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언론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장기집권 노린 방송장악-인터넷통제
[김영호 칼럼] 한나라당, 정권안보 확보 위해 조중동·거대재벌에 방송 내줘
 
김영호   기사입력  2008/12/23 [17:45]

 정보의 유통경로를 장악하는 자가 권력을 장악한다. 그 까닭에 이 나라에서 두 차례나 있었던 군사쿠데타는 방송사 마이크부터 잡았다. 정권초기에 정권말기의 지지율을 보이는 이명박 정부가 대선 승리 1년을 맞아 작심한 듯하다. 방송장악을 통해 정면 돌파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다매체-다채널 시대를 맞아 정보의 유통경로가 다기화하여 방송장악만으로는 여론통제에 한계가 있다. 촛불정국에서 인터넷 위력에 놀란 이 정부는 인터넷도 통제할 작정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주장과 의견을 존중한다. 여론독과점을 막기 위해 신문법은 신문과 방송을 함께 경영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신문-방송 겸업금지가 그것이다. 방송법은 방송의 사유화를 막기 위해 소유한도를 두고, 또 거대재벌의 방송진출을 막는다. 신문의 방송진출을 막고 소유도 제한하는 것은 전파가 국민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특정정파, 특정자본이 전파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면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중립성이 실종되고 방송의 가치인 공공성-공익성이 소멸되는 탓이다. 
 
 많은 국민들이 조-중-동이라는 이른바 보수신문을 본다. 그 대가로 경품이나 현금을 주고 신문도 1년간 공짜로 주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 논조가 똑 같은 조-중-동이 신문시장의 80% 가량을 지배하는 여론독과점이 형성되어 있다. 민주주의는 여론다양성에 근거한다. 그런데 조-중-동이 방송까지 갖고 신문과 똑같은 소리를 내면 여론획일화가 이뤄진다. 이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이다.  
 
▲     © CBS노컷뉴스

 그래서 현행법은 신문과 거대재벌은 KBS, MBC 같은 지상파방송을 갖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내놓은 ‘언론장악법안’은 신문과 거대재벌이 지상파방송의 지분을 각각 20%까지 소유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YTN 같은 보도전문채널과 지상파방송과 같은 역할을 하나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을 통해 보는 종합편성채널은 소유지분을 49%까지 허용하려고 한다. 외국인에게도 20%까지 개방하여 뉴스를 보도하고 논평하도록 하려고 한다. 또한 방송법이 규정한 최대주주의 소유한도 30%도 49%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MBC, KBS2의 민영화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신문사 중에서 방송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이른바 조-중-동이라는 족벌신문뿐이다. 법개정이 이뤄지면 족벌신문들이 거대재벌과 손잡고 MBC, KBS2를 인수할 수 있다. 또 보도전문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도 만들 수 있다. 소유한도를 49%까지 허용하니 위장지분, 또는 우호지분 2%만 더 확보하면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다. 주식회사에서는 51%나 100%나 동일한 지배력을 갖는다. 족벌신문과 마찬가지로 특정자본이 지배하는 족벌방송이 태어난다는 소리다.
 
 소유한도 49%는 또한 MBC를 염두에 둔 것 같다. MBC의 민영화는 소유지분 70%를 가진 방송문화진흥원의 매각을 뜻한다. 이 경우 현행 방송법상의 소유한도 30%에 따라 지분 30%를 가진 정수장학회가 최대주주로 떠오른다. 문제는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의원의 지배하에 있다는 점이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내의 세력분포에서 친이계와 대척점을 이룬 친박계의 수장이다. MBC 민영화는 그에게 정치적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그것을 막으려면 소유한도를 늘려야 한다. 49%는 박 의원을 겨냥한 화살일 것이다.
 
 불과 얼마 전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업자 자산기준을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는 선에서 재벌참여의 범위를 제한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그 동안의 논의를 일거에 뒤집고 모든 신문, 모든 재벌이 모든 방송을 소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배경에는 자산규모 10조원 이하의 중견재벌들은 방송사업에 큰 의욕을 보이지 않은 데 있는 듯하다. 그래서 모든 재벌에게 방송진출의 길을 연 것같다. 거대재벌들은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 말고 화끈하게 지상파방송을 달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또 조-중-동도 비슷한 요구를 한 모양이다.
 
