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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한·미FTA 진척상황 밝혀라
[김영호 칼럼] FTA는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 졸속 비밀추진 말 안돼
 
김영호   기사입력  2006/04/14 [14:14]

노무현 정부가 불쑥 내년 6월까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아래 FTA)을 맺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기습적으로 추진하는 이유와 협상방향을 전혀 밝지 않고 있다. 다만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4대 통상현안을 풀어주었다고 발표했을 뿐이다. 협상의 지렛대를 그냥 버린 꼴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이에 맞춰 경제법령-사회제도를 개편해야 하고 이에 따라 산업구조-사회구조에 일대변혁이 일어난다. 그런데 정부는 국회와도 협의하지 않고 국민에게도 진척상황을 알리지 않는다.

지난 2월 2일 한·미 양국 정부대표는 워싱턴에서 FTA 협상을 개시한다고 선언했다. 이 날 로버트 포트만 USTR(미국무역대표부) 대표는 상하양원 의장에게 보낸 공한에서 포괄적인 협상방향을 밝혔다. 예외 없는 개방을 강조하면서 협상과정에 의회는 물론 재계와도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6∼8개월 동안 한국과 집중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미 협상방향의 골격이 섰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기밀에 부치고 있다. 한·미 FTA는 모든 국민이 이해당사자이고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일반적으로 FTA라고 하면 역내상품에 대한 관세와 통상규제의 철폐를 뜻한다. 즉 역내무역의 자유화이다. 하지만 미국이 추진하는 FTA는 이런 고전적인 '자유무역'의 범위를 뛰어넘는 포괄적인 '경제통합'을 의미한다.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2004년 7월 미국과 호주가 맺은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상품에 대한 관세철폐를 넘어서 모든 경제활동의 영역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미·호주 FTA는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즉각적인 관세철폐를 담고 있다. 거의 모든 서비스 분야에서 내국민대우 또는 최혜국 대우를 보장하고 모든 투자를 보호한다. 은행-보험-증권영업을 허가한다. 모든 디지털 제품에 대해서도 비차별적 대우를 규정하고 있다. 정부조달에서도 비차별적 대우를 보장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은 미국법 수준의 보호를 약속하고 있다. 특히 반경쟁적 관행을 금지하고 있다. 그밖에도 환경, 노동 등 모든 국민생활의 영역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통상정책은 미국의 상품-용역-자본-인력의 이동을 가로막는 모든 국경과 장벽을 철폐한다는 세계화전략에 기초한다. 그 배경에는 군사력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USTR(미국무역대표부)는 미국기업이 외국정부-기업과 거래하며 겪는 애로사항을 보고 받는다. 주재국의 미국상공회의소가 창구역을 맡고 있다. USTR은 여기에 근거하여 무역장벽보고서를 작성하여 매년 3월 31일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한다. 이것이 통상정책의 근간이 되어 통상압력으로 나타난다. 

금년 보고서 712쪽 중에는 한국부분이 40쪽을 차지한다. 무엇보다도 농산물 시장개방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개별기업의 이익과 관련되다보니 내정간섭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고 그것들은 실제 해결되어 왔다. 금년에만도 개별기업의 요구를 세세하게 담고 있다. 예를 들어 고속-간선도로에서 오토바이 주행을 금지하는 교통정책을 트집잡는다. 미국제 오토바이가 달리도록 해제하라는 압력이다.

한국가스공사와 인천국제공항서비스의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책사업에 참여하여 이득을 보겠다는 소리다. 우정본부가 보험업을 취급하며 지방세-법인세를 내지 않는데 이것은 경쟁제한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국회에 제출된 은행이사의 국적 및 거주지 요건을 강화하는 입법안도 도마에 올랐다.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지 두고보겠다고 벼르고 있다. 협상안건에는 경제주권을 간섭하는 숱한 내용이 등장할 게 틀림없다. 

미국은 3월 14일 공청회를 갖고 관련기업-단체의 요구와 의견을 청취했다. 모두 개별기업의 이익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단 한 차례 공청회를 열다말고는 소식이 없다. 협상준비나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발표한지 50일이나 지난 3월 21일에야 국무회의가 59명의 인력충원계획을 의결했다니 말이다. 그들이 뒤늦게 얼마나 미국의 통상제도를 숙지하고 산업현황을 파악할지 의문이다.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FTAA(전미주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작년 11월 남미 5개 좌파정권의 반대로 좌절되고 말았다. 그런데 왜 한국은 미국의 TPA(통상신속권한법)의 시한인 내년 6월까지로 목표를 잡고 서두는지 알 수 없다. 졸속으로 추진하기 이전에 먼저 국민적 동의를 구하라. 미국의회는 지금 한·미 FTA 청문회를 열고 있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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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4/14 [14: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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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2006/04/15 [04:28] 수정 | 삭제
  • 미국 아니었으면 노통은 지금 김정일 치하 정치수용소에서 썩어가고 있을겁니다. 개인적으로 FTA로 은혜에 보답하겠다는데 너무 태클걸지 말자구요.
  • 대자보독자 2006/04/14 [20:31] 수정 | 삭제
  • 여느 유명 신문의 시론에 넣어도 부족함이 없는 글이라고 사료되옵니다.
    혹시 김휘영을 잘 아시면 글을 조그만 짧게 쓰는 법을 갈켜 주시면 안됩니까? 내용도 좋고 문체도 힘있고 지식이나 사상도 충만한데 글이 길어서 꼭 책읽는 거 같아서 부탁드리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