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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의 경향신문 절독, '너무 나간다'
북한 입장, 공개적 논의 없이 '소수의 폐쇄적 결정'이 문제
 
우석훈   기사입력  2010/10/09 [18:54]
러시아 공산당과 유럽의 공산당
 
북한과 민노당의 관계를 일부에서 얘기하는 종북주의라는 시각으로까지 나는 보지는 않는다. 뭐 그런 인사들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그 안도 좀 복잡하고 또 그렇게 간단하게 분석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다.

그런 유형의 질문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겨난 것도 아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공산당들이 러시아 공산당과의 관계에서 아주 골치 아픈 질문들 앞에 섰던 적이 있다. 당시의 러시아 공산당은 일종의 국제연대 전략에 의해서 다른 나라 공산당들을 일종의 해당 국가의 지부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이래라 저래라, 이런 주장해라 그렇게 계속해서 명령이 갔고, 특정 국가의 공산당은 이 질문을 대처하기가 아주 곤란했던 것 같다. 시키는 대로 하자는 근본파가 있고, 나는 도저히 그렇게 못하겠다는 흐름도 있을 것이고.
 
유명해진 사건으로는 샤르트르가 "나는 모택동주의자이다"라고 마오이스트 입장을 가지게 된 것인데, 말이야 복잡하지만 모택동의 2차 모순 혹은 민족 모순 이론의 지지자라는 얘기는 스탈린 동지의 얘기를 들을 필요가 없고, 그러니 러시아 공산당이 시키는 대로 하지는 않겠다. 그런 복잡한 맥락을 가지게 된다.

공산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당이라는 사민주의 정당이 결국 미테랑을 배출하면서 공산당과는 별도의 정당을 가지게 되는 과정도 러시아 공산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복잡한 맥락이 숨어있는 것 같다.
 
러시아 공산당의 지시를 그야말로 지시 혹은 지령으로 이해할 것인가, 아니면 가이드라인으로 이해할 것인가, 혹은 참고자료로 볼 것인가, 여기에 따라서 정말 복잡하던 70년대의 유럽 정치노선이 펼쳐진다.

스탈린주의를 가장 공개적으로 거부한 집단은 트로츠키 노선이었다. 트로츠키의 사상은 또 다른 분석이고, 어쨌든 트로츠키는 스탈린에 의해서 암살당한 사람이고, 그러니까 트로츠키주의자를 표방하며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스탈린 동지의 명령 따위는 나한테는 씨도 안 먹히니까 아예 말도 하지마...

90년에 나에게도 트로츠키주의자 친구들이 좀 있었다. 하얀 스카프가 인상적이었던, 박사 과정에서 철학 공부하던 여학생은 청강으로 들어갔던 철학 수업 시작하는 날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다 말고 울었었다. 오랫동안 그 울음이 인상에 남았다. 당시 파리 10대학의 학생회는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다수파였었다.

민노당과 북한과의 관계는 그냥 넓게 보면 60~70년대의 러시아 공산당과 프랑스 공산당 사이의 긴장 관계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왜 남의 나라 정당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만, 그게 제1 인터내셔날 이후 코민테른 내에서의 일종의 대회협력 전선의 기본 틀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였고.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맑스의 얘기는 나중에 1차 세계대전 직후 독일 사민당의 민족주의 노선에 의해서 아주 우스운 것으로 바뀐 것 같지만, 어쨌든 현실적 필요에 의해서 계속해서 일종의 전통으로 남게 된 것 같다.

그렇다면 그런 연장선 내에서 북한 노동당과 한국의 민주노동당의 관계를, 당시의 러시아 공산당과 유럽 각국의 공산당의 관계와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니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폐쇄적 북한관, 야권 연정·진보통합의 걸림돌

북한의 입장을 일종의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가이드 라인 정도로 생각해도 되지 않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가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불만인 것은 그러한 논의들이 프랑스 공산당의 경우와는 달리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프랑스 공산당이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러시아 공산당은 이래라 저래라 하는 명령들을 계속해서 내보냈다고 하는데, 심지어는 샤르트르 동지에게 어떤 집회에서 이런 얘기를 하도록 하시오 그런 것까지 왔다고 한다.

당근 샤르트르는 빡 돌아서 '나는 마오주의자이다' 이렇게 하고 발을 빼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요 정도가 내가 프랑스 공산당 사람들한테 들은 얘기인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너무 공개적인 논의가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소수가 결정하는 것 아니냐, 이게 내가 민주노동당 당원 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불만이었다.

어쨌든 민노당 내에도 여러가지 입장이 있고, 분당 이후에도 또 복잡한 흐름들이 생겨서 그냥 단순하게 몇 가지 축으로 환원시킬 것은 아니다만, 최소한 유럽의 공산당이 러시아 공산당 혹은 코민테른과 가지게 될 포지션에 대해서 상당한 고민을 공개적으로 했던 것 수준의 공개적인 논의들은 있어야 할 것 아니냐. 내 생각은 그러하다.

하여간 이런 기본적인 관계들이 아직 공개적으로 잘 정의되거나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손자 세습 문제가 생겼다.

민노당이 당혹스러울 것이라는 거야 굳이 생각해볼 필요는 없을 정도로 뻔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내부에서도 좀 논의를 하고 그런 논의들이 민노당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정하는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약간의 소망을 나도 가졌었다.

어정쩡한 북한은 다른 나라이니까 다른 나라로서 인정하자, 그 정도의 입장 표명이 아마 최소한이었을 것 같다.

약간 너무하다 싶을 통일 환원주의 비슷한 것인데, 기술적인 분석과는 상관없이 어쨌든 생각보다 덜 강경한 입장 표명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질문한 경향신문에 대해서 "신문 끊겠다"고 민노당 울산지부에서 강경 돌변하였다. 이건 좀 너무 나가는 셈이다.

신문절독은 입장상으로는 가장 강경한 수순 중의 하나인데, 논쟁을 해도 잽잽 그리고 원투, 다시 잽잽, 원투 그리고 스트레이트 뭐 이런 논쟁의 수순이 있는데. 잽, 어퍼컷...

공개적 논의 대신에 공개적 행동이 먼저인데, 아무리 봐도 좀 너무 나간다 싶다.

이래서야 연정은 물론이고, 진보신당에서 통합하자는 얘기를 누가 꺼낼 수 있겠냐.

입장이 있는 것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공개적인 논의 과정이 생략되는 것은 그건 좀 문제인 것 같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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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노당의 2010/10/15 [01:20]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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