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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민주주의의 진로
[논단] 이명박 정부와 친기업--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위기는 심화될 것
 
김평호   기사입력  2008/02/20 [13:40]
드디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다. 이 정부는 어떤 정부가 될 것인가? 차기 정부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실용’에 이어 ‘친기업’(pro-business)이다. 듣기에 그럴싸하다. 그러나 차기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주의는 낮은 수준의 구호에 머무르면서 무분별한 개발정책의 추진, 각종 사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배제하는 ‘개발독재’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 친기업은? 이명박 당선자는 스스로 친기업 대통령임을 자랑스럽게 외치고 있다. ‘반기업’ 정서가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말해온 전경련 같은 단체와 조·중·동 같은 철부지 신문들은 쌍수를 들어 친기업 이명박 정부를 환영하고 있다. 정부가 고용과 가치창출 같은 경제의 핵심역할을 하는 기업과 친한게 문제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경제만 살리면 무엇이 일어나도 괜찮다는 쓰나미 같은 국민여론이 있는 판에 친기업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함직도 하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친기업은 반민주주의적이며 반자본주의적 생각이다. 지난 2003년 6월 국제적으로 권위와 신뢰를 인정받는 이코노미스트지는 창간 160주년을 맞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그 기사의 핵심내용이 바로 친기업적 사고와 정책이 불러일으키는 오늘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짚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오는 25일 대통령 취임식을 시작으로 향후 5년 간의 첫발을 내딜 예정이다. 하지만 그간 인수위 활동에서 여실히 나타났듯, 친 기업적, 시장친화적 정책들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친기업은 왜 반민주주의적인가? 정치적 불평등과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친기업에서 기업은 기업일반을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는 대기업을 의미한다. 이들 특정기업/기업집단은 보유하고 있는 자원, 사회적 위상, 법적 특전 등의 측면에서 개개 시민들보다, 또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기업집단보다 훨씬 큰 정치적 힘을 가지고 있다.
 
물론 권력과 부의 불평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정부는 공평한 조정자이며 따라서 강력한 힘을 소유한 사적집단에 대한 제어자로 기능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친기업이라는 이름으로 특정기업/기업집단이나 부유한 계급일반에 편향된 정책을 편다면 그것은 바로 민주주의와 정부에 대한 공공적 신뢰의 위기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친기업은 왜 반자본주의적인가? 공정한 경쟁과 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정부는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공정한 심판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시장주의자는 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수단을 지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평등을 조장하는 왜곡된 형태의 보호주의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기업은 경제성장, 고용창출 등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상호 밀접할 수밖에 없지만 이는 대체로 특정기업/기업집단의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통로로 왜곡되기 십상이다. 한편 정부는 경제를 제대로 이끌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이나 역량에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뒤쳐지기 때문에 기업의 논리에 포획되기 쉽다. 따라서 정부의 결정은 특정 기업 또는 기업집단에 유리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요소들 때문에 친기업은 공정한 경쟁과 선택의 자유를 해치는 반자본주의적 결과를 낳는 것이다. 

친기업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이코노미스트는 ‘친시장’(pro-market)의 길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친시장은 국가를 최소화하는 시장만능주의와 전혀 다른 것이라는 점이다. 

친시장은 무엇인가? 친시장의 근본은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다. 자유주의 정치와 마찬가지로 자유주의 경제는 권력에는 한계가 있고 남용되는 권력은 그것이 어떠한 형태의 것이든 자본주의의 발전을 위해 견제되어야 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친시장의 의미는 바로 이러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대기업에 대한 특혜 폐지, 강한 반독점 정책, 기업의 로비에 단호한 정치, 조세정의의 실현 등등이 친시장 정책의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 등이 친기업 찬가를 부를 때 시중에는 “. . . 하면 어때, 경제만 살리면 그만이지”라는 절망적인 농담이 횡행하고 있다. 친기업하면 경제가 살 것이라는 무지막지한 기대가 나라를 뒤엎고 있다. 이 기대는 그러나 사회의 양극화가 더욱더 확대되면서 극히 왜곡된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기사의 말미에 이렇게 쓰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제대로 풀지 못할 때 정부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자유도 종래에는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사족 하나. “기업이 자본의 힘을 이용해 일종의 특권체제를 만들어 정부와 법, 즉 국가에 도전하려는 시도는 애초에 분쇄되어야 한다.” 이미 200여년도 전에 미국 3대 대통령 제퍼슨이 기업의 사회적 지배력 확대를 우려하며 한 말이다. 우리는 그런데 친기업의 이름으로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특권체제를 더욱 강화하려 애쓰고 있다. 
 
* 글쓴이는 단국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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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2/20 [13:4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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