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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투기도 못잡으면서 집권당맞나
[논단] 신도시 건설은 부동산정책 사망선고, ‘토지공개념’은 어디로 갔나
 
이태경   기사입력  2005/07/27 [18:00]
불사의 괴물, 공급확대론이 부활하다

무덤 속에서 잠든 줄 알았던 공급확대론이 다시 관 뚜껑을 열고 부활했다. 보도에 따르면, 열린우리당 원혜영(元惠榮) 정책위의장은 26일 "강남 대체 효과가 있는 소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또한 원 정책위의장은 "강남 등 특정지역의 고급아파트를 대상으로 투기적 수요도 있지만 실수요도 존재하는 만큼 강남 대체효과가 있는 소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원 의장의 발언은, 현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의 원인을 투기적 가수요로 보고 이를 억제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처럼 보였던 여당의 부동산 대책이, 공급확대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비록 당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고 다양한 의견이 두서없이 나오기도 했지만, 여당내에서 준비하고 있는 부동산종합대책은 강력한 가수요 억제 및 불로소득 환수를 핵심으로 하는 방안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는 이미 형해화(形骸化)된 ‘토지공개념’을 재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줄기차게 나오고 있는 형편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동물적 후각으로 간파했음인지 이른바 ‘강남벨트’ 등에 소재한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다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호가를 낮춘 매물을 조금씩 시장에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던 차에 돌연 불거진 원 의장의 ‘강남을 대체할 소규모 신도시 건설 검토 발언’은, 8월에 발표될 참여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 역시 이전에 발표되었던 무수히 많은 대책들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시장참여자들에게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원 의장은  "강남 등 특정지역의 고급아파트를 대상으로 투기적 수요도 있지만 실수요도 존재하는 만큼 강남 대체효과가 있는 소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원 의장에게 묻겠다. 도대체 강남 대체효과가 있는 소규모 신도시를 건설해야 할 만큼 강남 등지에 공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강남의 방화벽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야심 차게 추진했던 판교신도시의 참혹한 실패는 정녕 다른 나라의 이야기였나?

‘공급확대론’이 지닌 이론적 취약성

여야정치권과 보수언론, 경제관료, 주류 경제학자들이 신주단지 모시듯 떠받들고 있는 '공급확대론'이 거대한 거짓임을 이 기회에 낱낱이 밝혀, 적어도 여당 내에서 또 다시 ‘공급확대론’이 불거지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먼저 이른바 공급확대론자들-이들은 자신들을 일컬어 ‘시장주의자’라고 한다-의 주장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도록 하자! 공급확대론자들의 주장을 거칠게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최근에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고 강남, 분당, 용인, 과천 등지의 아파트 가격이 국지적으로 상승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있는 부동산 시장을 조속히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강남 등지에 재건축 아파트 규제 완화나 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 줄만한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충분히 늘려야한다"

모든 것을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공급확대론자들은,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부족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는 주택공급을 늘리라는 시장의 신호이므로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쉽게 말해서 공급확대론자들이, 강남벨트 등에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서 모자라다고 주장하는 유일한 근거는 ‘주택 가격의 상승’이라는 표피적 현상 뿐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공급확대론자들의 주장은,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나 타당한 이야기인데, 불행히도 현금의 부동산 시장은 투기적 가수요에 의해서 가격 매커니즘이 완전히 교란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투기적 가수요에 의해서 강남권역 등에 소재한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투기적 가수요의 존재를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는 마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결과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편 실수요와 가수요를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를 구분할 필요도 없다고  강변하는 공급확대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부동산 가격 앙등의 원인을 투기적 가수요로 볼 것인지, 아니면 실수요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정부의 처방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즉,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을 투기적 가수요로 볼 경우 부동산 세제개혁 등을 통하여 투기적 가수요를 제거하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채택되어야 할 것이고,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을 실수요로 볼 경우 택지와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채택되어야 한다.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현금의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투기적 가수요인지, 실수요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공급확대론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다. 이제부터 각종 자료와 통계를 근거로 현금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투기적 가수요에 의한 것임을 밝혀보도록 하자!

통계와 자료, ‘공급확대론’을 겨눈 비수

이미 여러 번 강조한 바 있지만, 각종 자료와 통계는 공급확대론-공급확대론의 최신 버전인, 강남 중대형 아파트 부족론을 포함하여-이 허구임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제부터 공급확대론의 최신판인 ‘강남 중대형 아파트 부족론’이 허구인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보자!

첫째, 실수요에 의해서 특정지역에 주택 가격 상승이 일어나는 것은 급격한 인구유입이나 주택물량의 절대적 부족이 주요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강남벨트'라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구의 인구추이를 보면 90년대 후반부터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주택보급률은 꾸준히 향상되어 지금은 거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혹자는 살기 좋은 강남에 입성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즉 실수요자가 많아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불과 5년 새 ‘강남벨트’의 아파트 가격은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3배 이상씩 상승하여 지금은 30평형 아파트가 물경 10억원에 이른다.

