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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사회적 교섭’ 전제 마련됐나
[논단] 정부여당 ‘비정규직 개악안’ 폐기 명확히 한 이후 교섭나서야
 
장상환   기사입력  2005/03/03 [09:53]
지난 2월4일 <대자보>에 게재한 나의 글,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사태의 본질”에 대해서 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이 “장상환교수의 사태 왜곡 유감”이라는 제목으로 반론을 제기해왔다.
 
[관련기사] 이석행, “장상환 교수의 사태 왜곡 유감” (시민의신문, 2005. 2. 21) 
 
집행부 조합원간 괴리
 
우선 나의 글 가운데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사회적 교섭안이 작년 9월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된 것이 아니라 8월 중앙위원회 결정에 따라 안건 상정이 유보되었다. 2월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반대토론자들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나머지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는 나의 의견을 보완하고자 한다.
 
첫째, 사회적 교섭을 찬성하는 측이 투쟁과 교섭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이석행 사무총장은 내가 사회적 교섭 찬성 측을 ‘투쟁없이 실리를 추구하는 사회적 교섭파’라고 한 것이 찬성의견을 왜곡했다고 한다. 안건을 설명하는 공식 자료와 설명에서는 물론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자고 한다.
 
그러나 미디어 참세상의 대의원대회 보도(‘사회적 교섭’, 화해 여지없는 대립)에 따르면 한 찬성토론자는 “조합원 투쟁 쉽게 안 나선다...(중략)... 실리주의 비판하지만 노조에서 교섭 없이 제대로 된 성과를 챙기지 못한다. 작은 성과를 챙기면서 노동자에게 돌려주는 게 민주노총의 과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1일 열린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 \'사회적 교섭\'에 대한 이견만 노정했다.     © 미디어참세상 제공
 
이외에 찬성주장을 살펴보면 투쟁이 어려우니 사회적 교섭을 하면 투쟁의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투쟁과 교섭을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투쟁보다 교섭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나는 이것을 ‘투쟁 없이 실리를 추구하는 사회적 교섭’이라고 다소 과장하여 표현한 것이다.
 
둘째,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물리적 충돌 즉 단상점거와 약간의 몸싸움이 있었지만 회의는 기본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1월 20일 임시대의원대회와 마찬가지로 최종적으로 대의원수가 3백76명으로 정족수 3백93명에 미달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대회가 유회되었던 것이다. 사회적 교섭 반대자들이 폭력으로 대회를 무산시킨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문제에서든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있는 것이고 당하는 쪽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될 때에는 기존 법률과 절차를 넘어서는 방법을 동원하여 저항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정도를 넘어설 경우이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비정규직 개악안이 입법화될 경우 희망을 포기해야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위기감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셋째, 집행부의 구성과 조합원의 노선분포가 괴리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해 1월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는 독립적으로 선택이 가능한 부위원장 후보까지 완벽하게 1, 2번 진영으로 나뉘어 위원장-사무총장 후보들과 공동선거대책본부를 구성하여 선거를 치룬 결과 현 집행부 진영이 싹쓸이를 했다.
 
따라서 집행부 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기 어렵게 되었고, 이것이 대의원대회가 연속적으로 파행이 된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임원 선거방식을 바꿔서 집행부가 다양한 세력으로 구성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대의원대회 시기상조

▲필자 장상환 교수는 경상대학교 경제학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2000.5-2003.8)을 역임했고, 현재는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입니다     ©대자보
민주노총의 단결력이 약해진 틈을 타 여당은 국회에서 비정규직 개악안 처리를 시도했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환경노동위원회 사무실 점거라는 물리적 저항과 양대 노총의 강한 반발로 일단 4월 처리로 물러섰다.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도 비정규직 개악안을 통과시키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3월 중순에 다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사회적 교섭안을 놓고 갈등을 재연하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 정부가 적어도 비정규직 개악안을 폐기하지 않는 한 사회적 교섭안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민주노총 집행부는 과연 사회적 교섭의 전제조건이 마련되었다고 생각하는가.
 
* 본문은 <시민의신문>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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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3/03 [09: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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