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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미치게 만드는 ‘죽음의 삼각형’
[김영호 칼럼] 내신, 수능, 논술이라는 ‘꼭짓점 댄스’에 멍드는 교육환경
 
김영호   기사입력  2006/04/12 [09:42]

지금 인터넷 공간에는  '죽음의 삼각형' 이라는 동영상이 급속하게 유포되고 있다. 어느 고교생이 만들었다는데 길이가 7분쯤 된다. 포털 사이트와 블로그를 타고 불길처럼 번지면서 하루 접속건수만도 1만 건이 넘는단다. 청와대 인터넷 사이트 열린마당에도 올랐다.  누가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가? 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입시지옥으로 내모는 교육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있다.

2008학년도 대입입학제도는 내신, 수능, 논술이 삼각구도를 이뤘다고 이 동영상은 말한다. 대학에 들어가려면 내신, 수능, 논술을 다 잘 해야 한다는 소리다. 내신점수를 잘 받자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수능점수를 올리자면 학원에도 열심히 다녀야 한다. 그런데 대학들이 본고사처럼 논술시험을 보겠다고 나섰다. 또 과외지도를 받아야 하니 돈도 돈이지만 그럴 시간인들 있겠는가? 정말 미칠만하다.

새 입시제도의 뼈대는 고교 3년 동안 내신성적을 되도록 많이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수능성적을 등급화해서 반영비율을 낮춘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이름난 대학들이 우수한 학생을 골라내기 어렵다며 논술시험을 들고 나왔다. 결국 고교생들은 내신, 수능, 논술이라는 3중고에 갇힌 포로의 형국이 되고 말았다.

▲  '죽음의 동영상'  캡쳐 화면    

이 동영상은 삼각구도의 입시제도가 태어난 배경을 이렇게 질타한다.

정부는 생각했습니다.  사교육비가 이렇게 늘다간, 민심을 잃겠구나. 그래서 수능비중을 낮추었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의 불평도 한 몫을 했습니다. 학원만 돈 버는 현실과 학원 수업만 열심히 듣고, 학교에 와서 잠만 자는 학생들이 보기 싫다. 정부는 이 불만을 수용했습니다. 그래서 내신비중을 높였습니다.

학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먹고살란 밀이냐?  그래서 수능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학들도 목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래서 최고수준의 문제들로 구성된 논술과 본고사식 대학별 고사가 탄생했습니다. 정부, 전교조, 학원, 대학들의 힘 겨루기가 결국 완벽한 균형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삼각형 속에 우리는, 학생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항변한다.

정부 탓이 크다. 학생만 빼고 누이 좋고 매부 좋게 하다보니 이 꼴이 났다. 이름난 대학들의 독선은 더 문제다. 고교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신이나 수능만으로는 성적이 더 나은 학생을 뽑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논술이라는 형식을 빌린 본고사라는 체로 쳐서 학생을 골라내겠다는 뜻도 이해된다. 좋은 학생이 많아야 학교도 좋아질 테니 말이다.

대학교수이기 이전에 교육자로서 입시제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좀 모자라는 학생이 있더라도 채워주는 게 교육이 아닌가? 꼭 수험생을 일렬로 세워 순서대로 뽑아야 하는가? 대학과 학과를 서열화해서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이 나라에는 세계적 대학의 반열에 오른 대학이 하나도 없나? 선민의식이란 허울을 쓰고 입시제도에 접근하니 이 나라를 학벌사회로 만들고 말았다. 

입시실패는 딱지처럼 일생을 붙어 다닌다. 학식이 뛰어나도 학벌이라는 차별의 덫에 걸려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학부모들이 그것을 너무 잘 아니 내 자식만은 그 벽을 뛰어 넘도록 하자며 죽자살자 벌어서 사교육비로 다 털어 넣는다. 사교육비 지출이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국가 중에 단연 1위라는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사교육비를 대느라 벌어도 벌어도 모자라니 더 가난해진다. 그 돈이면 차라리 유학이 낫겠다며 어린 자식들을 해외로 내몬다. 빈 털털이 기러기 아빠의 신세도 마다 않고 말이다. 양극화 타령을 늘어놓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잘못된 입시제도에 있다. 편견과 가식으로 가득 찬 대학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교육이 달라지지 않는다.
 
▲  '죽음의 동영상' 캡쳐 화면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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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4/12 [09:4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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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주 2006/04/12 [20:06] 수정 | 삭제




  • 2008학년도에 대입수능시험-논술 보는 학생들 중에서 집단자살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내신등급제, 수능등급제는 그런 위험을 내포하고 있거든요.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기대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학생들이 자포자기하여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 말씀드리죠.

