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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사이버 모욕죄는 인터넷 규제의 결정판
[언론악법 저지 연속기고] 대세는 '자율규제', 사이버 모욕죄는 '시대착오'
 
송경재   기사입력  2009/07/14 [19:25]
최근 언론관계법 개정의 이슈는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신방 겸영과 재벌의 언론 경영 참여, 둘째, 신문지원 기관 통폐합, 셋째, 사이버 모욕죄와 모니터링 강화 등 인터넷 규제 신설이다. 이중 인터넷 규제 관련 조항은 유명 탤런트의 자살 원인에 인터넷 댓글이 있다는 여론을 배경으로 정부 여당이 입법을 추진한 법안이다.
 
인터넷 규제의 대표적인 조항은 사이버 모욕죄다. 2005년 5월 당시 정보통신부는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사이버 명예훼손죄를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에 상응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형법상 모욕죄(제311조)에 상응한 사이버 모욕죄에 대한 처벌규정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사이버 모욕죄 신설을 검토하겠다며 이 연구결과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과도한 규제는 시민 저항 불러: 프랑스, 중국
 
이후 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인터넷 규제의 대표적인 악 조항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 규제의 실효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유는 인터넷에서 규제가 실효성을 보기 힘들고 행정기관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의 인터넷 규제가 현실조건을 무시해 세계 각국에서 저항에 직면해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 규제를 입법한 프랑스는 저작권법을 사이버 상에서 3차례 위반하면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는 '삼진아웃제'를 입법했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반발로 위헌소송까지 제기되었고 결국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이유로 위헌 판정을 내렸다.
 
중국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는 Green Dam - Youth Escort(청소년 보호용 인터넷 차단 프로그램)라는 필터링 소프트웨어 탑재를 의무화하는 법령이 시행되자 일반 네티즌들의 저항이 치열했다. 지난 6월 9일, 정부 그린댐 공식 홈페이지가 공격을 받았고, 소프트웨어를 제거하는 프로그램이 배포되고 있다. 결과 중국정부는 의무화 시행을 하루 앞둔 6월 30일 시행보류를 결정했다.
 
▲ 이명박 정부 인터넷 통제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미네르바' 사건.     ©CBS노컷뉴스

이렇듯 세계적으로 인터넷 규제는 시민의 저항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란 깃발아래 오히려 인터넷 규제를 만드는 후진적인 정부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사이버 모욕죄; 인터넷 규제의 결정판
 
규제는 다양한 측면의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단순히 한 가지 효과만이 아닌 예상치 못한 사회·경제·정치·문화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할 비용이 되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인터넷 규제조항인 사이버 모욕죄는 과다규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첫째, 사이버 모욕죄는 현행 형법으로도 처벌 가능하다. 사이버현상의 법적용은 오프라인 법체계가 적용 논리와 새로운 법 제정 논리로 구분된다. 어느 것이든 현행법의 존재에 따라 다르게 논의될 수 있다. 현행법의 적용가능성이 있는데, 굳이 형량이 강하고 무리한 반의사불벌죄라는 조항까지 추가한다는 것은 인터넷에서의 규제의 과다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사이버 모욕죄를 위시한 인터넷 규제조항은 사법 판단이 아닌 수사기관의 남용 문제가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기관이 인지수사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반대해야 취소되는 조항이다. 만약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법을 적용할 경우 그로인한 사회적 비용과 선의의 피해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유죄확정에 따른 사법적 판단보다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기준을 적용해 기소할 경우, 시민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권력자나 일부 정치인들의 보호에만 앞장서고, 실제 시민들은 방치하는 사태다. 결국 이는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 권력자나 기득권자를 위한 법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한국은 표현의 자유를 기본권으로서 헌법 21조를 적시하고,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헌법재판소 판례로 규정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2년 6월 27일, 99헌마480). 인터넷과 관련된 헌재의 판결문에는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 제한 규정을 "인터넷 아동 포르노, 국가기밀 누설,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등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함부로 표현물을 규제하거나 억압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헌재 판결의 의미는 표현의 자유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며 이를 제한하기 위한 사회적 유해성은 명백한 경우만으로 한정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인터넷 규제는 판단이 자의적일 수 있는데다 감정 평가란 부분에서 모호성을 가지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를 비롯한 인터넷 규제의 핵심은 근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언론이 권력을 비판, 견제하는 것이다. 하나 과다한 규제의 적용은 건전한 시민 비판에 족쇄를 채울 수도 있다. 미디어는 다양한 시각을 이야기해야 한다. 따라서 과도한 인터넷 규제는 민주주의 여론의 다양성과 공공성의 침해를 야기할 수도 있다.
 
해법은 "인터넷 사회계약"
 

최근 한 토론회에서 한나라당 정두언 국민소통위원회 위원장은 소속당 의원이 발의한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의 실효성을 제기했다. 비단 학계와 시민사회만의 의견이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과도한 입법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해외의 사례를 봐도 이는 자명하다. 영국은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인터넷감시재단'을 설립하는 방식의 자율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일본도 시장과 네티즌, 학계,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안심넷 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외부 강제에 의한 법적 제재는 최소화하고 자율규제가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에 앞서 국민들이 그것을 수용하고 용인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인지, 자칫 잘못 만들었을 때 생기는 부작용은 무엇인지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사용자들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은 법률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올바른 정보문화를 구축하고 이를 사회 규범화하여 "인터넷 사회계약"으로 발전시켜 자유로운 글쓰기와 의사소통, 정보공유의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해법은 처벌이 아니라 규범을 확립하고 교육과 시민의식의 성숙으로 잘못된 점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 글쓴이는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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