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김엄마가 숨긴 권총 5자루, '유병언 죽음'과 연관있나
순천 별장 압색 당시 발견 못한 가방들, 언제 빼돌렸나가 '핵심'
 
조은정   기사입력  2014/08/12 [01:10]

'김엄마'로 불리던 김명숙(59) 씨 주변에서 권총 5자루와 현금 15억원이 뒤늦게 발견됐다. 이로써 미궁에 빠진 유병언 씨의 마지막 행적이 풀릴지 주목되고 있다.
 
자신은 식사 담당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던 김 씨가 다시 유 씨의 사인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검찰 수사에 새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검찰이 김 씨 친척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여행용 가방 5개가 발견됐다. 가방에는 2·3·6·7·8이라는 번호띠가 붙어 있었다. 순천 별장의 은신처에서 발견된 4·5번 가방들과 같은 형태의 띠지였다.(아직까지 1번 가방은 못찾고 있음)
 
7번 가방을 열어보니 놀랍게도 권총 다섯 자루가 한꺼번에 나왔다. 실탄은 장전돼 있지 않았지만 1정은 사격선수용 4.5mm 공기권총이었다. 나머지 2정은 가스총, 2정은 연대를 알기 힘든 구식 권총이었다.
 
2번과 6번 가방에는 5만원권으로 각각 10억과 5억원씩이 들어있었다. 나머지 가방들에는 개인 소지품과 함께 이슬람식 칼과 주화도 발견됐으며, 지난 87년 유병언 씨가 연루된 오대양 사건 관련 기록도 나왔다.
 
같은 숫자 번호띠가 붙어있는 것을 봤을 때 이 가방들 또한 유 씨 도피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가방들이 어떻게 해서 김 씨의 손에 넘어갔을까?


김 씨가 가방을 보관한 경위를 밝혀내는 것이 유 씨의 마지막 행적을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방 안에는 권총과 거액의 현금뿐 아니라 오대양 사건 관련 기록 등 기밀 자료 등이 담겨 있었던 만큼 유 씨는 헷갈리지 않기 위해 가방에 숫자를 표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워낙 민감한 물품들인 만큼 유 씨가 순천 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이 가방들도 함께 가지고 갔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검찰이 5월 25일 순천 별장을 압수수색했을 당시에만 해도 가방은 한 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6월 25일 검찰이 뒤늦게 순천 별장의 통나무벽 비밀공간을 뒤져보자 4번과 5번 가방 2개가 나왔다. 이 가방에서 한화와 미화를 합쳐 10억원의 현금도 발견됐다.
 
애초에 유 씨가 4·5번을 제외한 나머지 가방들은 순천 별장이 아닌 다른 공간에 보관했거나 검찰이 금수원을 압수수색하기 직전에 미리 가방을 빼돌려 김 엄마 친척집에 옮겨놨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 별장에 꼭꼭 숨겨놓은 가방을 찾지 못하자 뒤늦게 측근들이 이를 수습해 보관해 왔을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유 씨는 5월 25일 압수수색 당시 수사관들을 간신히 따돌렸지만 불과 20일 뒤 별장 인근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김 엄마가 가방을 언제, 어떻게 확보했는지를 밝혀내면 유 씨의 마지막 행적에 대한 단서가 풀릴 수 있다. 특히 가방에는 거액의 현금과 사람을 해칠 수 있는 총기가 들어있었던 만큼 김 엄마가 유 씨의 죽음과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씨가 5정이나 되는 총기를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소유하고 보관했는 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호신용인지 아니면 모종의 살상용인지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1번 가방을 찾는 것도 남은 과제이다.
 
한편, 검찰의 안일한 수사 방식도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자수하면 선처한다'는 기조아래 지난달 자수한 김 씨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진행해왔다. 도피 총책으로 지목된 핵심 인물이었지만 그대로 불구속 기조를 유지했으며, 이번에 가방이 발견된 이후에도 신속하게 김 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씨를 상대로 가방 입수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지만 또다시 한발 늦은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4/08/12 [01:10]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