    자, 해결방법이 없는 것 아닙니다. 무시험-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딱 하나만 생기면 모든 문제는 저절로 해결됩니다.

    자, 지금부터 우리 같이 상상해 봅시다.

    성적이 하위 50%에 속한 학생의 입장에서 상상해 봅시다. 아무리 돈 들여서 과외 받아도 명문대나 인기학과에 입학하기는 거의 불가능하죠. 그렇다고 남들처럼 죽어라 공부해도 들어갈 수 있는 대학/학과라는 것은 거기서 거깁니다. 조금 더 나은 대학/학과에 입학하려고 3년 동안 죽어라 공부해야 할 판국입니다. 안 그러면 열심히 공부하는 경쟁자들 때문에 조금 못한 대학/학과에 갈 수 밖에 없을 테니까요.

    3년 동안 죽어라 공부하고, 돈 마구 들여 과외 받아도 단지 조금 더 나은 대학 조금 더 나은 학과에 입학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나마도 눈치작전을 펼쳐야 하고, 합격된다는 보장도 없고, 입학통지를 받을 때까지 발 뻗고 잘 수도 없습니다. 혹시라도 재수할 것을 상상해 보십쇼.끔찍할 테죠... 그렇게 들어간 대학/학과가 마음에 안 드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예를 들어 서울대생의 50% 이상이 학과선택에서 후회하고 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그 잘났다는 서울대생조차도 이 모양입니다.) 그렇다고 전과하는 것이 쉬운 것도 아닐 뿐더러, 굳게 결심한다 해도 재수하는 것은 고역입니다. 합격한다는 보장--어디에도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방의 어느 사립대학교 하나가 무시험으로 입학생을 선발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죠. 3월 5일 다음 학년도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냅니다. 아무 시험 없이, 내신성적도 요구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간단한 원서만 제출하면 됩니다. 3월 10일 원서접수마감이 끝났습니다. 입학정원에 미달한 학과에 원서를 낸 학생은 무조건 합격입니다. 그리고 입학지원자의 수가 입학정원보다 많은 경우가 생기면, 그 경우에는 추첨(제비뽑기)로 입학생을 선발합니다. 추첨은 공개적으로 행해지고, 합격과 불합격 결과는 이메일로 즉시 통보됩니다.

    기본적인 과정은 이렇습니다만, 인기학과인 의대와 치대와 약대와 한의대는 이전처럼 경쟁시험을 통해서 선발합니다. 이들 학과의 특성상 공부 잘 하고 머리 좋은 학생을 선발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과목은 영어, 수학, 화학, 생물학 정도가 되겠지요. 나머지 과목은 시험치지 않습니다. 또 예체능계 학과의 경우는 실기시험성적만으로 입학생을 선발합니다. 이 두 예외 학과의 경우에도 '내신성적'은 절대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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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이 하위 50%에 속하는 학생은 마음 속으로 잘 저울질해 볼 것이 틀림없습니다. 죽어라 공부해서 그저 그런 대학/학과에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널널하게 학창생활 보내다가 무시험-추첨 입학하는 대학에 들어갈 것인가?

    무시험으로 입학하기 때문에 과외를 받을 필요가 없겠죠. 그리고 무거운 입시공부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게다가 학기초인 3월에 입학생을 선발해 버릴 수가 있고, 한 술 더 떠서 1학년초에 합격을 확정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무시험-추첨 입학은 입학전형시기를 이렇게 앞당기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죠.

    더 재미있는 것도 있습니다.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재수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 ^ 좀 다녀 보다가 학과 선택이 적성에 안 맞다고 생각하면 즉시 재수를 결심할 수 있지요.

    이것으로 끝이냐 하면 그게 아닙니다. 공부 안 해도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이라고 해서 공부를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진정한 공부경쟁은 대학에 입학한 후에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학입학을 위해서 하는 공부는 진정한 경쟁이 아니라, 매우 일시적인 그리고 사실상 별로 쓸모가 없는 경쟁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국사연대 졸라 외워도 그거 시험성적 올리는 데 외에는 아무 쓸모가 없죠. 고전문학은 또 어떻습니까? 그게 일평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 ^

    대학공부를 널널히 하다가 졸업하게 되면 어찌 되나요? 좋은 기업에 입사할 수가 없습니다. 전문가가 되어 당당하게 졸업할 수도 없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겁도 없이 공부를 등한시할 수 있겠어요? ^ ^

    몇 년 뒤에는 고등학교 졸업생 수가 40만 명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지금 대학입학정원이 대략 65만 명 정도거든요... 대학은 서로 입학생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눈에 불을 켜게 되는 겁니다. 재정이 약한 사립대학/명성이 낮은 지방대학/취업률이 높지 않은 대학부터 망하게 될 겁니다. 말을 안 하고 있어서 그렇지, 대학들은 지금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놓여 있단 말이죠.

