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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시작은 '굴욕'이되 결말은 '파탄'
[논단] 개방과 경쟁이라는 노대통령 발언,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와 똑같다
 
김기대   기사입력  2006/03/15 [13:20]
한미 FTA란 이름의 죽음의 청룡열차
 
정부에서 어느날 갑자기 국민들을 어지럼증 느끼게 만드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인들 전체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덜컥 미국에 양보해준 것도 큰 문제인데, 이런 것도 부족해서 미래 한미 동맹관계를 규정했다는 FOTA(미래동맹정책구상) 내용, 스크린쿼타 축소, 그리고 이어지는 한미 FTA체결 예정 선언 등등...
 
모두가 중대한 일이고 국민 생활에 큰 충격을 주는 일이기에 크게 놀라울 일이며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그런 중요한 일들을 국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정부가 그냥 백지수표 식으로 미국측에 양보해버리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는 한반도가 언제든 주변국 분쟁에 자동적으로 휘말려들게 만들고, 노무현 정부의 FOTA(미래동맹정책구상) 내용은 두고두고 족쇄가 되어 후임 정부에 자주적 결정을 못하게 하는 불평등의 굴레가 될 것이다.
 
군사적 부문에서의 충격적 양보 건은 잠시 접어두고 우선은 경제적 충격이 극심할 한미 FTA에 성격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흔히들 무관세 자유무역을 쉽게 말하곤 한다. 노무현대통령도 ‘개방과 경쟁을 통해서 세계 일류로 가는 길’이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일류 이데올로기는 일제시대부터 내려오는 극우 보수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새로울 것도 없으며 약자의 열등의식이 깊이 내재해 있다.
 
경쟁이 쉬우면 왜 대통령은 장수천 물장수에서 실패를 했을까? 소위 무한경쟁이라는 국제사회에서의 경쟁은 좁은 국내의 물시장 경쟁보다 더 거칠고 험한 것이다. 물장수 같은 경우는 장사에서 실패해도 공장의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도 충분히 이익이 남는 장사라고 말들을 하는 비교적 쉬운 게임인 것이다. 그런 비교적 쉬운 장사에서도 실패한 대통령이 무슨 자신감이 갑자기 넘쳐서 국민들을 죽음의 레이스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일까?
 
이런 비인간적인 극우이데올로기를 구현할 것 같았으면 한나라당이 더 잘 하고 조선일보가 더 잘 할 텐데 왜 개혁을 내세우며 이런 엉뚱한 극우이데올로기를 퍼뜨리며 국민들 삶을 충격속으로 몰아가고 있을까? 양두구육의 정치가 아닌가?
 
자유시장 경쟁에서 거대한 강자는 약자가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힘을 일방적으로 발휘한다. 가까운 예를 보더라도 최근 현대자동차는 환률변동으로 인한 재정어려움이 발생했다고 하청업체에 일괄적으로 납품가격 하락을 요구하여 금융감독원의 제재가 거론될 정도였던 것이다. 이렇듯 강자인 거대 기업과 납품하는 약자인 중소기업은 자유경쟁 시장에서 결코 평등하지 않기에 약자는 늘 자유경쟁에 취약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다행히 국내시장은 그래도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정부규제가 있으니 거대 기업의 거친 일방적 위력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제동장치라도 있지만 세계정부가 없는 국제무대에서는 강대국 거대자본의 압력에 약소국 중소기업은 유무형의 불이익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이 있기에 일단 거대한 국가와의 무관세 자유무역은 그 자체로 약소국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기에 대단히 신중하게 여러 가지 사항을 면밀하게 검토한 후 접근해야 되는 일이다. 졸속 진행은 공동체에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외에도 자국내 시장상황의 독특성으로 더욱 유의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은데, 가령 미국시장의 경우는 외국에서 저렴하게 무관세로 들어오는 값싼 제품이 미국시장의 가격안정과 정치안정에 큰 도움을 주는 구조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농산물이건 혹은 공산품이건 시장에 충격을 줄 일이 별로 없어서 무관세 무역에 환영하는 입장이다.
 
