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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0주년 정지영 감독의 세번째 사건 실화 '소년들'
[임순혜의 영화나들이] 세 소년의 삶에 새겨진 주홍글씨와 사건의 이면
 
임순혜   기사입력  2023/10/27 [13:45]

영화 ‘소년들’은 6.25 전쟁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통찰한 영화 ‘남부군’(1990),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내면이 파괴된 참전 용사의 삶과 전쟁의 폐해를 고발한 ‘하얀 전쟁’(1992), 영화에 미쳐 비극적인 삶을 사는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등 끊임없이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품을 선보여 1983년 데뷔 이후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 CJ ENM


‘소년들’은 2007년 발생한 석궁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다룬 금융범죄 실화극 ‘블랙머니’에 이은 정지영 감독의 사건 실화극으로,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 CJ ENM


‘소년들’은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슈퍼에 3인조 강도가 침입해 주인 할머니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사건 9일 만에 동네 소년 3인이 사건의 용의자로 검거되고 범행 일체에 대한 자백과 함께 수사는 일사천리로 종결된 사건을 다룬다. 

 

그러나 사건에 관련된 모든 증거와 자백은 조작된 것이었고, 소년들은 살인자로 낙인찍힌 채 억울한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소년들’은 이른바 삼례나라슈퍼 사건으로 불리는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재구성한 영화다.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 CJ ENM


완주 경찰서 강력반에 수사반장으로 부임한 황준철(설경구)은 의문의 제보전화를 계기로 우리슈퍼 강도치사사건의 재수사에 나서고, 사라진 현장검증 영상부터 어긋난 진술, 조작된 증거까지 사건을 파헤칠수록 검거된 세 명의 소년들이 범인이 아니라고 판단한 그는 진범을 잡아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으려고 한다. 

 

그러나 황준철의 재수사는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유준상)을 비롯한 당시 사건의 책임자였던 이들의 방해로 가로막히고,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피해자인 윤미숙(진경)은 사건에 대한 재검토 요구를 외면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후, 피해자인 윤미숙(진경)은 세 사람의 소년들이 억을하게 피해자로 몰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황준철을 설득하여 재수사 하도록 하고, 재심을 요청한다.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 CJ ENM


우리슈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은 ‘박하사탕’부터 ‘실미도’, ‘해운대’, ‘공공의 적’ 시리즈, ‘소원’, ‘불한당 : 나쁜 놈들의 세상’, ‘자산어보’, ‘킹메이커’ 등 다양한 장르의 다채로운 캐릭터를 선 보인  설경구가 맡아, 진실을 밝히는 형사를 연기해 감동을 준다.

 

설경구는 혹독한 체중 감량을 통해 2000년과 2016년 사이,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는 세월의 간극을 극명하게 표현해냈고, 진범을 잡기 위한 형사의 열의와 현실의 벽 앞에 무기력해진 좌절감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 CJ ENM


우리슈퍼 사건의 범인으로 소년들을 검거한 전북청 수사계장 최우성 역은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환혼‘ 시리즈부터 영화, 뮤지컬,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유준상이 맡아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유준상은 최우성을 소화하기 위해 대사 톤부터 헤어스타일, 상대를 대하는 태도까지 색다른 모습을 연기한다.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 CJ ENM


우리슈퍼 사건으로 사망한 할머니의 딸이자 유일한 목격자 윤미숙 역은 영화 ‘암살’, ‘베테랑’, ‘마스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에서 연기 소화력을 보여준 진경이 맡아 연기한다.

 

진경은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소년들을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소년들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는 호소력 있는 연기로 관객을 감동시킨다.

 

▲ 영화 '소년들'의 한 장면  © CJ ENM


완주서에서 유일하게 황준철을 끝까지 믿고 따르는 후배 형사 박정규 역은 OTT 시리즈 ‘오징어 게임’, ‘카지노’로 알려 진 허성태가 맡아, 친근하고 유쾌한 매력을 발산하여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재수사에 나선 황준철을 지지해 주는 아내 김경미 역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경이로운 소문’을 비롯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마스크걸’ 등에 출연한  염혜란이 맡아, 설경구와 리얼한 부부 연기로  감초 역할을 한다. 

 

▲ 지난 10월23일(월) 오후, 용산 CGV에서 ‘소년들’ 언론시사회 후 가진 간담회  © 임순혜

▲ 10월18일,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에서 40년동안 한국영화 발전과 성장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평생공로상’을 수상한 정지영 감독  © CJ ENM


지난 10월23일(월) 오후, ‘소년들’ 언론시사회 후 가진 간담회에서 정지영 감독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알려진 사건에 대해 결론만 기억하기 쉽다. 하지만 사건의 내막을 면면히 들여다보면 그 과정 속에 우리 사회의 구조가 보이기 마련이다”라며,  “어떤 사건이 사건으로만 그치는 것이 안타깝다. 그 사건 하나를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 나와 내 가족, 내 이웃도 포함되어 있다”며 “많이 알려진 사건이지만 한 번 더 잘 들여다보자, 세 소년이 감옥을 가는데 우리가 동조한 게 아닌가.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다시 봐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영화 '소년들' 포스터  © CJ ENM


이어 정지영 감독은 “우리 스스로 마음은 약자 편인데, 침묵을 지킨다. 강자는 그 침묵을 이용해서 약자를 힘들게 한다. 처음에는 이 영화의 제목을 ‘고발’이라고 할까 생각했다”며 “‘소년들’을 통해 1999년 과거의 잊혀진 사건이 아닌, 2023년 현재,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영화를 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17년 만에 무죄가 입증되기까지, 세 소년의 삶에 새겨진 주홍글씨와 그 안에 가려진 사건의 이면을 다룬, 1999년 과거의 잊혀진 사건이 아닌, 2023년 현재,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전하는 ‘소년들’은 11월1일(수) 개봉이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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