    이런 상황인데, 무시험-추첨 입학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 출현해서, 다른 대학보다 앞선 시기에 입학생을 싹쓸이를 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지금처럼 수능시험-논술고사-내신성적으로 경쟁선발시험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코너에 몰리게 되는 겁니다. 이들은 도무지 시기를 앞당길 수가 없고, 설사 조금 앞당긴다고 해도 무시험-추첨 입학의 전형시기보다 앞설 수가 없거든요.... 결국 시간이 좀 흐르고 나면 대부분의 대학 대부분의 학과가 무시험-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이거죠.... 누가 강요해서가 아니라, 저절로 그리 된단 말입니다. 지금 명문대라고 뽐내는 대학들은 혹시 타격이 적을지 몰라도, 어중간한 대학들은 도저히 견뎌낼 수 없을 겁니다. 결국 견디다 못해서 무시험-추첨 입학제도를 선택하게 되겠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대학입학전형제도는 크게 둘로 나뉘게 됩니다. 첫째는 지금처럼 경쟁선발시험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이고, 둘째는 무시험-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입니다. 명문대와 인기학과는 첫째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나머지 다른 대학들은 둘째를 선택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대학입학전형제도가 이렇게 둘로 나뉘면, 대략 30%의 고등학생은 명문대/인기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 경쟁선발시험을 준비하게 되고, 나머지 70%의 학생은 널널하게 공부하면서 대학에서 공부할 것을 준비하게 됩니다. 준비하는 내용이 완전히 다르지요. 이런 이유로 과외문제의 70%가 해결될 것으로 봅니다.

    고등학생의 70%가 입시부담 없이 널널하게 공부하면 어떻겠습니까? 지금과는 다른 고등학교 교육이 필요해집니다. 학생들을 공부하라고 다그치기만 하는 학교가 아니라, 성적이 낮은 과목은 보충하는 의미에서 과외를 받더라도, 남는 시간에는 취미나 특기를 훈련하는 여유가 생기거든요. 춤을 좋아하는 학생은 춤을 배우고 연습할 시간이 나고, 사회봉사가 좋다는 학생은 나름대로 봉사할 시간이 나겠죠. 매일 운동을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고요. 이렇게 고등학교 커리큘럼의 변화가 생깁니다.

    대학서열이 사라집니다. 극소수의 명문대학을 제외하면, 나머지 대학은 서열이 사라지게 되죠. 지금까지는 입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대학의 서열이 묵시적으로 존재했었잖아요? 그런데 무시험-추첨 입학이 늘어나면, 이런 대학에 입학한 학생의 경우는 성적이 높은지 낮은지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결국 기업이 그 학생의 자질을 알기 위해서는 대학에서의 성적을 평가하거나 실력을 확인하는 입사시험을 치는 수밖에 없게 됩니다. 어느 대학에 입학했다는 것은 더 이상 간판 역할을 하지 못하겠죠. 오로지 성실과 실력만이 대학졸업생의 가치를 결정하게 됩니다.(이런 이유로 탱자탱자 노는 대학생은 손해를 보게 되는 거죠.)

    이것 외에도 드릴 말씀은 많으나, 이 정도로 그치지요.

    몇 마디만 더 추가하겠습니다.

    우선 학부모님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무시험-추첨으로 입학하는 대학은 분명히 메리트가 있습니다. 우선 과외비가 필요 없고, 다음으로 3년 내내 마음 졸일 필요가 없거든요. 과외비할 돈 모아다가 노후대책으로 쓰셔도 좋고, 아껴 놓았다가 대학등록금으로 내시든지 어학연수비용으로 보태셔도 좋다 이겁니다.

    대학들이 대부분 무시험-추첨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시기가 조만간 오게 될 겁니다. 그러면 무시험-추첨 입학 대학들은 입학생을 유인하기 위해서 새로운 장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들은 장학금제도나 교육수준이나 취업률로 경쟁하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 말의 의미는 곧 대학의 경쟁력이 몇 년 안에 지금보다 몇 단계 위로 올라간다는 얘기가 됩니다..... (감이 잘 안 오시더라도 설명을 여기서 끝냅니다. 대학당국의 관계자는 이 말의 의미가 칼같이 와 닿을 겁니다만.. ^ ^) 대학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새로운 경쟁은 새로운 대학서열을 만들어 내게 될 겁니다. 겁나는 얘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