양극화의 원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미국사회는 값싼 외국의 농산물 대량 수입에 의해 저소득층이나 빈민들의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 가격을 낮은 가격에 안정시켜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폭동 등의 압력을 원천적으로 막는 순기능을 한다고 흔히 얘기된다.
 
이번의 카트리나 재해 때에 전세계가 놀랐을 정도로 공권력에 의한 통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면 언제든 폭동이 일어날 수 있는 빈부의 차가 큰 사회인 것이다. 이런 폭동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일단 낮은 생필품 가격으로 최소한의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기에 빈민들이 비교적 조용하게 저항없이 사는 것이다.
 
또 미국의 경우는 세계 최강대국으로서 1972년도 이전까지는 금을 준비한 후 달러를 발행하는 금화본위제도인 태환제도였지만 1972년도부터는 이 제도를 포기하고 달라와 금을 전혀 연계시키지 않고 달러를 발행한다. 따라서 아무리 재정적 적자를 겪더라도 미국 이외의 나라가 미국의 양해없이 일방적으로 외화를 빼가 국가에 충격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와 같이 외환위기 사태 같은 것이 발생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오랜 기간동안 여러 나라로부터 수입을 광범위하게 해오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나라가 무관세로 제품이 들어오더라도 국가적 충격을 줄 일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이다. 그래서 미국은 전통적으로 아주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각국으로부터 수입을 해도 되는 상황이며 또 해야 되는 상황인 것이다. 무관세 자유무역은 미국에 여러 면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수적인 엘리트 지도자들이 할 수만 있으면 약소국들과 무관세 자유무역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우리나라는 좁은 시장에서 특정의 값싼 제품이 밀물처럼 밀려들면 높은 관세로 지켜지던 부문의 시장은 그대로 죽게 된다. 거대한 초강대국으로부터 밀려드는 대규모의 값싼 물량 공세에 직면하게 되면 작은 시장의 경쟁력 약한 상품은 곧 바로 죽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의 상식인 것이다. 그래서 모두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제품은 어느 정도 수출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와 철강 등이 미국에서 선전하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철강은 이미 94년도부터 한미간 사실상 무관세의 FTA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수출하는 상황이지만 양국 협의에 의해 무관세로 수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한미 FTA를 한다고 해서 철강산업의 수출에 추가적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등도 약간의 관세를 낮춰 소비자 가격이 조금 더 낮아지면 분명 약간의 수출증가가 있겠지만 큰 이득은 없는 것이다. 미국은 각종의 나라가 진출하여 백화점처럼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낮은 과세율에 따른 약간의 관세인하가 있다고 하여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이다.  
 
미국에 체류한 적이 있고 또 미국사회에 정통한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가 지적하는 “미국은... 사실 2%인 현행 관세를 낮춰봐야 별 소득이 없다. 반면 우리는 30-40% 관세 적용도 있는데 이건 다 내주는 거다”라는 말을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득될 것은 미미하지만 손해될 것은 크고 심대한 것이다.
 
그나마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이룬 대기업의 경쟁력 있는 제품들은 그런대로 살아남아 명맥을 잇겠지만 중소 규모의 소위 한계 기업들은 줄줄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간의 자유무역협정인 FTA는 사회적 강자에게는 어느 정도 안전장치가 있는 셈이지만 약자들에게는 안정장치가 없는 게임인 것이다. 한-칠레 간 FTA를 대비하며 3년간이란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논의했고 또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에게 수 조원의 보상을 했던 것을 감안하면 지리적으로 멀어 운송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자유교역으로 인한 충격이 상대적으로 약한 칠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거인인 미국과의 자유무역에는 그 만큼 위험부담이 크기에 즉흥적으로 해서는 결코 안 되며 주도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350만 농민이 무너지며 곧 바로 도시빈민화될 것이란 우려는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다.
 
