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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든 방법은 달라도, 같은 길을 가도 다양”
황철민 감독과 마츠다 아키라 감독, 아시아 독립장편영화로 대화 나눠
 
임순혜   기사입력  2005/08/26 [11:56]
'서울프린지페스티발2005'에서 독립영화 페스티발로 8월 20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고 있는 '암중모색'- 아시아독립장편영화 지도그리기가 중반을 넘어섰다.

암중모색은 한국의 황철민 감독과 대만의 우미선 감독, 일본의 마츠다 아키라 감독의 4편의 영화가 각각 상영되고, 감독들의 제작 과정을 듣는 워크숍이 진행됐다. 워크숍이 끝난 후에는 두 감독이 서로의 작품 세계에 대해 관객과 함께 나누는 토크쇼 등 다양한 독립영화보기가 진행됐다.
 
▲ 황철민 감독과 마츠다 아키라 감독의 토크쇼를 벌이고 있다.     © 임순혜
 
다음은 지난 22일 오후8시, 황철민 감독의 영화 <프락치>가 상영된 후, 황철민 감독과 마츠다 아키라 감독이 관객과 나눈 토크쇼의 지상 중계다.

김연호 프로그래머 : 황철민 감독은 독일 베를린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귀국, 10여년 동안 독립영화를 제작해 온 감독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1996년 베를린 영화제 '영포럼' 부문에 초청됐던 < FUCK 햄릿 >과 <그녀의 핸드폰> <삶은 달걀> 그리고 로테르담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받고 호주의 브리즈번 영화제에서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받은<프락치>를 상영했다.
 
▲ 김연호 프로그래머와 황철민 감독.     © 임순혜

그리고 마츠다 아키라 가독은 15년 동안 줄곧 독립영화 방식을 고집하고 제작해 온 감독이다. 자서전적인 첫 번째 영화 <그 녀석의 계절>과 <냄비 속> <꿈의 축제> 그리고 개막작으로 최신작인 <산책>을 상영했다.

김연호 프로그래머 : 서로의 작품을 본 소감은?

황철민 : 이번 영화제 개막식에서 상영된 <산책>만 봐도 어떻게 사는 분인지 알겠다. 특히 내 영화 <그녀의 핸드폰과>과 비슷했다. 그러나 만든 방법은 전혀 다르다. 어떤 길을 가도 길은 다양하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츠다 이키라 : 아쉽게도 한 편을 보았다. 일본어 자막이 없어서 말을 잘 못 알아들었다. 일본에서 봤으면 한다. 카메라가 압도하듯이 영화를 촬영했다. 대단한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 황철민 감독의 <그녀의 핸드폰> 한장면     © 서울프린지페스티발 제공

김연호 프로그래머 : <삶은 달걀>이나 <그녀의 핸드폰>은 3일 동안 제작한 것으로 디지털의 실험적 가능성을 실험한 데 영화적 가치가 있다. 그리고 제작 환경이나 실험 방법은 달랐지만 마츠다 감독의 <산책>과 비슷하다. <그녀의 핸드폰> 제작 과정과 <산책>의 제작 과정은?

황철민 : <그녀의 핸드폰>은 2001년 작품이다. 처음 나온 디지털 카메라 VX 1000으로 찍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는 다르다. 카메라가 갖고 있는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했다. 카메라의 매력이 무엇인가? '카메라 스틸로'라는 이론이 있는데, 시나리오 없이, 스태프 없이, 배우도 없이 소자본으로 한 번 영화를 해 보자고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산책>은 나오는 인물이 몇 안 된다. 한 동네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로 가끔 숲이 나온다. 우리는 공원 같은 아름다운 곳을 산책하는데, 일본은 동네를 산책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남녀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깊이를 보여 주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다. 미니멀리즘 같은 미학이구나 하고 느꼈다.
 
▲ 마츠다 아키라 감독의 <산책> 한장면     © 서울프린지페스티발 제공
 
마츠다 아키라 : 저도 칭찬을 하고 싶다. <산책>에서는 배우를 신뢰하지 않았다. 황 감독이 할 수 있었던 것이 굉장하다. 우선 나는 저예산 상황에서 어떻게 영화를 찍나를 생각한다.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어 내야 하는 상황이기에 배우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다. 저의 능력으로 어떻게 영화를 찍나를 생각한다. 그렇지만 생각 외로 대단한 능력의 배우를 만나, 황 감독 같이 배우를 신뢰하는 상황이 됐다. 이것은 나의 재능이 아니라 배우의 재능이다.

영화를 만드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때때로 하느님이 선물을 주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산책>은 그런 행운의 영화다. <산책>을 통해 황 감독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도 생각되기도 하나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

▲ 영화제 상영관 '떼아뜨르 추' 앞에서 황철민 감독     © 임순혜
 
김연호 프로그래머 : <산책>은 주연 남녀 배우에게 각각 다른 시나리오를 주고 찍었고, <그녀의 핸드폰>은 시나리오 없이 설정만 하고, 그 과정을 배우들에게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만든 실험영화다. 마츠다 아키라 감독은 3가지 팁이 있는데, 첫째, 영화를 생활화하고, 둘째, 주변을 적극 활용하며, 셋째는 기존 영화 시스템대로 하지 않고 자신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황철민 감독의 3가지 팁은 첫 번째는 순발력, 두 번째는 카메라와 대화하는 것, 세 번째는 디지털의 우연적이고 미학적인 감성 활용이라고 보여진다.

황철민 : 마츠다 아키라 감독의 방법에 공감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단점도 활용해 장점으로 만들어 내는 '게릴라식'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우린 게릴라 같은 존재 아닌가?

