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는 정치제도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은 없고, 학문적으로도 물론이고 개인적으로도 별 관심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꾸 프랑스의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 cohabitation)가 좋다고 하는데, 미테랑 대통령 말기에 시락이 총리하고 파스꾸와가 내무부 장관하던 시절에 난 그곳에서 살았는데, 정말 끔찍했다. 시락이 드골주의자로 전형적인 우파이기는 해도 그렇게 악랄한 극우파는 아니다. 그렇지만 연정을 위해서 상당히 극우파의 도움을 받고 그런 성향의 파스꾸와가 내무부 장관할 때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곤란한 점도 많이 생겼다. 학위를 받고 나면 6개월 내에 고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서명을 했어야 했지만, 진짜 고생은 외국인 학생에 대한 몇 가지 관리를 위한 가이드 라인 때문에 장학금도 결국 날라갔고, 또 이런저런 일들이 겹쳐서 정말 엄청나게 고생했다. 동거정부는 사실 야당이나 여당이나 다 괴롭다. 나중에 시락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8대학의 경제학과 교수출신인 죠스팽이 총리가 되었는데, 뒤에 들은 거로는 이 때도 정치가 골 아프긴 엄청 골 아팠다고 한다. 죠스팽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인데, 지난 번 대선 때 극우파인 르뺑에게도 밀려 결선 투표에는 아예 나가보지도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고, 결국 대선에서는 우파와 극우파가 붙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그 일을 계기로 정계은퇴했다. 내가 본 정계은퇴 중 가장 멋진 정계은퇴는 쟝 피에르 슈밴느망이 걸프전 때 했던 정계은퇴였다. 미테랑 대통령 시절에 국방부 장관이던 슈밴느망은 잠재적인 대선 후보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이라크에 대해서 전쟁을 벌이는 것이 도의상 옳지 않다고 국방부 장관직을 은퇴하면서 국가의 의무를 수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해버렸다. 물론 그래도 프랑스는 파병했고, 내 기억으로는 그 때 병역 기간이 10개월인 그야말로 재수없는 병사들이 목숨을 건 전쟁터에 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파병으로 나가는 걸 위해서는 직업군인을 더 늘려야 한다고 했지만, 하여간 별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사실 난 상원의원과 하원의원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프랑스 제도는 조금 알지만 미국에서 상원의원이라는 게 뭔지 정말 몰랐다. 지난 주에 이걸 좀 알아야 할 일이 생겨서 약간 공부를 했는데, 생각보다는 재미있는 제도였다. 인구수대로 국회의원을 뽑다보니까 인구수가 작은 주에서는 그야말로 열불나는 일이 자꾸 벌어지게 되었고, 그걸 좀 보완하자는 취지로 상원의원이라는 제도가 생긴 셈이다. 미국은 본토 48개 주와 알래스카 하와이 등 50개주에서 인구랑 상관없이 주당 2명씩의 상원의원을 배치하니까 100명의 상원의원이 임기도 더 길게, 그리고 주 전체를 대변하는 일을 하게 되는 독특한 미국식 상원의원, 하원의원 제도가 생긴 셈이다. 권한이나 활동에 대해서는 별 차이가 없지만 실제로 정보기관과 관련된 것이나 국방과 관련된, 뭔가 좀 비밀스럽거나 국가 전체의 운명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종종 상원의원들이 제안하여 특별 위원회가 열리기도 하고 또 법안도 많이 제안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미국 대통령이 왜 상원의원 중에서 나오는지가 이해가 되기는 한다. 주에서 두 명을 뽑으니까 주 내에서의 상원의원 선거는 적어도 지역적으로는 대통령 뽑는 선거랑 비슷하고, 이 상원의원을 두 세 번 한 사람은 그야말로 직업 정치인 중에 직업 정치인인 셈이고, 뒤에서 뭔가 생각하고 조언하는 전문가들과는 달리 앞에서 연설하고 무언가 판단하는데 정말 직업적으로 훈련받는 셈이다. 상원의원의 정보위원회나 국방위원회 같은 데에서 가질 수 있는 권한이나 정보의 량은 비할 데가 없을 것 같고, 어지간해서는 자리에 대해서 전혀 욕심내지 않는 나같이 아무 생각없는 사람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지역감정이 그렇게 문제라면 지역 전체를 대변하는 상원의원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물론 국회의원 지역구를 줄여야 하니까 불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더 속 편한 제도이지만, 이것도 역시 지역구를 양보해서 국회의원 숫자를 줄여야 하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도입되거나 시행되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사실 전격적으로 대선구제를 시행하면 하원은 없애고 전부 상원의원처럼 만드는 것과 효과는 비슷하다. 지자체에서 지금은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한참인데, 정당 추천 때문에 지역별로 난리가 아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로 갈려고 하는 것 같다. 약간의 개리맨더링(인위적인 선거구 조작-편집자주)인데, 두 명을 뽑으면 큰 당 두 개에서 사이좋게 나눠먹고 끝이 난다. 희안한 양당제가 풀뿌리 단위에서 우리나라에 정착할려고 하는 것 같다. 상원의원에 대한 걸 보면서 열린우리당이 못되긴 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권력이라고 어떻게든 자기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쓰는 걸 보면... 미국이 욕을 먹긴 먹어도 주끼리 발생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상원의원이라는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되는 걸 보면, 아주 민주주의랑 막 문닫고 사는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그런데 전쟁은 왜 그렇게 많이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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