다른 부문도 결코 안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대기업 조차도 적대적 M&A에 노출되며 형해화될 가능성도 높다. 기업사냥꾼들이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노리고 사냥 후 이득을 남기고 되판 후 빠져 나가면 거대 기업조차도 형해화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싱가포르 요르단 이스라엘 등은 모두 나름대로 큰 문제가 없고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싱가포르나 요르단은 사실상 도시국가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자유무역에 체질적으로 맞는 셈이고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국무부장관도 눈치를 보는 국가이기 때문에 경제적 종속과 왜곡 등의 문제를 복잡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멕시코는 경제적 종속문제로 내면적으로는 멍든 사회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사실 FTA를 말하면 한-중-일 3국간의 무관세 자유무역을 하면 유리한 점이 많다. 근대 역사상 일본의 침탈로 인해 우려되는 부분이 적잖이 있지만 그래도 이웃하는 나라로 또 이미 무역역조는 어느 정도 겪을 만큼 겪어서 내성이 어느 정도 길러졌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부분이 많다.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일본의 거대 자본 및 앞선 기술, 그리고 지역적으로 또 기술과 자본의 입장에서 중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의 입장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함에도 불구하고 1998년도부터 연구를 시작한 한-중-일 FTA는 여러 연구기관에서 제법 많은 양의 연구가 나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척이 느리게 되고 있다. 그만큼 FTA는 국가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진행된다는 말이다. 그런 무관세 자유무역을 세계 최강대국과 체결하려 하면서 번개에 콩볶아 먹듯이 연구기관의 연구보고서 한 장을 달랑 들이밀며 어느날 갑자기 진행하니 국민들은 놀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FTA는 경제적 충격도 충격이지만 경제 외적인 정치문화적 충격도 대단히 큰 일이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간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을 하는 국제사회이지만 그 관계는 결코 평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약자에게는 비대칭적인 의존적 관계가 형성되어 강자에게 더욱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에 한-미간의 불평등한 의존적 관계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의 영화가 한국에 수입되는 만큼 한국의 영화가 미국에 대등하게 수출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방적 종속에 빠져들 가능성이 대단히 높은 것이다.
 
이런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이 전개되는 한미 FTA는 근본적으로 졸속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운명이 좌우되는 중대한 문제가 가장 졸속적으로 처리되는 현장인 것이다.
 
이러한 경제 및 문화적 종속 문제 외에도 정치-군사-외교적 종속문제가 더 불평등하게 심화된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 이런 것은 국내에서 별로 거론되지 않지만 미국측에서는 확실하게 내다보며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한미 FTA를 추진하며 미국측에서는 경제 외적 요인인 국제 정치적 고려도 크게 작용했다는 최영석 주미 대사관 신임 경제공사의 배경 설명은 그런 측면에서 대단히 주목되는 내용이지만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이다.

우리가 원치 않던 이라크 파병을 스스로 국회에서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배경에는 군사 외에도 정치경제적 요인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자유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무한 자유경쟁을 강요할 일은 아니다. 특히 국민의 상당수가 그러한 무한 자유경쟁 속에서 곧 바로 직접적 충격을 받게 되고 또 그 충격이 단순한 충격이 아니라 생존에 치명적 상처를 받게 될 그러한 무한경쟁에 대통령이 앞장서 내몰면 안되는 것이다.
 
흔히 민물고기 장사치들이 미꾸라지를 싱싱하게 운송하기 위해 가물치를 미꾸라지 통안에 넣어둔다고 한다. 그러면 가물치의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미꾸라지들이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가운데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자유경쟁을 찬양하는 사람들이 많이 인용하는 말이다. 노대통령도 이런 경쟁 이데올로기를 생각하며 한국의 서민들을 죽음의 레이스로 몰고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시적 이동에는 이런 가물치 논리가 먹혀들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미꾸라지들은 가물치의 먹이가 될 따름인 것이다. 통 속에는 미꾸라지는 사라지고 가물치만 남게 되는 것이다.
 
