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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가 음모? 한나라당 반성 먼저하라
[논단] ‘황우석 사태’가 ‘정권음모’라면 ‘폭설도 음모’, 한나라당 반성해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5/12/23 [15:00]
근거 없는 음모론은 혼란만 야기할 뿐
 
이른바 ‘황우석 사태’가 ‘정권의 음모’라는 기상천외한 주장이 제기되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이 "노무현 정권의 실세와 그 측근들이 '황 교수 신화 만들기'와 '황 교수 죽이기' 음모에 절묘하게 개입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관련된 국가적 권력형 대형 비리를 관심에서 벗어나도록 기획한 '정황적 증거'가 한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음모론을 제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촉구했다고 하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대체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하긴 이 의원의 주장처럼 'X파일' 도청 수사나 홍석현·이건희 관련 삼성 비자금 사건, 이광재 의원 삼성채권 수수 사건 등의 대형 비리 의혹 사건들이 황우석 사태에 묻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진 측면이 없지 않다.
 
그리고 흔히 ‘줄기세포 관련주’ 라고 불리는 주식들이 황우석 교수의 연구성과에 힘입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폭등한 것도 사실이고 이 와중에 엄청난 규모의 재산증식에 성공한 사람들도 소수이긴 하지만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이러한 정황들만을 가지고 “황 교수가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이 의원의 용기(?)는 어처구니없음을 넘어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이 의원은 마치 참여정부가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만약 현 정권이 그런 수준의 유능함(?)과 치밀함을 지니고 있었다면 정권의 실세들이 직,간접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각종 비리사건들이 수면위로 드러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한 최근에 속속 밝혀지고 있는 황우석 교수팀의 치명적 치부들-예컨대 연구과정의 비윤리성, 2005년 논문의 위조사실을 비롯한 연구결과 전반에 대한 의혹 등-은 마땅히 이를 감독하고 시정했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이를 방조하고 지지와 격려로만 일관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입증할 따름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갖가지 음모론-미국정부와 유태계 자본의 음모라는 설(說)에서부터 삼성이 배후에 있다는 설(說)까지-이 난무하면서 황우석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시기에 이 의원이 제기한 음모설은 혼란만 가중시킬 따름이다.
 
‘황우석 사태’의 본질을 직시하자
 
분명히 말하건대 황우석 사태의 본질은 연구과정의 비윤리성과 2005년 논문의 위조사실을 포함한 연구결과 전반에 대한 의혹이다.
 
매매난자의 사용과 연구원 난자의 사용은 국제적 윤리기준을 위반한 중대 잘못이다. 사정이 한층 고약한 것은 황 교수가 매매난자를 제공받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연구원 난자가 기증되었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5년 논문의 위조사실을 비롯한 연구 결과 전반에 대한 의혹은 숫제 ‘국민 사기극’, 아니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극으로 판명 날 가능성이 압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05년 논문의 위조사실은 서울대 조사위가 확인한 것처럼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며,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도 지극히 회의적이다.

더 나아가 2004년 논문과 영롱이, 스너피 등 그간 황 교수팀이 이룩했다고 평가되던 연구성과와 업적들이 송두리째 의심받고 있는 형국이다. 비극적인 것은 이런 의심이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매우 설득력 있는 과학적 근거들에 의해서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는 거듭된 거짓말과 과학자로서의 양식을 의심케 할 만한 발언을 한 데 이어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되었다며 검찰수사를 요청한 상태이다.
 
극히 비윤리적으로 보이고 오만방자하게까지 여겨지는 황 교수의 이러한 태도는 아직까지도 황 교수에게 맹목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이는 일부 여론에 힘입은 바 크다. 진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의 일부 구성원들은 진실을 애써 외면하며 줄기세포가 하나라도 수립되었다면 혹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황 교수를 기꺼이 용서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아마도 해방이후 한국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였던 ‘물신숭배’, 결과 만능주의‘, 경제 지상주의’, 광신적 애국주의‘등이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심성과 내면에 깊이 각인된 결과가 아닐까?

과정 보다는 결과를, 존재 보다는 물질을 중요시하는 대다수 한국사회 구성원들은 그런 의미에서 잠재적 황우석들인 셈이다.
 
국익과 경제적 부가가치에 눈먼 사람들은 자신들이 깊은 병에 걸렸음에도 아픈 줄도 모르고 있다.
 
음모론이 아니라 반성이 필요한 때
 
흔히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거나 납득할 수 없는 사건 혹은 사태에 직면하면 음모론을 제기하곤 한다. 전지전능한 배후 혹은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사건과 사태의 배후라고 단정하는 건 마음 편한 일이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황우석 사태의 배후에 정부가 있다는 이재오 의원의 음모론은 여기에 더해 정략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이 의원 식으로 말하면 전라도에 계속되고 있는 폭설은 황우석 사태의 배후가 정부라는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끌기 위한 정부의 음모라는 주장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눈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고? 인공강우도 하는 마당에 인공강설은 왜 못하겠는가! 본디 음모론은 합리적 근거에 의해 지탱되는 것이 아니니 위와 같은 주장을 한들 그리 큰 흠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황우석 사태를 둘러싼 음모론의 창궐은 여전히 한국사회 구성원들이 비합리적인 추론이나 정서적 기대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은 최신 버전의 음모론이 아니고 ‘결과 만능’과 ‘물신숭배’에 포획된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병든 내면을 치유할 방법의 마련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 물질이 아닌 존재에 방점을 두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반성에 기초한 사고의 대전환이 없는 한국사회는 모래위에 쌓은 성과 같이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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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2/23 [15: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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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wboy 2005/12/23 [17:14] 수정 | 삭제
  • PD수첩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러나 밉고 또 밉습니다.
    황교수님의 세계최초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거픔이된것같아 마음 이무척아픕니다.
    이제 MBC도 겸손해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