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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당, 국보법 폐지못하면 해체하라!
[논단] 한나라당과 보수경쟁은 파멸, 개혁못하면 민노당이 대안떠오른다
 
뒤집기   기사입력  2004/12/28 [14:12]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세력의 최대 목표는 권력 쟁취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 권력 획득을 위한 대선과 입법 권력 장악을 위한 총선이 정치권의 최대 이슈가 되는 것도 이를 잘 보여준다.
 
해밑, 수십 년만에 교체된 의회권력이 무슨 개혁을 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은 지켜보고 있다. 4대 법안이 과연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거리이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회의론이 앞선다.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해 많은 민주, 진보세력이 역사적 의미, 민주주의적 의미를 들어 설득하고, 읍소하고, 간청하고, 주창해 보지만 대통령 발언도 그렇고, 그동안 보여준 집권 여당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신뢰를 잃게 만든다.
 
이미 여러차례 주장했지만, 국가보안법 폐지는 그 자체의 의미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이와 비슷한 판단 하에 국보법 폐지에 소극적인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핵심적인 문제는 정치정세, 정치전략과 관련되어 있다. 즉, 이들에게 개혁입법은 이 정치전략의 종속변수인 것인다.
 
그런데 문제는, 열린우리당 내 국보법 폐지 반대파는 정치전략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하지만, 국보법 폐지파는 아직 당위론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열린우리당 내 상대적 개혁진영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각종 개혁적 입법 행위가 그들의 밥그릇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는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나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개개인의 앞날에 대해 어떠한 관심도 없다. 그들이 다음 총선에서 금뱃지를 다시 달든 그렇지 않는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개혁적 분파가 개혁입법과 밥그릇 문제의 연관성 해명에 실패함으로써 한국 사회 전체의 개혁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열린우리당 의원님들의 밥그릇과 관련한 개혁 정치의 유의미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모쪼록 자기 밥그릇에 관심 많은 의원님들이 많이 동의해서 결국 우리 사회 발전에 -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 이바지 하실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정치 권력 교체, 유지여부는 선거에 의해 결정되고 따라서 유권자의 표심을 사는 것은 정치활동의 핵심이 된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런 저런 논리를 대지만 사실은 여론조사결과가 신통치 않다는 점이 핵심이다. "정치적 이익을 역사적 임무에 앞세우느냐"는 비판은 이들에게는 공자님 말씀 정도로 들릴 뿐이다. 이들 내에 전략적으로 사고하는 분파도 국가보안법 폐지는 열린우리당의 전략과 맞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나라당 지지층을 열린우리당 지지층으로 돌려세우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중장기적 핵심 전략이라고 할 때 보수적인 그 층을 너무 자극하는 것은 도움이 안된다는 논리인 것이다. 이런 논리가 더 연장되면 정책에 있어서도 좀더 보수적이 되어 한나라당 지지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정치 전략이 수립된다. 도식화시키자면 그림 1에서 그림 2로 가자는 전략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이런 류의 전략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 지난 총선에서의 민주당의 전략이다. 그들은 한나라당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반노"를 자기의 것으로 하려 했다. 그들은 열린우리당을 급진적이라 비판하면서 수구세력의 핵심 전략인 색깔론을 원용하려 했다. 결과는 아다시피 민주당의 대몰락이었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수구세력과의 보수경쟁은 수구세력에게 참패한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것은 이미 수구세력이 선점하고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논리로 열린우리당이 정책의 보수성을 전략으로 하여 한나라당과 경쟁하려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이다.
 
보수 경쟁에서는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만이 그 이유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권영길 후보 지지자 중 상당수의 비판적 지지에 힘 입어 당선될 수 있었다. 당시의 민주노동당 지지율을 대략 5%로 볼 때 지금은 그 세배에 달한다. 불과 2년 만에 지지율이 세배가 되었다는 사실은 사표심리를 계산에 넣더라도 다음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20%가 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민주노동당 후보 지지율이 5%인 상황에서도 50 여 만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중도세력이 승리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정치정세가 지금 이대로"인 한 열린우리당의 다음 대선 패배가 필연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한가하게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 때처럼 사표심리에 밀려 열린우리당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겠지만, 이러한 비판적 지지는 이미 이번 총선으로 영원히 막을 내렸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해서 그들이 왕성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민주노동당이 더 이상 "가능성의 정당"이 아닌 것을 만인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현실의" 정당인 것이다. 당연히 "국회의원 한명도 없는 정당"이라는 꼬리표가 주는 강력한 사표심리는 눈녹듯 사라질 것이다.
 
결국 정치정세가 지금 이대로 가서는 열린우리당은 대선에서 패배하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원의 앞길에 먹구름이 끼는 것도 그 후속타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단순한 법률의 개폐문제가 아닌 개혁세력의 향배가 걸린 문제이다.     © 뒤집기
그렇다면,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폭락시키는 것이 열린우리당으로서는 바랄 수 있는 다른 희망사항이겠지만 이 또한 무의미한 몽상이다.
 
민주노동당은 스스로 좌파정당임을 표방하지만 민주노동당의 많은 정책은 중도정당인 열린우리당이 해야 마땅한 우파적인 정책이 대부분이다. 다시말하면 민주노동당의 정책은 해가 갈수록 힘을 얻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을 폭락시키기 위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협공하여 색깔론을 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자살행위라는 건 민주당이 몸소 보여주었다.
 
그러면 열린우리당은 이미 몰락이 시작된 정당인가? 사는 길은 없는가? 판단컨대, 열린우리당이 사는 길은 딱하나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정치정세를 개혁적으로 급변시키는 것이다.
 