무한경쟁은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무자비하고 거칠다. 한국의 사회는 그래도 인간중심의 유교문화 전통이 남아 있어 거대 자본의 재벌기업이 돈 된다고 두부장사로 진출하지는 않는다. 욕을 얻어먹기 때문에 거대 자본이 경제적으로 허약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는 적어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공간에서 약자들도 작은 규모의 장사를 하며 최소한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의 거대자본이 무자비하게 자유경쟁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것이다. 약자들은 가물치 앞에 무방비로 노출된 미꾸라지 신세가 되는 것이다. 외국의 거대 자본들에게는 돈이 된다면 불법이 아니면 무엇이든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어느날 갑자기 국민들에게 강권하는 한미 FTA는 국민을 청룡열차에 태우는 것과 같다. 많은 긴장과 변화, 공포, 재미가 뒤섞여 있을 것이기에 그 전망을 함부로 하기 힘들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대통령이 친절하게 타기를 권하는 한미간 FTA라는 청룡열차에는 특실을 제외한 일반실에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십 미터 허공에서 한바퀴 회전을 하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떨어져 죽거나 치명적으로 다칠 것이다. 비록 안전장치가 없더라도 팔 힘이 좋은 사람들은 그래도 주위의 잡을 것을 꽉 잡으며 떨어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한계인생(marginal life)이라는 사회적 약자들은 곧 바로 추락하여 죽거나 치명적 상처를 입을 것이다.
 
또 한고비를 넘겼다 하더라도 끝나지 않는 것이 청룡열차의 속성이기 때문에 또 다른 오르막 질주와 내리막 질주 및 허공돌기 속에 떨어지는 탈락자들이 계속해서 나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안전장치 없는 청룡열차이기 때문에 저 높은 곳에서 공중회전을 하며 이웃이 추락하더라도 자신들이 살기에도 바빠 이웃이 추락하는지 살필 경황도 없게 된다. IMF 사태시 이웃이 죽어나가도 우리가 신경을 제대로 쓸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의 생존 자체가 위기에 내몰리게 되기에 이웃의 죽음을 신경쓸 겨를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청룡열차가 출발하면 발생하게 될 일이다. 
 
그리고 유의해야 될 또 다른 중요한 것으로, 이 청룡열차는 놀이공원의 것과 달리 한번 타게 되면 다시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IMF사태를 겪고 다시는 IMF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 갈 수 없는 것과 같다.
 
대통령은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어지니까 협상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그만 두면 된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것은 국정최고 책임자로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닌 것이다. 마치 여자를 꼬득여 모텔로 유인할 때 남자들이 많이 쓰는 무책임한 유혹의 논리와 같은 것이다. 섹스를 하지 않을 것이면 아예 모텔로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지, 어떻게 한번 같이 들어가 보고 싫으면 다시 나오면 된다는 말을 국정을 책임진다는 사람이 할 논리일까?
 
모텔에 들어가 옷을 벗으면 사실상 다시 그대로 나오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로 이미 강대국과 협상이 진전되면 되돌리기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다. 아무 것도 진전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도 압력을 견디기 어려웠는데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황에서 없었던 상황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은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회담이 여의치 않으면 대통령은 과연 회담을 원위치시키며 스크린쿼터를 축소한 것을 원위치 할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은 부정적인 것이다.
 
대통령이 국정을 하며 전개하는 논리가 일반인들이 여자를 모텔에 유인하듯이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을 담는 국가정책은 여러 가지 측면을 전문적으로 검토한 후에 안정적이고 좋은 일만을 결정하여 시행해야 되는 것이다. 위험한 일을 국민들에게 시험적으로 권해서 위험한지 않은지는 나중에 봐가며 판단하자는 말은 사실 국정최고책임자로서 국민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최악의 망발인 것이다.
 
한미 FTA를 한다고 해도 모든 국민들이 다 죽어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또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겠지만 적지 않은 이웃들은 사라지고 노숙자와 빈민 신세가 될 것이다. 지금도 양극화의 고통 속에 적지 않은 이웃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죽어가고 있다. 양극화의 골을 더 깊고 또 넓게 심화시킬 한미간 FTA이기에 우려가 큰 것이다. 대통령이 친절하게 탈 것을 권하는 안전장치 없는 청룡열차가 이웃의 아픔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래서 죽음의 놀이로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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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3/15 [13: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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