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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노대통령-언론단체 토론회 막전막후
[방청기] 대통령과 언론단체 토론 성과, 정보공개법 TFT 구성 등 긍정적
 
김철관   기사입력  2007/06/18 [17:50]
성사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던 취재시스템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단체와의 토론회가 성사됐다. 17일 저녁 KBS-1TV와 YTN, 인터넷 <오마이뉴스>는 토론회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이제 판단은 국민의 몫으로 남겨둔 상태다. 18일 출근해 보수 신문들의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보니 대부분 기사 내용이 시큰둥했다. 텔레비전을 통해 토론회를 시청하지 못한 국민들은 신문 내용을 보고 토론 내용을 판단할 것을 생각하니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보수신문들의 토론회 기사를 보면서 텔레비전에 비친 화상(의사환경)과 지근거리에서 실제 지켜본 진짜 환경(참 환경)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기자들과 직접관련이 있는 취재선진화 방안 이라는 의제 때문인지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적절치 못한 대통령의 발언 및 토론자들의 발언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았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특히 토론회의 결과를 차지하고서라도 성과라면 대통령이 언론단체 대표들과 국민 앞에서 생방송 토론을 했다는 그 자체였다.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건임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패널은 아니었지만 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 자격으로 초청돼 토론 현장을 지켜봤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은 올 초 대통령취임 4주년 기념 한국인터넷협회 주최 토론회, 세계기자협회 한국대회에 이어 세 번째였다.
 
이날 오후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토론회가 진행된 상암동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디지털미디어센터 1층 스튜디오는 토론회 준비로 부산했다. 오후 3시 실무회의를 갖기 위해 이곳에 도착했다. 디지털미디어센터 12층 회의실에는 오연호 인터넷기자협회장, 김환균 한국프로듀서연합회장,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와 있었고, 정일용 기자협회장과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은 6.15기념행사로 인해 방북, 인천공항에 도착한대로 곧바로 토론장으로 올 예정이었다.
 
먼저 참석한 패널들과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을 대신해 회의에 참석해 중복질문, 중요한 이슈, 토론 순서 등을 점검했다. 회의 중 인천공항에 도착한 정일용 기자협회장이 기자협회 간부들과 토론 참석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회장과 함께 입국한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에게 곧바로 전화로 안부를 묻고 토론장으로 빨리 왔으면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토론회 핵심 멤버인 기자 대표단인 두 분의 회장이 토론회에 빠지게 되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시에 맞춰 인천공항에 도착했다는 점에 안심을 했다.
 
걱정이 됐던 것은 6월 15일 열릴 평양 6.15행사 파행이 돌출 변수로 작용해 도착시간 예측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표들이 행여 참석을 못할 것에 대비 기자협회는 이보경 부회장이 토론회 참석 대기를 했고, 인터넷기자협회도 수석부회장인 내가 대기를 했다. 물론 인병문 인터넷기자협회 사무처장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의견을 나눴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정일용 회장과 이준희 회장이 12층 회의실에 도착했다. 정일용 회장의 얼굴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그는 줄담배를 피웠다. 심정을 이해할 것 같았다. 5명의 패널들이 모두 만나 토론회 관련 내용들을 점검했다.
 
정각 6시경 정일용 기자협회장, 김환균 한국프로듀서연합회장, 오연호 한국인터넷신문협회장,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등 5명의 패널과 사회자 김신명숙 씨가 토론회가 진행될 1층 스튜디오에 먼저 착석했다. 잠시 사회자 발언에 맞춰 리허설을 했다. 
 
▲현직 대통령과 언론단체장들과의 공개토론회 자체가 큰 성과라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 대자보 김철관

정각 6시 20분 사회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입장하고 계십니다’라고 간단한 멘트를 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착석한 가운데 사회자의 발언에 따라 또다시 간단한 리허설을 했다. 카메라 뒤쪽에서는 청와대, 문화관광부, 국정홍보처, 언론재단 등 정부 관계자들과 기자협회, 인터넷기자협회, PD연합회 등 언론단체 관계자들이 함께 토론을 지켜봤다. 정각 6시 30분 생방송이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는 노무현 대통령은 취재시스템선진화 방안의 정당성을 주로 얘기했다. 패널들은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는 절차상의 문제지적과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먼저 정일용 회장은 취재선진화 방안에 대한 현장 기자들의 의구심을 풀기위해 소모적 논쟁보다 상생의 토론회가 됐으면 한다면서 정부가 밝힌 취재선진화 지원 방안이 언론개혁에 역행 및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환균 회장은 발표방식에 있어 의견수렴과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미FTA, 방통융합 등의 과정에서도 참여정부는 정보를 공유한 것이 아니라 결과만 가지고 얘기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취재선진화 방안은 지원제도이면서 선진화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정일용 회장이 주장한 퇴행적이라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얘기해 달라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정보차단은 없었다고 강변하면서 취재 시스템 선진화방안 논의절차와 관련해 대통령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브리핑 제도 등 선진화방안에 대해 언론이 사실을 전달하지 않고 비난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2만 명 정도 들어온 국정브리핑에 정부 입장을 얘기하려다 보니까”라는 말이 나오자 카메라 뒤에 앉아 있던 한 비서관이 ‘7만 명 정도’ 들어온다고 정정하자 “그래요”하면서 7만 명을 가지고 정부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는 한계를 토로하기도 했다.
 
오연호 회장은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추진한 브리핑제도를 제대로 추진했으면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1차 개혁이 실패했다고 기자를 탓할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이 제대로 못했으니 공무원들을 탓하라고 주장했다.
 
이준희 회장은 기자실문제는 기자책임도 크지만 집권해 기자실개혁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않고 뒷전으로 밀리게 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면서 기자실과 관련해 기자단문제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태섭 대표는 선진화 방안이 언론탄압은 아니지만 소기의 성과에 회의가 든다면서 정보공개 및 접근을 통해 실질적 취재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9월 시행한 브리핑제도를 통합 못한 점을 인정한다면서 공무원들이 단호했으면 됐지만 저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취재선진화방안과 관련해 선의로 봐달라면서 임기 말에 완전히 정리하고 가겠다고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이외에도 대통령과 패널들은 취재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여러 가지 논쟁을 했다.
 
토론이 절정에 오르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고, 토론자 2명이 각각 2분씩 의제 발언을 하고, 대통령이 5분 정도 발언을 해야 한다는 사전약속인 토론회 규칙 2:1토론 방식이 깨지기도 했다. 사회자가 자제 요청과 시간 엄수를 재차 부탁했다.
 
정일용 회장은 마지막 발언을 통해 노 대통령에게 토론에 참여한 단체와 합의된 안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정보공개법, 내부고발자 등 제도개선을 위해 TF구성과 여기에서 언론자유와 연동해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 ▲브리핑제도 개선을 위해 취재현장 실태조사 등 정부와 언론 4단체가 함께 논의 및 외국 정보공개제도 조사 ▲공무원 취재 응대 인정 ▲기자협회 차원 기자실문제 토론제의가 있으면 응할 것 등을 제시했다. 노대통령은 공감한다면서 기자실 공사 보류는 말할 수 없지만 충분히 논의가 시작되면 답이 나올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토론회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됐고 정각 저녁 8시 모두 마무리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패널과 가진 티타임에서 노 대통령은 정일용 회장이 밝힌 내용을 대부분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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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6/18 [17: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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