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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권의 남용, 법 앞에 불평등한 나라
[김영호 칼럼] 만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언, 부끄럽게 하지 말아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6/08/16 [02:19]

 광복절, 3·1절이나 석탄절, 성탄절이 가까워지면 많은 국민들은 분노한다.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이 나라가 법치국가인지 되묻게 하는 일이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그맘때가 되면 돈을 먹거나 돈을 뿌려 철창 신세를 진 정치인, 기업인이 연례행사처럼 무더기로 면죄부를 받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하더니 돈 많고 빽만 좋으면 무슨 중죄를 저질러도 그들에게는 옥문이 늘 열린 꼴이다.

 이번 광복절도 다르지 않다.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실형을 받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특별사면을 통해 복권됐다. 지난해 광복절과 석탄절에도 그들이 줄줄이 사면됐다. 그들 중에는 복권되자마자 국회의원에 출마하여 낙선했건만 장관으로 등극하거나 중책에 맡아 권세를 누린다. 초록이 동색이라더니 이번에도 야당인사들이 끼어 어깨동무하고 사면의 축복에 환호한다.

 5·3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이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먼저 경제부터 살리겠단다. 그런데 고작 내놓은 경제회생책이란 비리기업인 대사면이다. 경제5단체가 맞장구치며 형이 확정된 55명을 사면-복권해달라고 화답했다. 그 중에는 항소심이 확정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은 재벌총수도 끼여있다. 몰염치도 유만부동이지 판결문의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았는데 사면하란다.

 그들은 횡령, 배임이 아니면 불법정치자금을 뿌린 인사들이다. 미래의 부당이익을 노려 돈 뭉치를 돌렸는데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면 가당찮게도 나라경제가 살아난단다. 회사 돈을 멋대로 챙겼는데 그 허물을 벗겨주면 서민경제가 좋아진단다. 그들은 검찰수사, 법원판결에서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따가운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데도 말이다.

 국가경제란 온 국민의 피땀으로 일궈지는 것이다. 국민이 바보가 아닐텐데 어찌 비리기업인을 사면-복권하면 경제가 산다는 뚱딴지같은 소리나 일삼나? 기업경영을 투명화해야 경쟁력도 생기고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텐데 거꾸로 가자는 말인가?. 다음 대선에서도 정치자금이 필요할 테니 손을 벌린다는 오해나 살 일이다. 어쨌든 청와대가 기업인은 사면대상에서 빼버려 열린우리당이 곤혹스러워졌다. 이 또한 형평성을 깨는 일이다. 돈 받은 사람은 풀고 준 사람은 묶은 꼴이니 말이다.

 사면이란 원래 전제군주가 자비로서 베푸는 은사(恩赦)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사면은 3권분립을 근간으로 삼는 입헌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군주제의 유제(遺制)이다. 그러나 많은 현대 민주국가들이 모든 국민이 국가적 경사에 동참하여 화합을 도모하도록 사면제도를 두고 있다. 이 나라 헌법도 사면을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누고 종류도 사면, 감형, 복권을 두고 있다. 일반사면은 국회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특별사면은 행정처분만으로 가능하여 정치적으로 악용되어 왔다. 

 사면권의 남용이 있을 때마다 사법권을 침해하고 사법정의를 말살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런데 역대정권이 돈 보따리를 지고 교도소 담장 위에서 곡예하는 가신, 측근과 재벌총수를 살리려고 외면해 왔다. 언제 수의를 걸칠지 모르는 국회의원들이 앞장섰음은 물론이다. 그 까닭에 국민적 분노를 사는 특별사면이 그대로 온존되어 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후보시절 특별사면의 폐해를 잘 알았던지 사면권의 예외적 행사를 공약한 바 있다. 그런데 그도 전임자와 같이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측근에게 은사를 베풀길 주저하지 않는다. 사법정의가 금력과 권력 앞에 멋대로 훼손되는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온전할 리 없다.

 대통령의 독단적인 특별사면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국회에 맡기느니 차라리 고양이에게 생선을 지키도록 하는 게 낫다. 국민이 나서 쟁취해야 한다. 만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법언(法諺)이 참으로 부끄럽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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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8/16 [02: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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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2006/08/16 [04:40] 수정 | 삭제
  •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애들은 이번 사면권행사를 갖고
    국민대통합을 위한 대의였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코메디도 없죠.

    노무현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검은 정치자금을 받아 처먹은 범법자들을

    노무현의 최측근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주는 일이
    도대체 국민대통합과 무슨 관련이 있단 말입니까.

    딴나라당 애들은 나 원래 이런 놈들이요..
    하면서 솔직한 면이라도 있죠.

    노무현정권 저 놈들은 개혁이란 가면을 쓰고
    자주란 가면을 쓰고서 뒷구녕으로 호박씨 까니까
    더 저질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