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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짜게 안 먹어!’ 고집 깰 작은 밥상 도우미
[강상헌 글샘터] 농업기술의 센스, 생활과 만나 ‘짠맛센서’로 나오다
 
강상헌   기사입력  2013/06/15 [01:16]
농업의 ‘센스 있는 기술’이 생활과 만났다. 농업의 여러 작업을 무인화(無人化)하고 자동화해 일손을 줄이는데 없어서는 안 될 센서(sensor) 관련 기술이 최근 들어 우리 식생활(食生活)의 가장 큰 이슈인 ‘짜게 먹지 않기’를 위한 바람몰이에 나선 것이다. 농촌진흥청의 농업공학 전문가들이 선보인 간이 염도계(鹽度計) 짠맛센서(사진) 얘기다.

▲ 농촌진흥청의 농업공학 전문가들이 선보인 간이 염도계(鹽度計) 짠맛센서     © 강상헌

센서는 인간의 오감을 대신할 감지(感知)장치, 자극을 느끼는 도구다. 눈을 대신하는 광(光)센서, 귀 대신 압력이나 음파(音波)센서, 피부 대신 온도·습도·자기(磁氣)·역학(力學)센서, 코 대신 가스·화학센서, 혀 대신 미각(味覺)·이온(ion)센서 등이 그것이다. 도둑 잡는 씨씨티브이(cctv)도, 스마트폰도 센서 없이는 먹통이다. 이미 우리는 센서에 둘러싸여 산다.

가령 매운맛을 표준화하여 숫자로 나타내는 장치가 있다면 생산자(농민)나 가공, 유통단계에서 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하여 더 부가가치가 큰 작물(고추 마늘 파 양파 등)을 재배 가공 보관 판매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설비는 현재 개발되어 실용화의 과정에 있다. 또 단맛 즉 당도(糖度)를 재는 장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수원의 농진청을 방문했을 때 짠맛센서 얘기를 들었다. 매운맛 또는 단맛처럼 짠맛을 측정하는 계기(計器) 또한 ‘센스 있는 기술’(이 말은 농진청 농업공학 부문에서 내세운 표어다)인 센서의 응용이다.

사람마다, 가정마다, 음식점마다 ‘적절한 간’에 대해서는 견해나 느낌이 다르다. 짜지 않게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측정을 해 보면, 심각할 정도로 짠(염도가 높은) 음식을 ‘간이 맞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농진청 수확후품질처리과 관계자의 얘기.

경험에 비춰 봐도 짐작 가능하다. 세 끼 중 거의 두 끼를 밖에서 사먹는 직장인들 특히 언론계 종사자들은 더 그럴 개연성(蓋然性) 크다. 평지풍파(平地風波)와도 같이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런 습성의 누적(累積)이 상당 부분 질병으로 이어진다. 

그는 또 “우리 시민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입맛에 관해 자기 확신적인 의지를 가지는 경향이 있어서, 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도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내 입맛이 표준’이라는 강렬한 고집이 일부 시민들의 생활 속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귀띔이다. 농업공학 전문가들이 짠맛센서 개발에 나섰던 배경이겠다.

짜게 먹은 습성이 가지고 오는 폐해(弊害), 누누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생명체에 없어서는 안 될, 또 식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소금의 기운이 이렇게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작용도 한다. 절제(節制)의 지혜는 이래서 모든 생명현상에 두루 힘을 미칠 터다. 천(千) 개의 강(江)에 달빛 내리듯.

물론 공장 같은 곳에서 쓰는 몸피 커다란, 몇백만원도 훨씬 넘는 산업용 염도계도 있다. 또 소금 염도까지도 측정 가능한 전문가용 휴대용 계기도 시중에 나와 있다. 
 
그러나 짠맛에 관한 여러 혼란스런 느낌이나 개개인의 차이, 너무 짜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우리 주위의 식습관(食習慣), ‘생활습관병’이라고 불러야 옳을 성인병이 나날이 늘어간다. 이런 추세를 감안(勘案)한, 간편한 도구가 새롭게 필요해진 것은 당연하다.