마츠다 아키라 :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기존 영화 제작 시스템이 아닌 것으로 영화를 만들면 안되나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나는 기존 영화 시스템에 관해 안티는 아니나 감성적으로 풍요로운 것을 보여 주려고 했기에 표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의식하며 만들었다. 안티라는 관념 자체에 빠져버리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고 있다.
 
▲ 토크쇼에서의 마츠다 아키라 감독과 통역.     © 임순혜

 
김연호 프로그래머 :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에 관한 두 감독의 생각은?

황철민 : 영화라는 매체는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매체다. 영화라는 매체로 일기 쓰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것 아닌가? 소설이 있는가 하면 에세이나 시, 일기가 있듯이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해야하는 시대가 온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유명 감독들은 2~5년에 한 편을 찍는데, 영화 만드는 작업을 잊은 후 다시 찍는다. 그래서 영화 습작을 통해 자기 나름대로의 세계에 탐구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독립영화를 봐야 한다.

마츠다 아키라 : 황 감독의 이야기에 동감한다. 황 감독처럼 현상을 의식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일본 감독들은 무의식적으로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화도 예술이기에 다양한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그 자체가 어떤 장르에 국한 시켜서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사람이 많다. 황 감독처럼 작가의 눈으로 다른 것을 상대적으로 보면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감동에 대해, 느낌에 대해, 거짓으로 대하고 있지 않은가? 항상 질문한다.

관객1 : 일본 관객 반응은?

마츠다 아키라 : 잘 모른다. 영화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 마츠다 아키라 감독과 황철민 감독.     © 임순혜
 
김연호 프로그래머 : 독립영화 육성을 위한 제작 지원 프로그램이 있나?
마츠다 아키라 : 있기는 하나 적다. 일본은 작은 스페이스라도 이해 관계가 다 걸려 있다. 수익이 없으면 어려운 사회다. 어쩔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스타트 한다.

황철민 : 일본의 상황을 들으니 착잡하다. 일본에서는 독립영화 감독을 개인 영화 감독으로 치부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국도 '독립영화 감독'에서 '개인영화 감독'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80년대 한국은 권위주의적이고 불합리한 사회였다. 대안 언론에 대한 관심 속에서 영화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시작한 것이 독립영화다. 공동체 개념이 중요했고 처음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 이젠 상당 부분 언론이 역할을 하기 때문에 대안으로서의 독립영화 역할은 사라졌다.

일본은 8mm가 개인 영화 시대에 영향을 미쳤으나, 한국은 VX 1000과 함께 카메라가 주는 매력으로 아무 생각 없이 영화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다. 영화제는 공동체를 확인하는 상황이었으나, 이제는 출품 수가 많아졌다. 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담은 영화를 독립영화로 볼 것인가, 신변잡기 영화를 독립영화로 볼 것인가 고민을 한다. 독립영화는 재편되어야 한다고 본다. 곧 일본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한국도 독립영화 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제작 지원은 모자란다.
 
▲  토크쇼가 끝난 후 황철민 감독의 생일 파티를 열었다.     © 임순혜
 
관객2 : 관객과의 의사 소통이 중요한데?

마츠다 아키라 :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의식 못하면 감독이 아니다. 영화는 다양한 매체로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의식하는 매체다. 황 감독 말처럼 일기식의 영화라도 어떤 색깔을 입히는가, 어떤 음을 사용하는가를 생각 하지 않으면 홈비디오로 남지 않겠는가? 컷이 나오고 엔딩이 있음으로 영화적인 감각을 경험하는 관객이 없다면 홈비디오다. 카메라를 들고 스위치를 누르면 영화가 된다. 그러나 그 안에서 끊임없이 관객을 생각해야 한다.

관객3 :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7년 동안 영화 공부를 했다고 들었는데?

마츠다 아키라 : 주로 시나리오 공부를 하였다. 첫줄을 쓰면 끝까지 쓰도록 공부하는 데 7년이 걸렸다. 문장에 재능이 없어 끝까지 쓰자고 공부했다.
 
▲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스태프, 관객과 함께 한 황철민, 마츠다 아키라 감독     © 임순혜
 
김연호 프로그래머 : 앞으로의 계획은? 후보 독립영화인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황철민 : 상업적인 멜로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태리 타월>이라고 때밀이 이야기다. <프락치>는 여관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는데 <이태리 타월>은 목욕탕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로, 한국의 20세기를 돌아보는 이야기다. 제작비 마련이 고민이다.

후배 독립영화인들에게는, 화려하지만 험난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영화라는 매체는 자본주의 예술이다.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전형적인 착취 구조를 갖고 있다. 몇몇을 위한 피라미드 하부구조를 가지고 있다. 현실을 인식하고 패가망신하지 않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영화를 통해 혁명을 한다든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보다는 '독립영화를 하는 것이 즐거움의 길이고 후회하지 않는 길'이라는 확신의 근거를 갖고 독립영화를 해야 한다.

마츠다 아키라 : '카메라를 들고 스위치를 누른다'가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우선 행동한다. 어떻게든 한다는 적극적인 사고를 가지고 해야 한다. 황 감독의 촬영방식처럼 카메라를 돌리지 않으면 우연은 생기지 않는다. 스위치를 누르고 우연을 기다려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먹고 사는 데 자리 수가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다. 영화를 하면서 고집이 세졌다. 내의 목표는 노래하고 춤추는 감독이다.  
  
* '암중모색'은 www.seoulfringe.net에서 볼 수 있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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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8/26 [11:5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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