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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후폭풍이 두렵다는 김원기 국회의장께
[논단] 군사쿠데타 독재망령의 청산이 두렵다면 80년 광주를 생각하시라
 
뒤집기   기사입력  2004/12/30 [12:05]
국민분열 해소는 진보적이고 역사적으로 올바른 행위에 달려있다
 
반세기를 넘게 반민주적 정권 유지의 도구로 쓰여 온 반민주 악법, 반인권적 법의 대명사 국가보안법 폐지 여부가 김원기 국회의장님의 결단 여부에 달려 있는 급박한 상황이군요.
 
보도된 바에 의하면 의장님은 "여야 합의 없이 국보법 폐지를 밀어붙이면 국민들 사이의 분열이 심각해진다"는 견해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더불어 "지난 3월 대통령 탄핵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겪었던 무시무시한 후폭풍이 열린우리당에 찾아 올 수 있다고 본다"는 의견도 가지고 계신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1.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대표해서 입법부를 주관하는 의장님이 국민들 사이의 분열을 우려하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겠지요.
 
그런데 정말 국민의 분열이 그렇게 두려운 일이라면 열린우리당은 왜 이번 총선에 선거에 임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국민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순으로 분열하지 않았습니까? 한나라당과 합당해서 절대 다수의 국회의원이 동일한 당 소속이 되면 지금처럼 국민의 분열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 논리라면 박정희 유신헌법의 종신대통령도, 전두환의 체육관 대통령도 평가할 부분이 있겠군요. 적어도 국민 분열이 지금처럼 가시화되지 않았으니까 말입니다. 국회의원을 총칼로 몰아내고 국보위를 창설한 신군부도 지금 같은 국회 내의 분열상을 미연에 방지했으니 상이라도 주어야 할까요?
 
의장님 같은 의견이라면 유럽 국가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일 것입니다. 대부분 나라가 사형제도 폐지 시기에는 반반으로 갈라졌습니다. 사형제도를 폐지하면 마치 강도, 강간, 살인범이 들끓을 것처럼 겁을 준 사형제 찬성론자에 동조하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이들 나라도 사형제도 폐지에 대부분의 국민이 동의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겠지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하려면 국회라는 제도는 왜 있느냐는 회의가 들게 됩니다. 그냥 여론조사해서 결정하면 되지 의장님이 우려하시는 국민분열을 끊임없이 양산해내는 다당제 국회의 존재이유는 없어집니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 입법행위는, 정치인들이 국민보다 한발 먼저 나서서 실행해야 합니다. 그랬을 때 사회의 진보도 가능한 것입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미테랑 대통령 시기 당시 사형제도를 폐지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사형제도는 존재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당시 프랑스 국민의 60%가 사형제 폐지를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은 다수당이 민의를 따르는 것은 이처럼 기계적인 사안별 여론조사 추종이 아니라 국민을 선도하는 한발 앞선 입법활동이고 이것이 사회의 진보를 한걸음 한걸음 앞당기는 것이지요.
 
의장님, 앞으로 1년이 흐른 2005년 12월 30일을 생각해 봅시다. 과연 한나라당, 조선일보 등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동의해 줄까요? 아니 납득할 만한 국가보안법 개정안이라도 내놓을 수 있을까요? 그때는 지금과 같은 분열이 없고 화합이 존재할까요? 5년이 흐른 후라면 어떻습니까? 의장님은 10년 후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의 입장이 지금의 열린우리당과 비슷한 수준이라도 될 것으로 확신하실 수 있습니까? 과연 어느 때라야 국민분열이 존재하지 않는 때가 될까요.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시기로 가봅시다. 반세기만에 남북의 정상이 만난 충격적인 사건은 가장 수구적인 정치세력조차 스스로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를 제기하게 만들었습니다. 북한에 대해 이처럼 우호적인 때가 없었습니다. 김정일과 얼굴이 닮았다는 것이 욕으로 느껴지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의장님 견해에 따른다면 이때는 국민의 분열이 최소화된 결정적인 계기이겠지요. 그런데 과연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었습니까? 지금처럼 당시 여당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추진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수구세력은 "김정일과 밀약을 했다. 나라를 팔아먹으려는 비밀회담을 했다"고 난리를 쳤겠지요. 가장 적기라고 보이던 때도 이처럼 가장 곤란할 때가 될 수가 있습니다.
 
