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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트랑 보넬로 감독 "사랑과 두려움에 관한 영화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더 비스트'
 
임순혜   기사입력  2023/10/10 [14:27]

영화‘더 비스트’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공식 초청되어 상영된 영화로,  '포르노그래퍼', '라폴로니드 : 관용의 집', '생 로랑' 등을 연출한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처음 소개되었다.

 

▲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더 비스트' 기자회견, 10월6일(금), 오후1시, KNN씨어터  © 임순혜


‘더 비스트’는 미국 작가 헨리 제임스 소설 '정글의 짐승'을 자유롭게 각색, 각기 다른 세 시대에 환생한 여자 가브리엘(레아 세두)과 남자 루이(조지 맥케이),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담아낸 작품이다.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은 다리오 아르젠토, 데이비드 린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연상시키는 매혹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며, 시대극과 현대 스릴러, SF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이 시대의 모든 사랑과 두려움을 형상화했다.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더 비스트' 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주인공 가브리엘은 레아 세두가 맡아, 환생을 통해 1910년에는 프랑스 파리의 피아니스트로, 2014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모델로, 2044년에는 감정이 사라져버린 세상의 여성으로 살아가는 역할을 연기한다.

 

짐승을 뜻하는 영화 제목 '더 비스트'는 그 공포의 대상을 가리키는데, 세 번에 걸친 가브리엘의 삶을 관통하는 것은 형언할 수 없이 끔찍한 그 무엇에 대한 두려움이다.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은 ‘더 비스트’에서 20세기 초에 대량 생산된 셀룰로이드 인형, 긴장된 톱 모델의 아름다움, 인위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공허한 눈빛을 한 미래의 사람들 간의 사랑과 두려움이란 연결고리를 만든다.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더 비스트' 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가브리엘의 상대 역인 루이는 조지 맥케이가 맡아, 가브리엘과 루이가 세 번에 걸쳐 인연을 이어가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끊임없이 실패하는 연기를 한다.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은 각본을 쓰면서 루이 역에 가스파르 울리엘을 염두에 뒀지만, 지난해 초 그가 스키 사고로 숨져 조지 맥케이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다른 프랑스 배우를 캐스팅할 경우 가스파르와 비교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감독은 미국 또는 영국 배우 가운데서 루이 역을 찾기로 했다 한다. 

 

감독은 "런던에서 조지를 만나서 잠깐 이야기해보고 굉장히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연기 측면에서도 적임자라 생각했다"며 "시나리오는 동일하더라도 언어도 다르기에 영화가 다소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작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굉장히 완벽한 캐스팅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더 비스트' 의 한 장면  © 임순혜


'더 비스트'는 사랑과 공포를 두 개의 축으로 하는 멜로 드라마이면서 스릴러의 요소를 갖췄다.

 

'더 비스트'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비둘기와 같은 소재를 활용해 연출해낸 강렬한 서스펜스와 정적을 깨뜨리는 날카로운 소리와 같은 음향 효과로 공포감을 극대화하며, 인공지능(AI)이 지배하면서 인간의 감정이 사라져버린 2044년은 어둡고 무서운 느낌의 디스토피아로 그려져 SF의 요소를 지녔다.

 

▲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더 비스트' 기자회견, 10월6일(금), 오후1시, KNN씨어터  © 임순혜


'더 비스트'에 대해, 10월6일 부산 해운대구 KNN 시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르트랑 보보넬로 감독은 "'더 비스트'는 가브리엘에 관한 영화일 뿐 아니라 가브리엘을 연기하는 여배우에 관한 영화"라며 "어떻게 보면 가브리엘에 관한 픽션이자 레아 세두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은 원작인 헨리 제임스의 소설에 대해 "제겐 가장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라며 "그 소설의 사랑과 공포를 좀 더 밀어붙이고 싶었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를 말했다.

 

그는 "레아 세두는 프랑스 배우들 가운데 세 개의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극찬하며, "세트장에선 바로 연기에 들어가길 원하는 스타일로 강력하게 본능적인 게 있다"고 평가했다.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더 비스트' 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조지 맥케이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맥케이는 촬영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한다. 세트장에 도착할 땐 이미 모든 게 그의 마음속에 그려져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은 "런던에서 조지를 만나서 잠깐 이야기해보고 굉장히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연기 측면에서도 적임자라 생각했다"며 "시나리오는 동일하더라도 언어도 다르기에 영화가 다소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작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굉장히 완벽한 캐스팅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은 "한 영화에 여러 장르를 섞으려고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는데, 1910년은 멜로 드라마, 2014년은 스릴러, 2044년은 SF의 색채가 짙다고 볼 수 있다

 

▲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더 비스트' 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더 비스트’에서 각 시대는 그 시대의 재앙 내지 사회·정치적인 사건이나 이슈와 얽혀 있다. 1910년은 프랑스 파리 대홍수를 담아내며 각 시대의 재난 혹은 재앙은 주인공들의 이야기와도 연결된다.

 

감독은 "1910년을 보면 그 시대는 20세기가 평화와 진보가 가득찬 시기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사실 굉장히 많은 어려움과 제약 그리고 대홍수도 있었던 시기"이며, "2014년을 선택한 이유에는 엘리엇 로저(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사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2044년을 그려내는 주요 소재는 AI(인공지능)로, 감독은 "4~5년 전 각본 작업을 시작하면서 생각한 건 AI가 동시대적인 게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나에게는 굉장히 큰 두려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챗GPT에 '각본을 써달라'고 한 적이 있는데, 4∼5초 만에 해냈다. 죽 읽어 보니 그리 재밌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멍청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3년쯤 지나면 훨씬 강력해질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20세기적인 사고방식인지는 모르지만, 저는 창작엔 인간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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