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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사태의 본질
[시론] 비정규직 확대 관련법 저지하고 전체 노동계급의 힘을 모아야
 
장상환   기사입력  2005/02/04 [20:23]
2월 1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즉 노사정위원회 복귀 안건을 상정한 이수호 집행부에 대해 이를 반대하는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단상 점거라는 물리적 충돌사태를 벌인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보수 언론들은 이를 놓고 때를 놓칠 새라 '대의원대회 폭력 난동', '민주노총 최대의 위기'라고 강경반대파를 질타한다. 과연 그러한가. 이번 사태의 본질과 원인을 살펴보기로 하자.
 
사회적 교섭을 찬성하는 주장은 조합원들의 투쟁력이 약화되었으므로 사회적 교섭으로 민주노총의 위상을 회복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제대로 된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교섭이 필요하다, 조합원이 투쟁에 잘 나서지 않기 때문에 교섭으로 작은 실리라도 따내야 한다, 조합원 다수가 노사정위 참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경반대파의 주장은 '지난해 9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안이 부결되었고, 그 후로 노무현정부의 노동정책이 달라진 것도 없는데 왜 노무현정권의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큰 사회적 교섭을 추진하려고 하느냐'는 것이다.
        
이런 발언을 기초로 볼 때 이수호 집행부와 강경반대파 간의 대립의 본질은 '투쟁 없이 실리를 추구하는 사회적 교섭파'와 '정권과 자본과의 투쟁으로 요구를 쟁취하려는 투쟁파' 간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왜 이런 극한적 대립사태가 벌어졌는가.
 
첫째, 노동자들의 처지가 극도로 악화된 것이 노선 대립 격화의 근본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의 광풍이 워낙 거세니까 양극화에 대처해야 할 노동조합 운동의 주체적 힘은 약화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적 교섭론자들은 투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벅찬 상황이므로 사회적 교섭으로나마 어려운 처지를 돌파해보자고 한다.
 
그러나 투쟁이 뒷받침되지 않은 교섭은 근본적 한계를 가진다. 노사정위 참여를 통한 사회적 교섭전략은 공세적인 전략이 아니고 극히 수세적인 전략이다. 노무현정부의 노동정책도 반노동자적이다. 따라서 현재의 조건에서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교섭틀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것이 명백하다. 이에 강경반대파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된 것이다.
 
둘째, 민주노총 집행부의 구성과 조합원의 노선 분포가 다소 괴리된 것이 대의원대회 파행의 조직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강경반대파의 주장은 상당수 조합원들의 뜻을 반영하고 있고, 방법상의 문제는 있어도 일정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 대의원들은 이를 관망하고 있었다.
 
만약 극우파들이 대회를 망치려들 경우 다수 대의원들이 나서서 이를 적극 저지했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입장의 조합원 구성비율에 맞게 대의원이 구성되어야 하고, 또 집행부 구성에도 다양한 세력이 참여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재 민주노총 집행부의 정치력 부족을 들 수 있다. 지난달 20일의 대의원대회 무산에서 보듯이 '현 상태 하의 사회적 교섭 반대' 대의원들의 대회 무산 전술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따라서 대의원대회 소집을 상당기간 연기하거나 대회를 열어도 무제한적 토론을 통해 의사를 모아야 했다.
 
그러나 이수호 집행부는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강행했고, 토론기회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 반대파들에게 물리력 행사의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안건도 처리하지 못했으면서 상처만을 남겼다.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집행부 일부가 표명했듯이 물리력을 행사한 대의원과 조합원을 징계하고 사회적 교섭안 통과를 위한 임시대의원대회를 다시 강행할 경우 또 한번의 파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 장상환 교수는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2000.5-2003.8)을 역임했고, 현재는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입니다     ©대자보

이수호 집행부는 우선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교섭의 여건이 마련되었는지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러 세력들 간에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양자의 주장을 모두 반영하는 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원칙적으로 교섭과 투쟁은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고 보완적인 것이다.

 
따라서 '일정한 선행조건을 가지고 투쟁을 뒷받침하여 정부와 교섭을 하고 이것이 관철되었을 때 사회적 교섭안을 다시 상정한다'는 식의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정부가 2월 처리를 공언하고 있는 비정규직 확대를 관련법을 저지하고 진정한 비정규직 보호법을 입법화할 수 있도록 전체 노동계급의 힘을 모으는 실천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본과 노동간의 대결구도를 만들어 여러 분파들 간의 신뢰를 쌓아갈 때 민주노총은 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
 
* 본문은 <시민의신문>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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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2/04 [20: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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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원식 2005/02/08 [21:14] 수정 | 삭제
  • 정파간에 세계관 자체가 현상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나 다르다면 판을
    따로 벌여야 할 것이다. 투쟁하는 사람들 따로, 협상 먼저 하는 사람들 따로 ``` 일단 급하게 막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공동의 인식이 있다면 함께 행동하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인지. 비정규직 문제가 단순히 노동이나 경제의 범주 안에서 운위될 문제는 아니다. 이미 이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문제다. 그럼에도 비정규직은 뭉치지 못하고 있다. 사회구조가 삼분화 되어가는 것은 혹시나 그들의 전략은 아닐까? 비정규직이 되면 연대해야 한다는 당위보다 하루를 일단 먹어야 한다는 당위가 더 커진다. 자본과 정부는 그런 면에서 재미를 본 것이다. 이제 젊은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할 것이다. 20년 후면 공권력이나 자본에 대드는 저항세력 자체가 사라질 것이다. 그때되면 노인운동 활동가들이 생겨날 것이다. 80년대 골방에서 밤새 노동이니 통일이니 혁명이니 단결이니 투쟁이니 현상분석이니 하는 말들로 문건이나 만들던 사람들이 2020년이면 노인들이여 단결하여 복지를 쟁취하자는 글을 웹공간에 열심히 올릴 것이다. 정규직을 극소화한 자본과 정부는 노인 복지 정도 가지고 어르고 달래면서 노인 운동권이나 달래면 될 것이다. 노동운동 같은 것은 그때 되면 존재가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극도로 약화될 것이다. 노동운동의 종말은 그렇게 고령화와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