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의 영토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을 우리는 '10인의 전사'라 불렀습니다. 이제는 9인의 전사로 힘겹게 의정활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10월26일 재보선을 통해 또 다른 조승수가, 새로운 민주노동당 전사 한 명이 탄생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사회가 양극화로 치닫고 노동자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 <대법 최종심 판결에 대한 조승수 의원 신상발언> 중에서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의 목이 대법원에 의해 잘려졌다. 그러나 그들은 엄청난 착각을 하고 말았다. 바로 조승수라는 포자낭을 건드린 대가는 우리 사회에 왜 진보정당이 필요한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다시 한 번 균열되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성채에 힘있는 공세를 준비하는 각오를 다져 주었기 때문이다. 이미 남한 사회 권력의 핵심인 이건희가 사상 최초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호출되었고, 시민사회의 압박에 검찰에 의한 소환조사까지 예정되고 있다. 한때 그는 겉으로는 스스로 "정치는 3류"라며 비웃었지만, 실제로는 그 3류 양아치들을 검은 돈으로 관리하며 삼성공화국의 지배권을 영속하려는 음모의 심장부에 존재했던 것이다.
이미 노회찬 의원에 의해서 그 실체가 일부 공개된 소위 ‘X-file’의 핵심은 바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건희와 조승수로 대표되는 남한 사회의 치열한 접점은 단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균형선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공방 속에서 서민대중들의 삶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노무현 정권에 의해 유예된 삼성공화국의 체제 정비를 위한 시간 벌기는 기득권 세력에게 끊임없이 역공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대법원에 의해 자행된 '조승수 죽이기'는 그런 시각의 연장에 다름이 아니다. 불철저한 국가권력이 실질적 지배자인 자본권력에 기생하며 그 대가로 퇴행적 부패고리의 명줄을 연장시켜주는 희한한 나라에서 벌어진 한바탕 헤프닝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승수에 대한 사법테러 과정에서 분명히 깨달았다. 마치 박노해의 과거 역작이었던 <대결>이라는 싯귀의 한 부분처럼 '사슴과 돼지들'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단지 한 두 사람의 인물 교체가 저들의 세련된 지배구조와 지배방식에 실질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말았다. 바로 그래서 노무현 정권은 시지프스의 한계를 서둘러 인식하고 영속적 지배구조의 귀퉁이로 편입하기 위하여 자신들만의 화해와 포용을 통한 대연정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생각해낸 것이다.
이제 당분간 남한 사회의 작동방식에 효과적인 문제제기를 가하던 입법공간에서의 다양한 진보적 의제들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임종인이 징검다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그에 의하면 10월 26일이라는 시한부 진보말살 공간에서 한시적인 '제2의 조승수'를 자처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개혁과 진보를 입에 달고 행세하던 숱한 386들과 유시민마저 외면하고 있는 절박하고도 중대한 과제 속에서 임종인만이 홀로 돋보이는 역할을 자처했다는 현실은 그나마 고맙고도 다행한 일이다.
실제로 임종인이 언급했던 『민생관련 3법 발의, 비정규직관련 법안 발의, 장애인이동보장 법안 발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발의, 이라크파병 철군 결의안 발의, 남북교류협력 관련 법안 발의, 노동3권 관련 법안 발의, 호주제 폐지 관련 법안 발의, 학교급식법 개정안 발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발의, 과거사 진상규명법 발의, 언론개혁 관련 법안 발의』등은 그 자체로써 값지고도 효과적인 메시지였으며, 더 나아가 기득권 일변도의 남한 사회 입법기능에 민중들의 시선을 오롯히 담아낸 실천과제였던 것이다.
이제 남한 사회는 조승수가 없는, 아니 임종인이 대신할 불과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더욱 뼈저리게 경험할 것이다. 왜 저 거대한 보수양당들은 항상 평소에는 아웅다웅 다투는 척 하지만, 정작 민중들의 삶이나 우리 사회의 실질적 개혁과제와 직결된 중요한 정책과 지점에 직면하면 화기애애한 밤의 밀실에서 술잔을 마주하며 세련된 화음의 일치를 보이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또한 주어진 여건에 자족하며 더욱 치열한 계급투쟁을 전개하는 것을 주저했던 민주노동당의 개량주의 그룹들 역시 불과 대여섯 명의 지명권력들에 의해 손쉽게 붕괴되는 진보정당 탄압의 현실 앞에서 자신들의 인식과 한계가 얼마나 신기루에 불과했는지 자각할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보수동맹의 법리적 대리인인 대법원의 퇴행적인 인물들에 의하여 도발된 싸움을 주동적인 관점에서 준비해야 한다. 20여년 전의 10.26이 수구 군사정권의 종언을 고했던 날이었다면, 다가오는 10월 26일은 암묵적 동거에 돌입한 보수동맹의 압박을 뚫고 민주노동당의 존재와 역할을 전체 민중들의 엄호 속에 울산 시민의 위대한 판단으로 재확인하는 날이어야 한다. 법률의 방패막이 뒤에 숨어서 자행되었던 보수동맹의 조승수 테러사건은 기껏 한 두 사람의 얼굴마담으로는 아무런 사회발전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이제 실질적인 판갈이의 필요성만이 여전히 유일한 대안이며 유효한 열쇠이다.
민들레는 아무리 건조하고 척박한 토양 속에서도 끝끝내 생존하여 마침내 군락을 이루고야 만다. 비록 이번 싸움은 조승수라는 민들레의 포자낭을 건든 보수동맹의 도전으로 시작되었지만,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가 어떤 각오와 준비 속에서 응전을 하느냐가 새로운 기회와 파열구의 정도를 마련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해법을 열어젖힐 단 하나의 열쇠는 바로 우리 주변의 '일하는 사람들'과의 동지적 교감과 철저한 연대에서 비롯될 것이다. 어차피 승패가 예견된 승부이다. 우리 모두 즐겁게 싸우자. 랄~라~라!!
과거에도 그랬었고 현재에도 그리하며 또한 미래에도 그렇듯, 언제나 민주노동당의 영토는 굴절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희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오직 민중들의 품 밖에 없다.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정치공론장 폴리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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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