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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환자들 글리벡 복제약 '비낫' 직수입
"특허가 독점적인 시장에 침투할 방법을 시작한 것”
 
참세상뉴스   기사입력  2003/06/15 [20:56]
 

▲ 백혈병 환우회 김상덕 간사가 비낫 직수입 절차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백혈병 환자들에게 하나의 희소식(?)이 있다. 글리벡 복제약인 인도 나코사의 비낫(Veenat)이라는 약을 직수입해서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낫의 약값은 1캅셀당 2달러 (약 2,400원). 23,045원인 글리벡 약값의 10% 정도이다. 지난 6월 10일 한국백혈병 환우회와 글리벡 문제해결과 의약품 공공성 확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글리벡 공대위)는 환우회 사무실에서, 인도로부터 직수입한 글리벡 복제약 비낫이 도착했음을 알리고,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은 글리벡 약가 문제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혈병 환자들에게는 ‘기적의약’이라고 불리는 글리벡이 있었지만, 이 약을 먹기 위해서는 한달에 약 300만원이상의 고액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백혈병 환자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이 컸다. 백혈병 환우회와 글리벡 공대위는 글리벡 소유주인 노바티스 측에 약값을 인하하라고 촉구해 왔지만, 노바티스측은 미국와 스위스 등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약값을 적용하는 것이 자사 원칙이라며 약값인하를 거부해 왔다. 노바티스의 글리벡 가격 23,045원은, 인도 나코사의 복제약인 비낫의 가격이 2달러 (약 2400원)인 것에 비하면, 10배가 되는 가격이다.

지난 2월 백혈병 환자들의 글리벡 복용과 관련되어서 보험이 일정정도 확대되었지만, 아직까지 많은 환자들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급성림프성백혈병(Ph+ALL)과 급성골수성백혈병(Ph+AML) 등의 환자들에게는 아직까지 보험적용이 되지 않고 있으며, 국내 150여명의 환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환우회 측은 밝혔다. 이들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직 이 증상에 대한 글리벡의 적응증이 확인되지 않아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도 허가를 내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혈병환우회 권성기 사무국장은,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글리벡을 복용할 수밖에 없는 것은 효능이 탁월하다기 보다는, 현재로써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사무국장은 “노바티스는 지난 2월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서 무상임상지원을 할수 있도록 최대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식약청에 공문하나 보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환자들이 알아서 자구책을 찾으라는 입장이다”라고 비판했다. 글리벡 공대위는 2001년 1월 특허청에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청구했지만, 지난 3월 특허청은 이에 대해서 불허결정을 내린 바 있다.

권사무국장은 비낫 직수입의 배경에 대해서, “백혈병 환자들은 글리벡을 하루에 보통 4알 - 8알을 매일 복용을 해야 한다. 특히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700만원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실제로 높은 약값으로 인해서 약을 먹지 못하는 환자들이 아직까지 많이 있으며, 약을 복용하지 못해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낫 직수입은 백혈병 환자들이 취할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 6월 9일 인도 나코사로부터 직수입된 백혈병 치료제 비낫
비낫의 효능에 대해서는 현재 글리벡과 거의 동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리벡 공대위의 김동숙간사는, “비낫의 효능에 대해서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데, 최근 로터스(Lotus)라는 연구기관의 결과에 의하면, 글리벡 100mg과 비낫 100mg은 생물학적 동등성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글리벡 공대위 공동대표인 최인순씨는, “글리벡 투쟁은 다국적 독점 제약 회사의 특허를 빌미로한 이윤추구에 반대하여, 의약품이 갖는 공공성을 가지고 환자들이 투쟁한 사례이며, 특허가 사람의 생명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백혈병 환우회는 앞으로 백혈병 환자들이 비낫을 쉽게 직수입 해서 복용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며, 또한 정부와 노바티스 측에, 글리벡을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낫 직수입 어떻게 하는가?
대외무역법 27조 및 대외무역관리규정에 따르면, “자기치료를 위한 미화 2천불 이하의 의약품으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추천한 물품, 다만, 일정한 치료주기가 필요한 물품에 한하여 최소 치료주기에 대한 소요량을 명기한 경우와 각 개인에 대한 진단서를 첨부하여 2인 이상에 필요한 의약품을 수입하는 경우 2천불 이상의 경우라도 추천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 2001-56호는 이규정에 따라서 자가치료를 위한 미화 2천불이하의 의약품에 대해서, 수입요건확인면제 추천을 허가해 주도록 되어있다.