올해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스스로 과거 정권의 직계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세력으로부터 되찾은 실로 역사적인 해입니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내일을 설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내년에 또다시 국가보안법 논쟁으로 1년을 보내야 겠습니까? 과거세력이 다시 행정부를 장악한 후에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 신군부 쿠데타가 지난 지 25년이 되가는 이때에도 간첩소동을 벌이는 걸 볼 때 이는 불가능한 상상이 아닙니다. 그때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도 때가 늦습니다. 대통령 거부권이 있으니까요.
 
사형제도를 폐지했다고 해서 유럽국가가 살인마들의 천국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린이에게까지 사형을 선고하는 미국에서 흉악범죄가 훨씬 많지요. 사형제도가 폐지되고 나서도 아무런 치안문제가 발생하지 않자 그때까지 막연하게 가졌던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진정한 사회 통합이 이루어진 것이지요.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들은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도 안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고 국가보안법 사수론자들은 그럴 경우 온 나라가 난리가 날 것이라고 합니다. 사형제도가 그러하듯이 이것은 결코 토론을 거쳐 완벽한 합의를 이끌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막연한 안보불안감은 항상 일정한 지지를 얻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고 난 이후에 야만 그동안 수구신문의 안보불안감 조성이 허구라는 것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선일보 등이 대서특필만 하지 않는다면 일과성 시위, 유치한 인터넷 글이 좀 느는 정도겠지요.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보십시오. 수구신문은 이미 김영삼 정부 때부터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면 마치 안보가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이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만일, 수구언론, 수구세력이 당시 "남북정상회담은 아직 시기상조다"는 여론몰이를 성공시켰으면 아마 지금보다 더한 '국민분열'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어느 경우에나 이 '국민분열'을 생산적으로 해소하는 것은 진보적이고 역사적으로 올바른 '행위'를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 이전의 논쟁은 필연적으로 지금과 같은 정쟁을 유발합니다.
 
2. 이미 열린우리당에 몸담으셨던 의장님께서 '탄핵 후폭풍'과 유사한 상황을 우려하시는 것은 일견 납득이 갑니다. 더구나 상대당의 극렬반대를 거슬러 입법활동을 하는 것을 주저하는 것은 중립적이어야 할 국회의장의 미덕일수도 있습니다. 탄핵 후폭풍과 유사한 것으로 노동법 개악 날치기 통과 이후의 후폭풍을 들 수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모르지 않으실 의장님이 현재의 상황을 당시에 오버랩하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폭풍 우려'라고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법 날치기나 탄핵안 처리 이후의 후폭풍은 그 의정활동이 "상대방의 극렬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졌다"는 이유가 핵심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후폭풍들은 입법행위, 의정활동의 형식적 측면이 아니라 그 내용에서 기인한 것입니다. 즉, 2천만 노동자의 삶과 직결된 노동법이 개악되었다는 그 내용, 아무것도 아닌 일로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그 내용이 후폭풍의 본질입니다. 단순한 상대당의 거센 반발은 표면적이면 비본질적입니다.
 
▲국가보안법의 완전폐지는 개혁세력의 최소공배수이다.     ©대자보


그러면 과연 국가보안법 폐지가 당시와 유사한 국민적 저항을 부를 내용입니까? 국보법 폐지에 반대한 정치인, 언론은 별 것 아닌 것을 침소봉대하여 안보가 무너지기라도 한 것처럼 몰아가려 하겠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이제 먹고사는 문제나 신경쓰자"고 할 것입니다. 자신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도 아니요, 민주주의를 유린한 행위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한편, 노동법 날치기, 탄핵안 처리 후폭풍 등은 민주, 진보세력이 주도했던 저항운동입니다. 박정희 이후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면서 저변을 확대한 민주, 진보세력이 특정 시기에 다시 집결한 것이지요. 돈봉투가 없으면 동원이 되지 않는 수구세력이 이처럼 자발적인 시위를 벌일 수는 없습니다. 설사 동원시위가 벌어지더라도 일반인의 동조는 극히 미미할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된 후 아무런 안보문제가 없는데 왜 그런 극우시위에 동조를 하겠습니까. 대부분은 일상으로 돌아갈 뿐이지요.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민생문제나 신경쓰라'고 하던 수구언론의 주장은 이제 자승자박이 되겠지요.
 