 그럼 왜 조-중-동한테 방송을 주려고 할까? 지난 대선에서 정권장악에 기여한 보답일 것이다. 조-중-동은 또 방송을 얻을 요량으로 권력을 비판-견제해야 하는 언론의 기능을 저버리고 정권에 대한 찬사만 늘어놓는다. 왜 재벌한테도 방송을 주려는 것일까? 자본은 속성상 친정권적이다. 재벌은 계열사를 수십 개씩 거느리고 거의 모든 업종에서 사업을 영위하니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조-중-동이 돈이 모자랄 테니 둘이 손을 잡도록 거대재벌의 방송진출의 길을 연 것이다. 재벌의 입장에서는 방송을 사업의 방패막이로 쓸 수 있다. 또 경제정책을 일반국민 중심이 아닌 거대재벌 위주로 오도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 
 
 왜 무리하게 MBC, KBS2를 뺏어서 조-둥-동과 거대재벌한테 주려고 할까? 방송광고시장은 제한적인데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도전문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해 KBS, MBC, SBS와 경쟁해봤자 광고부족으로 사업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종합편성채널이 지상파방송처럼 방송하려면 막대한 시설투자와 인력확보에다 제작비만도 연간 5,000억원 가량 들어간다. 결국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광고확보도 안정적인 MBC나 KBS2를 내놓으라고 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정부의 입장에서는 정권홍보가 다급한데 방송사를 만들려면 준비기간이 1년 이상 걸리니 기존의 지상파방송을 주기로 작정했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공영방송법을 만들어 공영방송의 광고수입을 전체수입의 2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당직자들이 여러 차례 MBC는 공영도 민영도 아니니 분명하게 선택하라고 말해왔다. MBC가 공영방송이라고 주장하니까 광고수입 20%라는 덫으로 묶어 민영화를 압박한다는 전락이다. 광고수입의 80%를 줄이는 고사작전으로 내부반발과 외부반대를 돌파한다는 뜻이다. 같은 수법으로 KBS도 압박할 태세다. KBS2는 공영방송이지만 광고로 먹고 산다. 광고수입을 80% 줄이면 KBS2를 포기하는 길밖에 없다. 
 
▲     © CBS노컷뉴스

 외국자본한테도 방송을 내준다고 한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의 지분 20%를 소유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생성된 뉴스를 외국자본이 그 가치를 판단하고 논평하도록 방송시장을 개방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외국자본은 자국이익을 대변하기 마련이다.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이 대단히 높다. 외국자본이 의도한다면 우회투자를 통해 방송사를 세우면 실질적인 지배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제도적 맹점으로 인해 이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족벌신문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있다. 관제사장이 들어선 방송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인터넷에서나 정확한 정보전달과 활발한 상호토론이 기대된다. 그러자 촛불에 데인 탓도 있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사이버모독죄를 도입하려고 한다. 인터넷에서 듣기 싫은 말을 하면 감방에 넣겠다는 짓이다. 또 인터넷 실명제를 확대한다고 한다. 국민 개개인에게 인식번호를 부여하는 국가는 이 나라뿐이다. 신분을 밝혀야 인터넷에 댓글을 달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금방 누구인지 아는데 무서워서 누가 바른 말을 하려고 하겠는가? 네티즌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술책이다. 
 
 한마디로 방송을 족벌신문, 거대재벌, 외국자본한테 넘기려는 수작이다. 이것은 여론조작을 통해 민심이반을 막아 정권안보를 확보하고 장차 장기집권까지 노린 포석이다. 그런데 국회는 한나라당이 방계세력과 결탁하면 개헌도 가능한 1당독재의 구조이다. 국민이 나서 방송을 지키는 길 밖에 없다. 방송장악 저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8/12/23 [17:4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