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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하마스 집권, 중동 새판짜기 본격
반서방 아랍국들 “민주시대” 환호... 이스라엘과 미국 당혹감 드러내
 
최별   기사입력  2006/01/27 [16:38]
팔레스타인의 무장투쟁 세력인 하마스가 10년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파타당을 꺾고 압승을 거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 세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이란 등 이웃 이슬람 세계는 환호하고 있다. 따라서 지구촌 최대의 화약고인 중동의 향후 판세변화에 지구촌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마스는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전체 132개 의석 중 76개를 차지했다고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가 27일 전했다. 하지만 하마스의 예상 밖 압승은 오랜 갈등을 겪고 있는 양국간 평화협상에 먹구름을 드리웠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민족주의 운동'을 기치로 야세르 아라파트 주도로 결성된 뒤 35년 동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지배해 온 파타당은 이 번 총선에서 고작 43석을 얻는 데 그쳐 소수파로 전락했다. 파타당은 선거기간 내내 끝없는 분열과 부정부패 및 무능 여론에 시달려왔다.

하마스 76석, 파타당 43석

하마스의 압승에 대해 인디펜던트는 유권자들이 그들의 무장투쟁이나 이스라엘 붕괴라는 목표 그 자체를 지지했다기보다는 지난 10년이 넘게 지배해온 자치정부와 파타당의 부패와 무능력에 대한 반발이라고 평가했다.

하마스는 압승이 확정된 직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파타당과 연립 정권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분쟁의 상대인 이스라엘 뿐 아니라 미국 등 서방 및 이들과 친한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아랍국들의 우려를 의식한 제스처로 보인다.

하마스는 파타당 출신의 자치정부 수반인 무하마드 압바스에게 연립정부 수립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하마스의 가자지구 대표인 무하마드 자하르는 "수반은 유권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며 "만약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하마스 단독 내각을 구성할 것이며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압바스는 아직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추진하는 이스라엘과 평화협상이 하마스가 주도하는 새 내각으로부터 위협을 받게 되면 수반직을 그만두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익명을 요구한 파타당의 한 간부는 지도부가 긴급회의를 열고 하마스의 연립내각에 참여치 않겠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고 언급했다. 선거 패배가 확실해지자 아마드 쿠레이 총리가 이끄는 파타당의 내각은 압바스에게 총사퇴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파타당이 끝까지 연정을 불참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압바스의 지지를 받고 있어 그와 친분관계를 과시하는 무소속 지아드 아부 암르 의원은 인디펜던트와 대담에서 “파타가 총선결과에 상처를 입은 데다 화가나 지금 망설이고 있지만 곧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35년 부패와 무능에 유권자 등돌려

이스라엘과 미국 등 서방은 하마스의 압성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선거 뒤 거듭 하마스가 포함된 정치세력과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투병중인 샤론을 대리해 총리 직무대행 중인 이후드 올머트는 하마스 승리 뒤 긴급 각료회의를 거쳐 내놓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붕괴를 목표로 활동하는 무장세력이 참여하는 행정부와는 협상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유럽 나라의 정상들도 하마스의 등장에 긴장하며 무장투쟁 노선의 포기와 이스라엘을 인정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민주주의는 폭력의 포기에서 시작된다"며 "이제 하마스의 손에 달렸다"고 언급했다. 유럽국가들은 매년 팔레스타인에 3억4천만 달러의 지원금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은 "하마스 불인정" 시각을 거듭 발표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도와 주도하고 있는 '중동 평화 프로세스'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하마스의 고위급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는 BBC와 대담에서 "걱정할 필요 없다"며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국민, 아랍세계, 그리고 국제사회에 열려있는 조직으로 성숙한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마스는 지난 1년 동안 무장투쟁을 중단하고 조직기반 확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5년 동안 58건의 자살폭탄 공격으로 4백 명 이상의 이스라엘 민간인이 희생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에 대항한 자위권 차원이어서 서방의 일방적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하마스, 연립정권 등 유화 제스처

실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화력을 앞세운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지난 87년 대이스라엘 무장봉기인 '1차 인티파다' 때 성직자 야메드 야신 등이 주도해 결성됐다. 당헌에 '이스라엘 붕괴와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명시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2003년부터 ▲ 동예루살렘과 서안의 완전한 반환 ▲ 이스라엘이 세운 분리장벽 철거 ▲ 수감된 8천명 팔레스타인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며 무력공격을 중단하고 조금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서방세계는 우려를 거두지 않고 있어 하마스는 향후 행보에 딜레마를 안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는 서방의 압박이 계속되면 이란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이란의 강경파 대통령인 마흐무드 아하마디네자드는 이 나라에 망명 중인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마샤할을 만나기도 했다.

하마스의 집권은 이스라엘에도 보수 바람을 몰아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경파 벤자민 네타냐후가 재집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샤론이 주도한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주민의 일방적 철수 정책은 번복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아랍 정치평론가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선거결과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하마스와 평화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마스에 대해서도 강경 입장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 보도했다.

평화협상 변화예고... 실질적 협상가능 시각도

이들은 하마스의 승리는 비록 미국이 원치 않는 결과라 하더라도 아랍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진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에 동조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으로 국내 정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의 아랍국들은 아직 하마스의 승리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실제 미국의 후원으로 이스라엘이 추진해온 양국 평화협상에는 먹구름이 낄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전망도 나온다. 여론의 지지를 받는 하마스가 평화협상에 나서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더 큰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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