백혈병환우회 김상덕 간사는 비낫 직수입 절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주치의로부터 하루에 얼마 복용, 몇 개월치 복용, 약품명 등이 기재된 진단서를 발부받아, 수입요건확인면제 추천신청서를 각 시도지사나 희귀의약품센터에 제출하여 수입요건확인면제를 추천받으면 된다.”

지난 4월 29일 백혈병 환우회측은, 자가치료용 목적으로 비낫에 대한 수입요건확인면제 추천서를 진단서와 함께 서울 시청에 제출을 했으며, 5월 6일 허가를 받아서 6월 9일 인도 나코사로부터 4개월치 비낫을 직수입을 하게 된 것이다.

“비낫수입과 관련된 것, 노바티스와 먼저 상의해 봐라”
백혈병 환우회측은 시청에 추천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4월 16일 한국희귀의약품센터쪽에 먼저 제출했었지만, 의약품센터쪽에서 이에 대한 결정을 약 40일 정도 지난 후에야 환우회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상으로는 7일 이내에 결정해서 통보해 주어야 한다. 의약품센터 쪽에서 결정을 계속 미루다보니, 환우회 측은 서울 시청 쪽에 다시 신청서를 제출했고, 시청으로부터는 바로 허가 결정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의약품센터의 담당자가 ‘비낫에 대한 수입과 관련된 사항은, 노바티스(현재 글리벡을 생산하고 있는 다국적 의약회사)와 먼저 상의를 해봐라’라고 환우회 쪽으로 전화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덕 간사는 기자회견에서, “비낫을 적법 절차에 따라서 수입하려고 하는데 왜 노바티스사와 상의를 해야 하는지, 의약품 센터쪽 담당자에게 공식적인 답변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노바티스와 상의하라는 내용은, 회사측으로부터 일정정도의 압력이 들어간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든다”고 밝혔다.

한국희귀의약품센터 장영수 소장은 통보가 늦어진 데 대해서,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먼저 문의를 하고 그쪽의 결정을 기다리다보니 환우회 쪽에 통보하는 것이 늦어진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의약품센터 담당자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현재 제약회사가 환자들이 약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10%정도 현금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현재 글리벡을 제공하는 노바티스의 사업지원단이 의약품센터쪽에 직접 나와 있다. 또한 보험혜택을 통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글리벡을 복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아마 의약품센터 직원이 이러이러한 좋은 혜택이 있으니깐, 비낫을 직수입하기 보다는, 이런 혜택을 이용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환우회 쪽에 전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비낫에 대한 수입요건확인면제 추천서에 대해서 한국희귀의약품센터쪽에서도 바로 허가를 해주고 있다고 장소장은 밝혔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된 것이 없다.
▲ 왼쪽 4알은 비낫 (약 8,800원), 오른쪽 4알은 글리벡 (약 100,000원)
백혈병 환우회와 글리벡 공대위측은 비낫을 직수입은 글리벡에 대한 접근이 모두 차단된 상태에서 환자들이 부여잡을 수밖에 없는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모든 문제가 특허로 인한 높은 약값에서 파생된 것이며,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글리벡공대위 최인순 공동대표는, “비낫 직수입은 복제약이 특허가 독점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시장에 침투할 수 있는 방법을 최초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자가치료용 목적으로 비낫에 대한 직수입을 신청하는 백혈병 환자들의 숫자는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진보네트워크 참세상뉴스 http://cast.jinbo.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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