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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된 유럽, 유럽의 분단은 끝났다
남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확립은 세계의 세력균형에 필수
 
정태인   기사입력  2003/01/28 [01:36]
“유럽의 분단은 끝났다.”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지난 해 12월 13일에 한 말이다. 유럽 정상회의는 체코, 폴란드, 헝가리,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메니아, 몰타, 키프로스 등 동구와 중부유럽의 10개국을 2004년에 EU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EU 회원국 수는 현재 15개에서 25개로 확대되었다.

또 EU 정상들은 불가리아, 2007년 가입을 목표로 루마니아와 추가 협상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고, 이번에 제외된 터키에 대해서는 2004년 말까지 경제 개혁, 인권 등 가입 기준을 충족할 경우 가입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유럽 전체의 국가연합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 지난해 12월 13일 EU 정상회담이 열린 코펜하겐에 모인
반세계화 시위대. 출처 www.freemedia.info

이렇게 해서 EU의 인구는 3억7천만 명에서 4억4천5백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의 4억1천6백만 명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시장이 되는 것이다.

물론 커진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25개나 모이다 보니까 경제력 격차가 너무 크다. 이번에 새로 가입하게 된 10개 나라의 국내 총생산은 4천41억 유로로 기존 15회원국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나라들에게 EU가 일반적인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당장 문제가 생길 것이다. 지금 EU는 성장-안정협약이라고 해서, 예컨대 재정적자의 규모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나라에 따라서, 또 경기에 따라서 재정지출이 시급할 수 있는데 이런 단일 기준에 따르다 보면 아무 정책도 쓰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대외협약을 맺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우리의 대외협상이 농업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처럼 모든 대외협상은 내부의 갈등을 낳는 것이며, EU의 경우에는 가난한 나라들이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잘 사는 나라들이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잘 사는 나라 국민들은 자신들의 재정부담이 싫고, 반대로 새 회원국 국민들은 하나의 시장이 될 때 오는 불안감에 더해서 자존심까지 상하기 때문에 역시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내 정치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유럽합중국'과 전미자유무역협정, 그리고 아시아

그러나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이제 유럽은 미국처럼 합중국, 즉 명실상부한 하나의 나라가 되는, 또 하나의 계단을 오르고 있다. 사실 ‘유럽합중국’ 구상에 관한 논쟁은 레닌의 초기 저작에도 나온다. 100년의 꿈인 셈이다.

지금 프랑스의 전 대통령인 미테랑이 주도하고 있는 위원회에서 새로운 유럽 헌법 초안을 만들고 있는데 이것이 유럽합중국의 밑그림이 될 전망이다. 현재도 유럽의회, 그리고 행정부에 해당하는 집행위원회가 있지만 10년쯤 지나면 유럽 대통령 선거가 화제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한 쪽의 통합은 다른 쪽을 자극한다. 바야흐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현재의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전미자유무역협정으로 확대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은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부 아메리카만 참여하고 있지만 여기에 중남미 국가까지 가입하게 되면, 말 그대로 신천지가 열리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 아주 초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아시아의 경제통합도 촉진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의 경제통합은 가공할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아시아가 안고 있는 어려움은 다른 지역보다 더 크다. 유럽에 비해 문화적 차이가 훨씬 크고 일본에 침략당했지만 진정한 사과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치적 이니셔티브를 잡을 나라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제력 1위의 일본은 정치군사적으로 미국의 속국에 다름 아니다. 중국은 경제력을 키우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모두가 알다시피 한반도는 둘로 갈라져 있다. 언젠가는 아시아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나 남북간의 긴장으로 미국이 개입할 소지가 있는 한, 그 날을 하루하루 되로 밀려갈 것이다. 남북의 긴장완화, 나아가서 평화체제의 확립은 아시아의 경제적 이익은 물론 세계의 세력 균형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다.

*  본 기사는 국제민주연대(KHIS)가 발간하는 <사람이 사람에게> 2002년 송년호에 수록돼 있습니다. 필자는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이며 방송인입니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지구촌을 여는 인터넷 신문" 지오리포트 http://georeport.net/ 에서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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