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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쿠데타, 한나라민주당을 조상(弔喪)함
탄핵발의는 헌정질서 유린하는 폭거, 총선에서 심판을
 
이태경   기사입력  2004/03/09 [19:55]
1. 탄핵이라는 이름의 야만(野蠻)

기어코 한나라당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탄핵(彈劾)을 발의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입버릇처럼 부르짖던 탄핵을 몸소 관철시킬 기세다. 그 장한 기개를 전두환이나 노태우에게 보여주었더라면 국민들은 열광적인 지지와 격려를 보였을텐데 참으로 아쉽다.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켜 헌정을 능욕하고 피로 범벅된 권좌에 앉은 후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과 법률을 밥먹듯이 위반하였을 때 그들은 탄핵의 '탄'자라도 입에 올린 적이 있던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불법선거자금으로 각종 선거를 치루고,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득표를 위해서 국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할 때 그들은 귀머거리이고 장님이었던가?

새삼 강조할 것도 없이 노무현 대통령이 언론과 한 대화와 관련하여 최근 선관위에서 내린 선거법 위반 결정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답한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하물며 탄핵 요건을 총족시킬 수 없음은 자명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을 발의한 한나라당 및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59명의 무모함과 대담성(?)은 가히 경악스러운 수준이다. 누가 보기에도 그들의 저의는 이번 4.15총선에서 의회권력을 송두리째 박탈당할지 모른다는 데 대한 공포와 의회권력을 잃지 않으려는 천박한 욕망에서 기인한 것이 분명하며 이번 탄핵발의는 그 성격상 의회권력에 의한 쿠데타에 다름아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를 아직까지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한국사회 주류(main current)들의 집단적 퇴행심리의 발로이기도 할 것이다.

대통령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신적 여당의 승리를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한 발언이 헌법상의 탄핵사유라고 한다면, 국세청을 동원하여 기업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불법모금하고 기업들을 협박해 차떼기, 책떼기 등을 자행한 정당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반한 대죄(大罪)를 지었으니 마땅히 해산되고 정당의 재산은 국고에 귀속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민주정당이라는 법통은 헌신짝 버리듯 내던지고 오직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으로 민정당의 후신(後身)인 한나라당과 동거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해서는 달리 언급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겠다. 이성을 잃은 그들의 행동은 마치 상처입은 짐승이 마지막 내지르는 단말마(斷末魔)의 비명을 연상케한다.

2. 이제 국민들에게 공이 넘어왔다

생각해 보면, 이 혼란과 진통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하기 위해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이며 성장통이라고 할 수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 대통령은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이자 거의 전부였다. 3권 분립이라는 헌법의 기본정신은 헌법교과서에서나 발견할 수 있었고 모든 헌법기관과 국가기관은 대통령을 위해서 존재하였으며 대통령의 지시와 명령은 헌법과 법률 보다 위에 있었다. 박정희가 남발한 긴급조치들을 한 번 생각해보라! 사정이 이러할 진대 국민의 기본권인들 제대로 보장이 되었을 리가 없다.

이제야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그리고 고귀한 피와 눈물과 땀으로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출발선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선거법 위반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과 검찰이 대통령의 측근을 위시한 정치권에 대해서 법률과 원칙에 입각한 수사를 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헌법과 법률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가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이제 공은 우리 국민들에게 넘어왔다. 대한민국을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힘은 바로 우리 국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곧 치르게 될 4.15총선에서의 투표행위가 될 것이다.

* <주장과 논쟁>란은 네티즌들이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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