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일 국회 농림수산해양위원회는 현재 농민의 절박한 요구인 신용.경제사업 분리의 시한을 정하지 않는 내용으로 정부가 제출한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번에도 1999년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농협 중앙회는 중앙회장이 농림수산해양위원회 상임위원회 의원들을 직접 만나고 지역구의 농협지부장 등이 총동원되어 상임위원회 의원들을 접촉하여 공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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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에게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는 농협중앙회 건물 © 농협 |
민주노동당 강기갑의원이 중심이 되어 제출한 2년 이내 신용.경제 분리는 물론이고 각 사업부의 독립적 운영을 촉진하기 위해 상임이사의 임기를 4년으로 하도록 한 것도 농협의 주장에 의해 부결되었다.
개정안에 의하면 농협이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신.경분리 계획을 수립, 농림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신.경분리가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게 되었다. 개혁대상이 개혁 프로그램을 제출하도록 했으니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은 꼴인 것이다.
농협은 그동안 고리사채를 막기 위한 공공 신용의 공급과 농업생산자재의 원활한 공급으로 농업발전에 기여해왔다. 그렇지만 지금 농민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농산물 제값 받기이고 농협은 경제사업을 통해 이러한 농민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농협이 단결된 농민의 힘을 바탕으로 농산물 출하조절도 하고 친환경농산물의 품질보증과 판로 개척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농협은 전체 사업의 7할이 신용사업이고 그 가운데 7할이 비농민을 대상으로 사업이라는 비정상적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사업은 마지못해 하는 시늉만 하고 있기 때문에 적자만 보고 상인들의 횡포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
신.경분리를 계속 미루는 것은 비농민대상 신용사업에 계속 안주하면서 직원들의 이익만 챙기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되어야만 농협은 경제사업을 수익성과 농민에 대한 봉사의 원칙을 지키면서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주인인 농민에게 봉사하지 못하는 농협의 임직원들은 농민이 위기에 처하게 됨에 따라 결국 자신도 위기에 처하게 됨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필자는 경상대학교 교수이며,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2000.5-2003.8)을 역임했고, 현재는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소장입니다.
[참고기사] 농협 `信.經분리' 시한 못박지 않아 (연합뉴스, 2004. 11. 30 )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30일 농협중앙회 개혁의 최대 현안인 농협 내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부문의 분리(신.경분리) 문제와 관련, 신.경분리 시한을 따로 못박지 않기로 했다. 농해수위는 이날 국회에서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전체회의로 넘겼다.
농림부가 제출한 농협법 개정안은 신.경 분리 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농협이 법 시행 후 1년 이내에 신.경분리 계획을 수립, 농림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만 규정해 신.경분리 시한이 사실상 불투명해지게 됐다.
열린우리당 신중식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성급하게 신.경분리가 이뤄질 경우 농협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모두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신.경분리 시한을 못박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姜基甲) 의원은 법시행 후 2년 이내 신.경분리를 주장했지만 소수의견으로 법안심의 과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농해수위는 그러나 정부가 제안한 농협 상임이사 임기 4년 연장, 상임감사제도유지 등은 받아들이지 않고 ▲상임이사 임기를 4년으로 하되 2년마다 이사회 의결을 통한 재신임 ▲상임감사제도 폐지 및 이사회내 감사위원회 구성 등으로 법안을 수정,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