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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문학상 '꽃게무덤', 표절 아니다?
[컬처뉴스의 눈] 조선일보 동인문학상 표절논란과 관련 심사위 입장표명
 
위지혜   기사입력  2005/11/08 [01:13]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불거져 표절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작 『꽃게무덤』(권지예, 문학동네)에 대해 이 상의 심사위원회(박완서, 유종호, 이청준, 김주영, 김화영, 이문열, 정과리)가 “표절이 아니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4일 심사위는 ‘표절 논란에 대한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의 입장’을 통해 “짜임의 방식과 복잡성의 정도가 다르다면 두 작품은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인정되어야 마땅하다”며 “두 작품을 검토한 결과 구성의 유사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논란이 된 작품은 소설집 『꽃게무덤』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마지막 작품인 「봉인」이다. 이 작품에서 나오는 신생아와 엄마의 비극적인 사연이 경북 안동에서 신세계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박경철 씨의 수필집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리더스북)에 실린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라는 글에서 차용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표절의혹이 제기된 것.

특히 네티즌들은 선천성 복벽결손증을 안고 태어난 아기와 아기가 죽자 아기를 따라 죽은 엄마의 이야기뿐 아니라 아기의 치료과정, 엄마의 행동 등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며 표절을 주장해왔다. 
 
이 같은 표절 주장에 대해 심사위원인 이문열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봉인’이 표절이라면 신문 기사나 널리 알려진 일에서 글감을 가져온 ‘보바리 부인’,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고전들 역시 표절이 될 것”이라며 “작가에게 치명상이 될 ‘표절’ 의혹을 너무 쉽게 제기하는 것 같아 참 난감하다”고 잘라 말했다.
 
또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학평론가 정과리 연세대 교수는 “문학적으로 장르가 다른 작품 사이에 표절 문제가 성립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이후 문학이 중시하는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미학적 장치로서 짜임새(구성)여서 설령 같은 장르라 할지라도 구성방식과 복잡성의 정도가 다르다면 두 작품은 완전히 별개의 작품으로 인정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지난 1일 이미 시상식을 치른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심사결과의 번복은 없을 것”이라고 정 교수는 밝혔다.  
 
▲의사 박경철 씨의 수필집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리더스북, 2005
하지만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 이명원 문학평론가는 “‘완벽하게 표절이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토리가 유사한 것은 충분히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특히 이 부분은 작품의 독창성 부분에서도 문제가 되는 부분으로, 동인문학상의 권위 면에서 당선작으로 유지할 만한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92년도 세계일보의 신춘문예 표절논란 때 당선작이 탈락한 경우가 있었는데, 등단 작가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는 반면 기성 작가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이 현재 문학상이 가진 이중적인 모습”이라며 “상의 권위를 유지하려면 상징적으로 당선취소와 같은 판례를 만들어 작가들에게도 표절에 대해 환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표절 논란과 관련 고명철 문학평론가 지난 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표절문제를 떠나서 인터넷이든 무엇이든 착상을 얻었다면 작품을 쓰기 전에 코멘트를 하거나 작품 속에서 밝혔어야 했는데 작가가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이 문제가 단순히 작가의 책임으로만 끝나서는 안 되며, 이 작품을 심사한 문학상은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심사과정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문학상 취소’와 같은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며 “권위 있는 문학상인 만큼 그 만큼의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해당 문학상에 대한 책임을 물은 바 있다.
 
한편 이번 표절 논란에 있어 실제 당사자인 박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것을 건수 삼아 치졸하게 무슨 배상을 요구할 일도 없고, 또 그럴 이유도 전혀 없다”면서도 “권지예 씨가 독자 분들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관행으로 여긴 작은 실수를 떳떳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면 오히려 아름다운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작가 권지예 씨는 지난 3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에서 본 글에서 힌트를 얻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표절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요즘 인터넷 매체가 많은데 여기서 힌트를 얻어 썼다”며 “다음 책 찍을 때 이 부분을 명시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음악에서 ‘표절’과 ‘유사’의 기준이 그나마 명확한 것에 반해 문학에서 표절의 기준과 범위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표절 시비가 일 때마다 그 기준과 범위에 대해 꾸준한 논의가 있어 왔지만 구체적인 기준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표절이 아닌 작품에 대한 섣부른 '표절 의혹'은 작가에게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표절된 작품을 하나의 창작물로 인정했을 경우 작가개인의 양심문제를 떠나 문단 전반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때문에 표절 문제는 조심스럽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문학 작품 표절에 대한 기준과 범위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 본 기사는 민예총 <컬처뉴스>(www.culturenews.net/)에서 제공했으며,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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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1/08 [01: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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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흰구름 2005/11/14 [12:30] 수정 | 삭제
  • Ctrl + C, Ctrl + V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표절이 아니고 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