5년 사이에 노동자들의 임금이 3배 이상 상승한 것도 아니고,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이 수만 명에 이르는 것도 아닐진대, 대관절 10억 이상을 주고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대한민국 어디에서 갑자기 무더기로 솟아났다는 말인지 정녕 모를 일이다.

둘째, 이른바 '강남벨트' 등에 주택 소유 편중이 극심하다. 지난 2003년 11월 24일 행자부가 발표한 '전국 가구별 주택소유 현황'을 보면 강남(강남, 서초, 송파구)은 5만5천여 가구가 20만여채(평균 3.67채) 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4만2천여 가구가 전국에 집을 세 채 이상(평균 5.1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8천여 가구는 아파트만 3채 이상(평균 3.8채)을 소유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통계는 2000년 이후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취득자의 60% 가량이 3주택 이상의 다주택 보유자라는 사실이다. 즉 다주택 보유자들이 투기를 목적으로 가격상승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강남권역에 소재한 아파트들을 집중적으로 매수한 것이다.

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아서 강남 지역의 평균 아파트가격은 2000년 1월 3억 7700만원이었지만 올 6월에는 10억 6500만원으로 무려 2.82배나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셋째, 이른바 '강남벨트' 등에는 대출 등을 통한 투기적 가수요가 창궐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열린우리당 오제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과 경기도 분당, 용인 지역의 올해 주택담보 대출은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7.9%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다른 지역의 증가율보다 무려 세 배에 가깝다.

또한 올 들어 강남, 분당, 용인의 주택 담보대출증가액이 전국 증가분의 43%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기할 만한 것은 같은 기간 전국평균 집값상승률이 1.6%였는데 반해 이 지역 집값은 8.4%나 올랐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서 강남, 분당, 용인 등지의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매수한 결과 이 지역에 소재한 아파트 가격이 전국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넷째, 전세가격의 안정이 두드러진다. <중앙일보> 조인스랜드와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2001년 51.4%에서 16일 현재 31.7%로 떨어졌으며 분당은 34.4%, 용인도 32.6%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주택 소유자들과 대출을 받아서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강남, 분당, 용인 등지의 아파트를 사재기 하고 있는 마당이니 주인이 살지 않는 빈집이 넘쳐나는 것은 정한 이치일 것이고, 그 당연한 결과로 전세가격은 유례없이 안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섯째, 지금도 이른바 '강남벨트'에 중대형 평형 아파트들은 그리 모자람이 없다. 아래〈한겨레〉6월 14일자를 보면 금방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있는 아파트도 강남권 3개구는 30평 이상이 63%로 서울 평균(54%)보다 높다. 40평 이상은 강남구는 27%로 서울 평균(16%)의 두 배에 가깝고 서초(31%), 송파구(24%)도 훨씬 많다. 강남권 안에서 중대형 평형으로의 이동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여섯째, 추가 공급 물량이 넘친다. 아래〈한겨레〉6월 14일자를 보면 이러한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건교부는 서울 강남지역의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6천 가구 가량 증가한 1만 5천 가구에 육박해 1982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구별로는 강남구 8077가구, 송파구 3857가구, 서초구 3035가구 등이다. 이는 서울시 전체 입주 물량 4만 4508가구의 33.6%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대형이다. 2007년에도 1만 가구 이상이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판교신도시에 25.7평형 초과 중대형 아파트 등 6343호가 건설되고, 판교 신도시 이외에 7곳에 신도시가 건설되고 있기 때문에 중대형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전망은 설득력이 크지 않다. 오히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대형 평형 아파트의 공급과잉과 그에 따른 가격폭락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위에서 조목조목 살핀 바와 같이, 강남권에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해서 국지적 가격 상승이 초래되고 있다는 공급확대론자들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 것인가?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강남 등지에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서 부족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정치적 선동’에 가깝다. 심각한 문제는 허구로 드러난 공급확대론에 기대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려는 여당의 태도이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8월에 발표할 부동산 종합대책에서도 어정쩡한 절충안-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을 내놓을 경우, 호시탐탐 투기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투기꾼들과 부동산 부자들은 지체 없이 부동산 투기에 나설 것이고, 중산층과 서민들도 곧이어 투기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그 이후의 사태전개가 궁금하거든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기 바란다.  

여당에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이라도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식의 공급확대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투기적 가수요 억제책 마련과 불로소득 환수장치 정비에 온 힘을 쏟으라!

토지 보유세 강화를 근간으로 하는 패키지형 조세개혁과 개발이익 환수라는 해답이 이미 나와 있는데 무얼 그리 망설이고 두려워하는가!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발판을 만들 것인지,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인지는 이제 여당의 몫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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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7/27 [18: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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