식약청 기준 김치국물 염도는 2퍼센트(%)다. 탕 국 찌개 육수 등 국물 종류는 염도 0.8%를 넘지 않도록 식품 또는 보건 당국은 권장한다. 초등학생 이하 연령(年齡)의 경우는 그보다 더 낮은 0.6%를 기준으로 삼는다. 농진청 짠맛센서는 이 정도 범위의 염도를 한번 담그는 동작으로 측정한다.

된장을 담글 때나 김치를 만들기 위해 배추를 절일 때의 적정 염도는 8~10%이다. 김치 조미액의 염도도 같은 기준에 따른다. 농진청 짠맛센서의 염도 측정범위는 0~2.5%이다. 우리 식탁의 짭짤한 품목인 김치까지만 잴 수 있다. 밥상 수준을 넘지 않는 염도만을 재기 위한 기기인 것이다.

염도는 퍼밀(‰)이란 천분율(千分率) 단위도 있지만, 일반이 이해하지 쉬운 백분율(퍼센트 %)도 쓰인다. 100ml(1리터의 10분의 1) 물에 소금 1그램(g)이 녹아있으면 염도가 1%다. 이 짠맛센서는 0.7%를 기준으로 하여, 이를 넘으면 빨간 빛 경고등이, 그 이하이면 파란불이 깜빡이면서 문자판에는 염도를 0.0% 단위까지 표시해준다.

들고 나가서 음식의 국물마다 담가봤다. 특히 음식점 국물은 거의 모두 빨간불이었다. 간간해야 맛이 있다고들 한다. 이 정도도 안 되면 심심해서 어떻게 먹느냐고도 한다. 뒤통수에 따가운 눈총은 맞았지만 보람은 있었다. 웬만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심각하게 짜게 먹는다는 점을 실감했다. 맨눈으로, 숫자로 본 것이다.

늘 싱겁게 먹겠다고 다짐하는 이 사람도 음식에 따라서는 약간 짜게 먹는 것으로 측정됐다. 함께 식사를 한 사람들도 그런 수치를 보며 새삼스럽게 놀랐다.

어쩌랴! 판단은 스스로의 몫인걸. 짠맛 숫자를 보고도 “나는 식도락(食道樂)은 즐기지만 절대 짜게 먹지는 않아.”하며 고집스레 제 생각을 접지 않는 사람은 드물 터. 경험상, 입맛을 고치거나 바꾸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 농진청의 농업공학 전문가 모창연 박사(왼쪽)와 강석원 박사 팀이 식품 관련 센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강상헌

농진청의 강석원 박사는 “시민들의 입맛도 넓은 의미의 농산물 수확 후 처리 과정으로 파악해 전문적인 센서의 기술을 응용한 간편 센서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아기와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는 젊은 주부들의 문의가 늘고 있어 반갑다고도 했다. 농진청과 개발에 함께 나선 대윤계기가 내놓은 이 제품이 시중에서 7만5천 원 가량에 팔리는 것을 확인했다.

날마다 쓰는 것도, 집집마다 필요한 것도 아니겠다. 다만, 나 또는 우리 집의 음식이 간이 적당한지, 짜다면 얼마나 싱겁게 간을 줄여야 하는지를 실감하는 계기(契機)는 필요하리라 본다. 친척이나 친구들처럼 가깝게 지내는 이들끼리 하나쯤 사서 돌려쓰는 것도 방법이겠다. 음식점이라면 이 센서나 아니면 더 전문적인 염도계가 꼭 필요하겠고.

내 입맛, 어느 정도인지 수치로 살피는 것은 또한 ‘생활의 센스’일 터다. 소금 간 더하지 않은 식품의 재료 맛 자체를 즐기는 것은, 그 ‘센스’를 넘어서는 생명의 지혜이자 도(道)의 경지에 이른 식도락일 터. 누구든 세상의 소금 역할 하려면 먼저 밥상의 소금기부터 빼야 한다. 당장.
언론인 / 시민의 자연 발행인, 한자탑어학원(www.hanjatop.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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