요컨대, 의장님은 전혀 상관이 없는 것 때문에 국가보안법 직권상정에 주저하고 계신 겁니다.
 
어떤 의미이든 두 번째 이유는 의장님이 열린우리당의 앞날을 걱정하신다는 것인데 사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것이야 말로 열린우리당의 앞날에 먹구름을 끼게 할 것입니다. 지금 조성된 대립 전선이 무엇입니까? 한나라당의 "국보법 폐지는 북한을 이롭게 하고 안보를 해친다" 對 열린우리당의 방어 아닙니까.
 
그런데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열린우리당의 주장이 옳았다는 점을 입증할 유일한 수단을 없애는 행위입니다. 결국 남는 것은 한나라당의 주장이지요. 이제까지의 한나라당 주장은 '긴가민가'에서 '확인된 사실'로 지위상승을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쟁점은 즉시 열린우리당의 "폐지 이후에도 안보이상 없다" 對 한나라당의 방어로 바뀝니다. 누가 옳은 지는 현명한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게 상황이 바뀌게 됩니다. 조선일보 등이, 순진한 북한 추종자들의 인터넷 도배글, 일과성 시위 등을 대서특필해서 '실질적인 간첩질' 못하도록 미리 경고해 두는 것도 좋겠지요.

3. 그런데 진정한 국회의장이라면 설령 내일 당장 열린우리당이 망한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옳은 일은 해야 합니다. 이미 당적이 없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2004년 국회의장의 역사적 소명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의장님께서 81년 2월 당시에 국회의장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민주세력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했다고 가정합시다. 이 민주세력은 불과 2개월 전에 국보위가 국회도 해산한 상태에서 만든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 합니다. 그런데 야당인 신군부 당과 합의가 안 되었습니다. 그래도 의장님은 지금처럼 주저하시겠습니까? 국회의원을 총칼로 몰아내고, 무고한 광주시민을 학살한, 그들의 손에 묻은 그 피가 채 마르지도 않은 신군부 정당이 합의해 주지 않는다고 망설이시겠습니까? 만일 '김대중 사형선고 재심 의결안'을 의결할 시 합의가 안되었다는 이유로 기다리시겠습니까?
 
20여년이 흘렀다고 해서 당시에는 당장 폐지해야 할 악법이 합의해야 할 중립법으로 바뀝니까? 기계적인 합의니, 중립이니 하는 말들은 당장에 쓰레기통에 넣으십시오. 국민을 학살하고 고문하기 위해 만든 야만의 법을 폐지하지도 못하는 정당이 과연 민주정당이라는 이름표를 달 자격이 있습니까. 지금 의장님은 열린우리당을 역사에 민주정당으로 남는가 아닌가를 가늠할 열쇠를 쥐고 계십니다. 지금 의장님은 우리 사회가 비로소 군사쿠데타 독재의 망령과 작별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국회에 계십니다.
 
그래도 주저되신다면 다시 한번 80년 광주를 생각해보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들의 희생이 가슴 아프고, 그들에게 살아남은 자의 죄스러운 진혼곡을 불러드리고 싶다면 그 선택은 이제 정해진 것 아닙니까.
 
추신 : 모쪼록 국회의장님을 당대표님, 원내대표님, 열린우리당 의원님들로 바꿔 써야 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독자논설위원
 
* 필자의 홈페이지 안내 http://www.geocities.com/turnover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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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2/30 [12: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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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팔매 2005/01/03 [22:32] 수정 | 삭제
  • 김원기는 멀쩡하고 왜 천정배랑 이부영만 날라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