 제공

김홍준 - <다리미>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

나카노 히로유키 -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추억을 담은 책 40권을 주었다. 그 중 한 이야기가 <다리미>였다. <다리미>를 선택 한 것은 다림질 한 휴지를 요 밑에 넣는 장면을 읽고 박장대소 하였다. 단지 그것 때문에 선택했다.

김홍준 - 역사적 사실이나 시대적 배경과는 무관한데, 그러나 흑백영화인데 의식하고 만든 것인지?

나카노 히로유키 - 시대적 배경은 1963년이다. 당시 장롱과 원피스, 다리미 등 최대한 살리려 했다. 글 쓰신 분이 각색하지 말라고 해서 최대한 그 당시를 살리려 했다.

관객1 - 개인적으로 다림질을 몇 번 한 적이 있다. 검과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의도였나? 주인공이 검을 휘두르다 다리미를? 휴지는 여자와의 관계를 의미하는지? 남자는 야쿠자 같은데? 하얀 원피스의 의미는?

나카노 히로유키 - 영화 속에 책을 읽는 사람이 소설을 쓴 사람이다. 그 분이 날 선 것을 좋아한다. 그 분의 묘사에 다르면 휴지는 그 목적이 맞다. 아침 9시부터 4시 20분까지 다림질을 하고 그 후에 여자가 찾아온다. 직업은 야쿠자, 건달, 양아치다. 원피스 설정은 1963년이 배경이다. 당시 원피스를 한 벌 가지고 와 촬영했다. 다리미는 검이라기보다 바다 위의 돛단배다.
 
▲ 영화 <다리미> 상영이 끝난 뒤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시간이 마련됐다.     © 임순혜
 
관객2 - 다리미의 역할은?

나카노 히로유키 - 다리미는 지우개 역할을 한다. 주인공은 사람을 죽이고 2년 동안 감옥에 가 있는 동안 다리미질을 배웠다. 다림질하며 자기가 지은 죄를 싹싹 지운다는 메시지였다. 마지막 휴지를 다리는 장면, 바람에 휘날리는 휴지를 똑바로 놓는 장면은 작은 것에 행복을 느낀다는 것,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 표현하고 싶었다.

관객3 - 카우보이 모자는 남성적인 전투성이 느껴지는데, 좋아하는 이유는?

나카노 히로유키 - 전혀 그런 의도는 없다.

김홍준 - <사무라이 픽션>에 덜 떨어진 사무라이가 나오는 것을 보면 감독은 마초는 아니다.

김홍준 - 음악은 어떤 의도로 선정 하였나?

나카노 히로유키 - 음악 부분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매미 소리만 넣으려고 하다가 너무 단조로워 첫 번째 곡은 다림질하는 리듬이고, 두 번째 곡은 남자 주인공의 감정의 기복에 맞춰 음악을 선정하였다.

관객4 - 영화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4번 보았다. 관찰자로 소년을 묘사하였는데, 어떻게 감정을 설정하였나?

나카노 히로유키 - 소년은 배우가 아니라 권투 선수다. 첫 번째 대사하기까지 3시간 걸렸다. 보통 영화에는 내레이션으로 배경을 설명하나 일체 배제하기로 시도 하였다. 메시지보다 다리미의 움직임에 관객이 체험해 보라는 뜻에서 작품을 만들었다. 의미 찾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 처음에는 대사 없이 나갔었다. 그러나 프로듀서가 제안하여 10초 정도의 대사를 넣었다. 다리미를 2년 동안 보던 분이 프로듀서였다.

김홍준 - 책 읽는 사람이 원작자, 보는 사람, 만드는 사람일 수 있다. 의미, 철학, 스타일을 찾을 수 있는 것이 단편영화의 매력인 것 같다. 관객에게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잘 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단편영화다.
 
▲ 씨네토크가 끝나고 관객에게 싸인 하는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     © 임순혜
 
관객5 - 흑백으로 찍은 이유는?

나카노 히로유키 - 문신을 컬러로 찍으면 가짜라는 것이 드러난다, 진짜로 묘사하고 싶어 흑백으로 찍었다. 컬러로 하면 쿨한 느낌을 전달 할 수 없어서이기도.

김홍준 - 촬영 일수는?

나카노 히로유키 - 이틀 걸렸다.

김홍준 - 예산은 얼마나?

나카노 히로유키 - 보통영화의 8분의 1로 찍었다.

관객6 - 책 읽는 소년에게 다시 놀러 오라고 했는데?

나카노 히로유키 - 두 분의 관계는 잘 모르겠다. 연출은 했지만 각색은 안했다. 음악과 흑백에만 집중했다. 기억을 표현했을 뿐이다.

관객7 - 다리미질 연기는 어떻게?

나카노 히로유키 - 82살의 전직 세탁소 주인이 하루 3시간씩 연습시키고 촬영했다. 주인공은 권투선수다. 다리미 움직일 때 허벅지 안쪽의 문신이 비친다.

관객8 -하얀 옷에 물 뿌리는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운데? 한번에 찍었나?

나카노 히로유키 - 2번 만에 찍었다.

관객9 - 다음 작품은?

나카노 히로유키 - <사무라이 픽션>의 코피 나는 장면 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한국과 일본이다. 향 후 일본배우가 출연하는 한국작품을 생각해 보겠다. 
 
▲ <다리미>를 연출한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     © 임순혜
 
관객10 - 인간 내면을 표출한다고 보았다. 선과 악을 흑과 백으로 대비시킨 것은 아닌지? 관객과 소통하고 싶었던 지점은?

나카노 히로유키 - 칸영화제에서 비폭력메시지를 담고 있느냐고 물어 "네" 하고 대답했다. 주인공이 야쿠자 두목인데 수행과정 통해 작은 행복 찾을 수 있고 절제하는 모습을 담고자 했다.

관객10 - 살인할 때 검은 옷은 악, 물 뿌리고 다리미 할 때의 흰 옷은 선이라고 생각했다.

나카노 히로유키 - 굉장한 해석 방법이다. <다리미>는 이틀 걸린 대작이다. 매미 소리에 푹 빠지는 등 다양하게 즐겨주었으면 좋겠다.

관객11 - 매미 소리가 다르던데?

나카노 히로유키 - 첫 번째 매미는 2시까지 우는 매미소리고, 두 번째 매미소리는 3시 이후에 우는 소리다.

관객12 - 살인이 어려운가? 다림질이 더 어려운가?

나카노 히로유키 -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다림질이 훨씬 더 어려운 것이 아닌가?

김홍준 - 그럼, 영화 찍는 것은 어려운지?

나카노 히로유키 - 영화는 너무너무 어렵다. 영화 이외의 것이 더 쉽다. 뮤직비디오는 누군가를 기쁘게 해 주어서 즐겁다. 장편영화는 나도 관객도 즐거워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김홍준 - 앞으로 영화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은?

나카노 히로유키 -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개봉되고 대히트하는 것 상상하며 매일 매일 노력하면 도달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자면 영화감독이 꿈이 아니라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면 그 꿈은 이루어 질 것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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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1/14 [13: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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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이반 2006/11/16 [16:27] 수정 | 삭제
  • 주제가 없다니 이상한 나라이 엘리스처럼 그냥 넘어가면 된다는 얘기?
    재미는 있겠지만, 흥행성은 영.. 그냥 넘어가는 습관을 들이기에 적당한 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