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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미군 이전, 주민반대 88% 거세다
전략적 유연성 추진 주일미군 재배치 걸림돌, 재마&나고시도 거센 반발
 
최별   기사입력  2006/03/13 [15:26]
일본의 수도인 도쿄로부터 남서쪽으로 7백여 킬로미터 떨어진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가 도쿄 인근에 있는 미군부대의 관내 이전을 반대키로 주민투표로 확정했다고 AP통신이 12일 밝혔다. 이 도시의 주민투표 결과는 법적 효력은 없지만 오키나와현, 가나가와현 등 주일미군의 재배치를 앞둔 지역 주민들에게 반대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AP통신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와쿠니시는 12일 도쿄인근 가나가와현의 아트수지에 있는 미해군 'SS키티호크 항공수송부대'를 이와쿠니시 미해병대 항공부대로 이전 배치하는 문제를 주민투표에 부쳐 88%(43,433명)의 반대표를 얻었다. 총 유권자 8만5천명 중 58%인 4만9천3백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찬성은 10%(5천3백70여명) 수준이었다. 조례에 따르면, 투표율이 50%를 넘으면 유효하다.
 
법적 효력 없으나, 자치체 집행부 반대 추진키로
 
▲ 이와쿠니시 지도. 
중앙 정부와 미국방부의 이전계획에 따르면, F/A-18 공군 전투기를 포함해 57대의 항공기와 1천6백명의 군인이 아트수지에서 이와쿠니로 이전 배치되게 된다. 이와쿠니 해병부대에는 현재 3천5백여명의 미해병대원이 주둔 중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주민투표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조례에 따라 시장과 시의회는 투표결과를 시정에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이와쿠니 주민투표 결과는 정부의 미군부대 이전 배치계획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같은 입장에 있는 오키나와현의 나고캠프, 가나가와현의 재마캠프 이전 배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쿠니시가 애초 주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일부 그룹이 나서서 선거 보이코트 캠페인을 벌였었다. 이들의 입장은 일미 안보동맹과 미군부대 확장에 따르면 지역 내 고용증대가 최우선이라며 부대이전을 찬성하는 쪽이었다. 인구 10만3천명의 이 해안도시 경제는 미군부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투표율이 58.68%를 기록해 보이콧캠페인은 실패했다.

따라서 선거보이콧을 추진하는 그룹은 카스스케 이하라 시장이 주민투표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재선을 노린 정책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시는 4월 주변 자치체와 합병을 거쳐 새 시장 선거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하라 시장은 길거리 유세를 통해 주민들에게 주민투표에 최대한 참여할 것을 요청하며 중앙정부와 미행정부에 주민들의 명확한 의사를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시장의 주민투표 회부는 여러 비정치적 시민단체들의 지지를 얻었다.

유권자들의 이런 반응은 미공군기들의 소음 공해 뿐 아니라 아트수지 부대에서 이전해 오는 1천6백여명의 미군이 일으킬 사회적 범죄와 항공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 공해를 우려한 것이었다.
 
시장 "미국과 일정부에 명확한 주민의사 보여주자"
 
이하라 시장은 주민투표가 시행되기 전 주민 다수가 원치 않는다면 자신이 나서서 중앙정부가 미군부대 이전을 취소하도록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번 주말 후쿠시로 누카가 방위청 장관을 만나 투표 결과를 전달하고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 이와쿠니시에 있는 미해병대 항공부대 정문. 
이런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와 미 행정부는 일본내 미군부대의 재배치 계획을 추진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달 말경 양국은 최종 합의를 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고위 관리들도 자치단체의 반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주일미군의 이전배치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외무성의 한 고위 관리는 7일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미간에 미군 재배치를 추진키로 이미 합의했음을 강조했다. "일본정부가 더 이상 조정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미국측으로부터 주민을 설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미군 부대 이전에 대한 반발은 이와쿠니시 뿐 아니다. 가나가와현 재마 시민 1천8백여명도 11일 '캠프 재마' 이전 반대시위를 벌였다. 일본 정부는 워싱턴에 있는 미육군 제1사령부 본부를 '캠프 재마'로 이전키로 합의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재마시의 카수지 호시노 시장도 이날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며 도심 중앙에 있는 공원에서 캠프 재마 정문 앞까지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보다 앞선 4일에도 오키나와현의 케이치 이나민 지사와 나고시장인 요시카쿠 시마부쿠로도 군수시설청장인 이와오 키타하라를 만나 현 내 기노완시에 있는 미해병대 후텐마 공군기지를 나고시로 이전하는 계획을 반대하는 뜻을 전했다.
 
아베 장관, "일미 이미 합의단계, 수용 불가" 뜻
 
이 같은 자치단체와 주민들의 주일미군 재배치 반대 움직임에 대해 신조 아베 장관은 수용할 뜻이 없으며 협상이 이미 완료단계에 와 있음을 내비쳤다. 후텐마기지 이전에 대해서도 아베 장관은 "지역민의 의사를 가능한 수용하는 게 좋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일미간 협상이 이미 확정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이와쿠니 미해병대 항공부대 내 활주로. 
한편, 일본에는 현재 5만여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미국방부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추진하며 일본, 한국 등 주둔군의 재배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일미군 재배치는 10년 계획으로 추진되며 총 250억달러가 드는 사업이라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일본 정부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5만여명의 미군 대부분은 오키나와현에 있는 부대에 주둔하고 있다. 오키나와현은 미군이 2차 대전 직후 점령해 식민 통치를 하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한 곳. 1995년 3명의 미군이 12살 일본 소녀를 강간해 사회적 반발을 샀던 지역이다. 주민들은 거세게 미군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올 1월에도 미군이 한 일본인 여성을 살해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주일미군 사령관이 일본 국방성 관계자에게 직접 사과를 했었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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