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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최문순·장세환, '사퇴 3인방' 쑥스러운 복귀
 
홍제표   기사입력  2010/01/10 [20:22]
민주당의 천정배, 최문순, 장세환 의원등 이른바 ‘사퇴 3인방’이 10일 우여곡절 끝에 원내로 복귀했다.
 
앞서 두 의원은 지난해 7월, 한 명은 지난해 10월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으니 길게는 반년만의 귀환인데, 표정은 다소 머쓱해보였다.
 
나갈 때야 명분이 분명했지만 돌아올 때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밝힌 복귀 일성은 “더욱 강력하고 효과적인 투쟁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지난해 7월 미디어법 강행처리에 반발하며 뛰쳐나갈 때는 ‘사퇴’가 강력하고 효과적인 투쟁, 아니 소수 야당으로서의 유일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도 드러났듯 한나라당이 재투표와 대리투표까지 동원하며 의회주의의 근간을 흔든 것에 의분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게 더 큰 문제일 것이다.
 
때문에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쇼’로 비춰진다는 비판여론을 예상하면서도 정세균 대표에게 사퇴서를 일괄 제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물론 사퇴 3인방은 전국을 순회하며 ‘민생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등 한동안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장외에서의 존재감은 점차 사라지는 반면 원내에서의 이들의 빈자리는 더욱 커져갔다.
 
민주당은 가뜩이나 적은 의석수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과 10월 정기국회, 재보궐선거, 연말 예산국회를 힘겹게 헤쳐 왔다.
 
특히 이들은 8명밖에 되지 않는 민주당 문방위원들 중에서도 ‘전투력’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원내투쟁에서의 아쉬움은 훨씬 컸다.
 
장기화된 장외 행보로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던 이들이 다시 조명을 받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 하게도 김형오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며 ‘공간적’으로 원내 입성한 사건이었다.
 
이들은 이후 국회 본회의장 앞의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이어가며 헌재 결정에 따른 김 의장의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미디어법 개정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연말 예산안 싸움의 큰 흐름에 묻혀버렸고, 그나마 수적 열세와 전략 부재로 한나라당의 일방처리를 막지 못하면서 또 다시 좌절됐다.
 
결과적으로 딱히 보여줄 만한 성과물을 챙기지 못한 채 등 떠밀리듯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들은 “원내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실질적이라는 재야 원로인사와 시민단체, 선배 동료 의원들의 권유와 충고를 무조건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면면으로 볼 때 행위의 진정성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때문에 의원직 사퇴서를 던지면 자동적으로 수리하도록 관련법을 바꿔 ‘저질 정치쇼’를 방지해야 한다고 하는 일부의 비아냥은 적어도 이들에겐 지나친 폄훼로 보인다.
 
하지만 경위야 어떻든, 사퇴 약속 번복으로 국회의원의 이름값을 가벼이 한 것은 앞으로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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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10 [20:2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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