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터넷 공간에는 '죽음의 삼각형' 이라는 동영상이 급속하게 유포되고 있다. 어느 고교생이 만들었다는데 길이가 7분쯤 된다. 포털 사이트와 블로그를 타고 불길처럼 번지면서 하루 접속건수만도 1만 건이 넘는단다. 청와대 인터넷 사이트 열린마당에도 올랐다. 누가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가? 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입시지옥으로 내모는 교육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2008학년도 대입입학제도는 내신, 수능, 논술이 삼각구도를 이뤘다고 이 동영상은 말한다. 대학에 들어가려면 내신, 수능, 논술을 다 잘 해야 한다는 소리다. 내신점수를 잘 받자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수능점수를 올리자면 학원에도 열심히 다녀야 한다. 그런데 대학들이 본고사처럼 논술시험을 보겠다고 나섰다. 또 과외지도를 받아야 하니 돈도 돈이지만 그럴 시간인들 있겠는가? 정말 미칠만하다. 새 입시제도의 뼈대는 고교 3년 동안 내신성적을 되도록 많이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수능성적을 등급화해서 반영비율을 낮춘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이름난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골라내기 어렵다며 논술시험을 들고 나왔다. 결국 고교생들은 내신, 수능, 논술이라는 3중고에 갇힌 포로의 형국이 되고 말았다.
이 동영상은 삼각구도의 입시제도가 태어난 배경을 이렇게 질타한다. 정부는 생각했습니다. 사교육비가 이렇게 늘다간, 민심을 잃겠구나. 그래서 수능비중을 낮추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의 불평도 한 몫을 했습니다. 학원만 돈 버는 현실과 학원 수업만 열심히 듣고, 학교에 와서 잠만 자는 학생들이 보기 싫다. 정부는 이 불만을 수용했습니다. 그래서 내신비중을 높였습니다.
학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먹고살란 밀이냐? 그래서 수능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학들도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래서 최고수준의 문제들로 구성된 논술과 본고사식 대학별 고사가 탄생했습니다. 정부, 전교조, 학원, 대학들의 힘 겨루기가 결국 완벽한 균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삼각형 속에 우리는, 학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항변한다.
정부 탓이 크다. 학생만 빼고 누이 좋고 매부 좋게 하다보니 이 꼴이 났다. 이름난 대학들의 독선은 더 문제다. 고교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신이나 수능만으로는 성적이 더 나은 학생을 뽑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논술이라는 형식을 빌린 본고사라는 체로 쳐서 학생을 골라내겠다는 뜻도 이해된다. 좋은 학생이 많아야 학교도 좋아질 테니 말이다. 대학교수이기 이전에 교육자로서 입시제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좀 모자라는 학생이 있더라도 채워주는 게 교육이 아닌가? 꼭 수험생을 일렬로 세워 순서대로 뽑아야 하는가? 대학과 학과를 서열화해서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이 나라에는 세계적 대학의 반열에 오른 대학이 하나도 없나? 선민의식이란 허울을 쓰고 입시제도에 접근하니 이 나라를 학벌사회로 만들고 말았다. 입시실패는 딱지처럼 일생을 붙어 다닌다. 학식이 뛰어나도 학벌이라는 차별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학부모들이 그것을 너무 잘 아니 내 자식만은 그 벽을 뛰어 넘도록 하자며 죽자살자 벌어서 사교육비로 다 털어 넣는다. 사교육비 지출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에 단연 1위라는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사교육비를 대느라 벌어도 벌어도 모자라니 더 가난해진다. 그 돈이면 차라리 유학이 낫겠다며 어린 자식들을 해외로 내몬다. 빈 털털이 기러기 아빠의 신세도 마다 않고 말이다. 양극화 타령을 늘어놓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입시제도에 있다. 편견과 가식으로 가득 찬 대학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교육이 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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