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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빛 바랜 5.18 민주화운동 투사였단다"
<조선>이 '빨치산 추모' 낙인찍은 김형근 교사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리복재   기사입력  2006/12/09 [12:52]
2005년 5월 전북 회현산에 전북 임실 관촌중 학생들과 학부모 180여명을 인솔하여  ‘남녘 통일 애국열사 추모제( "빨치산 추모제".조선일보식 표기) 전야제인 문화행사에 학생들을 데리고 참가했던 김형근 교사(46·전북 군산동고)를 악의적으로 "빨치산 추모제"로 명명하여 간첩과 다름없는 빨갱이로 몰았고,어린 학생들까지 좌익사범운운하며 대통령에게 압박하고 있다.
 
 조선일보 12월 7일자 기사를 보면 첫머리에 “전북 임실군 관촌면 K중학교 도덕교사였던 김모(48·군산 D고)씨가 공안당국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에 소읍(小邑)은 술렁거렸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 조선일보는 교사와 학생의 통일열사 추모문화제 참석을 현장확인없이친북성향으로 보도했다.     © 12월 6일자 조선일보 pdf

그러나 실제 김 교사는 공안당국의 내사나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공안당국 운운하며 내사를 받고 있다는 허위비방날조극을 연출하며 언론의 패악짓거리를 함부로 내뱉고 있는 것이다.문화행사에 참여한 것이 무슨 죄가 되며, 어떠한 사상적 정치적 구호도 없는 평범한 전야제에 참석한 것이다. 그러한 사정을 잘 아는 조선일보가 간첩단 ‘일심회’사건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통일운동 관련 카페를 전전하다 과거 관촌중 통일학생들이 북녘의 학생들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와 활동사진을 포착하고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유 없는 태클을 걸고 무자비하게 집중포화를 날렸고,중앙과 동아일보가 합세하는 꼴이 되었다. 

 본보에서는 조선일보가 1년이 훨씬 넘은 시점에서 허위 비방날조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어린 학생까지 사상적으로 몰아 가야 했는지 등 심층 보도할 예정이다.

아래는 김교사가 아들에게 보내는 일기장 형식의 글을 남겨 여과없이 싣는다.

아들아! 
미안하다. 아빠는 이제 빛이 바랜 5.18 민주화운동 투사였단다.


내내 보상금 신청을 하라고 아빠에게 종용하더니만, 오늘은 518단체로부터 국가의 유공자로 보훈처에 신고하라고 서신이 왔구나.
아빠가 신고해서 국가의 혜택을 받게 된다면 우선 너에게 가장 큰 이득이 돌아올텐데, 아빠는 이번에도 거절하고 말았구나. 아빠가 너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슬픈 각인밖에 없는데도, ... 아빠가 너무 잘나서...

아들아 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빠가 교도소에서 나와 너의 담임 선생님을 찾아보았더란다. 담임 선생님이 처음에는 아빠가 계시지 않는 줄 알았었다고 하더니, 나중에 통일 운동이 무슨 죄냐고 묻더라. 그저 황송하고 죄스러운 마음으로 담임의 얼굴을 보지도 못 하고 돌아왔단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급 게시판 위에 자기소개 란에 쇠창살을 그려 넣고 그 뒤에 사진을 붙여 <전과 0범 김민철>이라는 소개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아빠는 너에게 죄스러워서 어쩔 줄 몰랐단다. 하고 많은 상상력 중에서, 곰 그림도 있고 나무 모양 장식도 있었을 텐데.. 하필이면..그 상처가 어린 너에게.. 모든 것이 즐겁고 아름답게 보여야 할 나이에..

언젠가 1995년 더운 여름날 너와 나 둘이서 팬티만 입고 큰방에서 자고 있는데, 형사들 100여명이 몰려와서 아빠 손에 수갑을 채우고 군화발로 집뒤짐을 할 때 놀라서 울고만 있던 어린 너는 무슨 생각을 했겠니? 그래서 아빠는 너에게 죄인이란다.

어떤 설명도 없이 이 담에 크면 아빠를 이해해주겠지 라는 막연한 이해심을 기다리며 그때 그때 상황을 넘기고 만 아빠는 또 너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용서가 된다면 몇 마디라도 국가유공자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를 말해보자.

우선 아빠는 못 다한 꿈으로 맺혀 있단다.
민주화라는 것은 국민 모두가 주인 되고 복된 삶을 이루는 것이지.
그런데, 여전히 사회는 사람보다는 돈이 우선이고, 돈에 얽매여 하루하루 지친 삶을 이끌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단다.
민주화는 이들에게 사람 사는 희망을 주는 과정이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 사회는 돈을 많이 가진 자가 주인일 뿐, 대다수는 가난과 빈곤으로 주인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냉혹한 곳이란다.
돈이 없으면 아이들 학교에도 제대로 보낼 수 없고,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유가 나라가 분단된 때문이고, 우리나라를 자본주의, 그것도 미국자본주의 시장 원리인 약육강식 체제로 만들었기 때문이지.
국가 예산의 많은 돈을 제 민족과 대결하고자 쏟아 붓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겨 사는 놈은 살고 죽은 놈은 죽으라 하니 더더욱 사람들이 가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아빠는 20대 젊은 나이에 부르짖었던 민주화와 통일의 꿈을 아직도 가슴에 맺힌 한으로만 삭이고 있는 거란다.

아빠 생각은 이렇다.
"보상이라니? 보상받을 것이 있으면 민주와 통일로 보상이 되어야지. 국민들의 보다 질 높은 삶의 보상이 되어야지. 그리고 아빠가 무엇을 했다고?"

또 아빠는 너에게 국가유공자 자녀라는 특별한 혜택을 주고 싶지 않단다.
학교 다니는 과정도 아빠가 노력해서 학비를 대면되고, 입시나 취업 등도 정당하게 경쟁해서 스스로 뚫어내길 바란단다.
너가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면 그것은 너의 삶의 과정에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판단한다.

그리고.. 아빠는 이 나라에서 주는 ‘예우’를 너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해야할 것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너와 수많은 사람들이 같이 희망을 만들어 가길 바란단다.

아직 이 나라는 정의가 불의가 되고, 양심이나 진보가 이해관계로 먹칠해져있고, 우리 삶에 고통을 주는 근본요인은 저만치 웃고 있는데, 사람들은 눈앞의 싸움만 익숙한 땅이야.
군사적 주권조차 없는 이 나라의 ‘예우’를 너에게 준다는 것은 아빠에게는 치욕이란다.
아직도 분단 때문에 신음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한 아빠는 자랑스러운 것이 하나도 없단다.

아들아!
아빠가 젊었을 때 더 일을 해서 분단 구조만이라도 벗어냈다면, 후대인 너에게 짐 하나를 덜어주었을 것을...
아빠의 짐을 그대로 아가, 너가 커가는 과정에 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아빠가슴이 더 답답하단다.
힘내라 아들아!
영광은 영광을 받을 자격만이 아니라 영광의 조건이 이루어져야 받을 수 있는 거란다.


2002. 7. 18
너의 아빠가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쓰며.. 
 

▲ 김형근 교사의 아들 김민철군에게 보내는 사연이 너무나 가슴 아프게 한다     © 출처 : 플러스코리아

원본 기사 보기:http://www.pluskorea.net/sub_read.html?uid=1570(plu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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