쉽게 도식화한다면 그림 3 에서 보듯 틀 자체를 옮겨 버리는 것이다.
 
틀자체를 옮겨버린다는 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
 
이는 정책 사안에 대해 유권자 하나 하나를 설득하는 수공업적인 방식이 아니라 논의 틀 자체를 바꾸는 대공업적인 방식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수구세력 지지층을 단숨에 붕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예로 87년도의 정치적 격변기를 예로 들 수 있다. 여전히 전두환이 대통령 자리에 있고 군사쿠데타 세력이 권력을 틀어쥐고 있었지만 우리 사회의 논의 틀은 가히 혁명적으로 바뀌었다. 파업 등에 대해 "파업은 선진국에 많다. 우리도 선진국이 되었다는 증거다."는 담론이 민초들의 사고구조를 일시나마 지배했다. 이는 개혁적 정세가 얼마나 급격하고도 대규모적으로 우리의 사고틀을 바꾸는 가를 보여준다. 또다른 예라면 남북정상회담 직후 수구세력조차 국가보안법 개정을 이야기한 것을 들 수 있다. 2002년 대선당시 촛불시위도 동일한 지위를 갖는다. 당시 이회창 후보가 촛불시위 참석을 고려했다는 것은 개혁정세가 가지는 영향력의 범위를 보여준다.
 
이러한 예들이 예외적일 정도로 우리사회의 규정적이고 지배적인 정치적 틀거리는 냉전수구적인 것들이다. 이러한 틀자체를 바꾸지 않고는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지리한 색깔논쟁 등이 반복될 것이다. 사실 국가보안법을 페지하느냐 않느냐가 논란의 핵심이 된 것 자체가 수구세력이 수십년 동안 규정, 유지해온 정치적 틀거리에 우리사회가 포로가 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지금 어느 대선 후보가 예비군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다면 대부분은 그것이 "지나치게 급진적인 공약"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좌파정당이라는 민주노동당조차 그런 공약을 감히 내걸지 못했다. 하지만 71년 김대중 대선 후보는 예비군제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71년 당시에는 그러한 공약이 "지나치게 급진적"으로 여겨지기 보다는 여러 정책 공약 중의 하나로 인식되었다는 점을 말한다. 그리고 이는 우리사회가 수십년간의 군사독재 체제를 겪으면서 지나치게 보수화되고 오른쪽으로 가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가보안법의 완전폐지는 개혁세력의 최소공배수이다.     © 대자보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의 정치는 진흙탕 정쟁정치가 정상적 정책정치를 대치하고 있다. 이 틀거리를 바꾸지 않으면 정치가 진흙탕 정쟁정치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비유하자면 마치 이는 경기장의 한 쪽은 정상적인 잔디축구 구장인데 반해 다른 한쪽은 진흙탕 구장인 것과 같다. 축구장을 들어서 옮기지 않는 한 정치가 진흙탕 정치로 되는 것은 숙명이 될 수밖에 없다. 그 틀을 그대로 둔 채 상대 진영에 들어가 봤자 서로 이전투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1세기의 문명사회에 전 세계에서 희귀하고도 희귀한 야만적 법률의 폐지가 정쟁의 사안이 되고 타협의 사안이 되고 협상의 사안이 되는 것은 이미 자리 잡은 정세의 틀이 얼마나 그 영향력이 무서운가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말해 정치에서 협상, 타협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정상적인 정책정치 옹호자가 아니라 간첩소동 등 진흙탕 정쟁정치의 당사자라면, 그 상대가 반인권 군사독재 잔재물의 옹호자라면 이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국가보안법과 관련하여 수구세력과 협상, 타협하면서 개혁할 수 있다고 믿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은 진흙통에 빠진 사람과 악수하고 포옹하고 나서도 자신은 진흙과 무관할 것이라고 믿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판단이다.
 
즉, 틀을 옮겨 수구세력의 존재기반을 붕괴시키는 전략이 아니라 수구세력과 타협하고 협상하려는 전략은 스스로를 수구세력이 정한 규칙과틀에 종속되게 하는 바보짓이 되고 만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수구세력 청소라는 역사적 의미에 동의하든 않든 스스로 살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 없이 정세를 개혁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나설 수밖에 없다.
 
우려하는 바대로 열린우리당이 수구세력의 페이스에 말려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을 처리하지 못하고 정세를 "지금 이대로" 유지하는 것은 게도 구럭도 잃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이는 과거 잔존물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에 죄를 짓는 것일 뿐만 아니라 총선의 민심을 거슬러 결국 스스로 몰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 독자논설위원
 
* 필자의 홈페이지 안내 http://www.geocities.com/turnover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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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2/28 [14: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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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비 2004/12/29 [11:31] 수정 | 삭제
  • 한 가지를 지적하고 싶은데요.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보수우경화되어 있는지 71년 대선때 당시 김대중 후보의 '예비군 폐지' 공약을 예로 드셨는데요. 그렇죠 지금 그 공약을 내건다면 상당히 급진적인 공약으로 평가될 겁니다. 그리고 71년에 그 공약은 그다지 급진적이지 않은 현실 공약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때당시 사회가 지금보다 좌경화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적이라고 평가되었던 것이 아닙니다. 예비군이라는 제도 자체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예비군의 숫자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인원, 예비군 주변에서 그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적었기 때문에 가능한 공약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예비군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건 인정하나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가 저런 인원들이 너무 많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사회 전체적인 정치 이념이 좌냐 우냐의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 정치브로커 2004/12/28 [21:52] 수정 | 삭제
  • 모처럼 글다운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