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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거짓말 수사기법을 통해 본 윤창중 '성추행' 사건
 
민경중   기사입력  2013/05/13 [17:14]
최근 청와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주미대사관 인턴여대생 성추행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대통령 공식 순방 중에 공식 수행원이 신분과 직무를 망각하고 대통령 숙소 부근에서 만취한 것도 모자라 인턴 여대생을 성추행한 사실은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사건 발생 40시간만에 노컷뉴스에 보도되기까지 은폐"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같은 사실이 입소문을 타고 워싱턴 교민사회에 퍼지기 시작했고 한국시간으로 지난 9일 오후 CBS노컷뉴스가 워싱턴 교민 B씨가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입수, 발 빠른 취재 끝에 사건발생 40시간 만에 첫 보도가 10일 새벽 0시 30분 "청와대 고위관계자 성추행 의혹으로 급거 귀국"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단독으로 나간 뒤 이 사건이 국내외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올들어 유난히 기업들과 관련된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 많이 터졌습니다. 삼성전자 불산 유출사고, 이마트 노조탄압 폭로, 포스코 에너지 라면상무사건, 롯데백화점 판매원 자살, 남양유업 대리점주 협박판매 사건까지 개별사건 하나하나 큰 이슈였고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한 사건마다 이슈가 확산 될 만하면 계속적으로 다른 사건이 발생해 뉴스의 중심이 바뀌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중에서는 오죽하면 대기업들이 자사 계열사 지원처럼 ‘서로 품앗이로 이슈를 만들어서 돌려 막기 하는 것 아니냐’라는 우스개소리 마저 나오고 있는데요.

"사회 현안 블랙홀처럼 삼킨 진정한 슈퍼甲은 청와대와 윤창중氏라는 풍자 부각"

이 모든 이슈들을 관리감독하고 개선해 나가야할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사건을 발생시켜 ‘진정한 슈퍼甲은 청와대와 윤창중氏’이라는 풍자가 떠돌 정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주미대사관 인턴 여대생 성추행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잇단 거짓말과 관련, 왜 이런 거짓말들을 하는 것인지, 거짓말은 어떻게 간파해야하는 것인지 거짓말의 심리학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술은 마셨지만 성추행은 없었다’는 윤 전 대변인의 첫 해명은 허리냐 엉덩이냐의 논란을 거쳐 돌연 지난 11일 해명기자회견에서 했던 모든 말들이 거짓말임이 13일 아침 현재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귀국직후 받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피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면서 피해 여성이 윤 전 대변인의 숙소로 올라왔을 당시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고 시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사건 발생 당일 술을 마시고 밤 10시에 잤다는 말은 새벽에 여러 차례 만취한 모습으로 사람들 눈에 띈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행적에 의문이 일고 있어 이젠 숨 쉬는 것 빼고는 윤 전 대변인의 말을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와대도 진실 공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어

청와대의 거짓말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남기 홍보수석과 주미대사관, 사정관계자들의 말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습니다.

사건발생 사실조차도 숨겼던 청와대는 당초 박근혜대통령의 미국방문을 마친 뒤 국내에 돌아와 발표하려다 CBS가 노컷뉴스를 통해 11일 0시 30분 사건을 보도하자 한 시간 여 뒤 급히 경질을 발표한 점, 윤 전대변인의 귀국 종용여부, 박대통령에 대한 최초 보고시점 등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성추행 의혹'을 미국 현지경찰에 신고할 당시 피해여성인 인턴직원과 함께 다른 주미 한국문화원 직원도 함께 있었고 주미 대사관 관계자들에게 보고했지만 묵살했다는 얘기마저 나와서 과연 거짓 해명의 끝이 어디인지 진실은 무엇인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왜 고위 공직자들이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요?

최근 미국 CIA에서 거짓말 수사를 하는 베테랑수사관 3명이 ‘거짓말의 심리학’[필립 휴스턴,마이클 플로이드,수잔 카니세로,돈 테넌트 지음 박인균 옮김 추수밭]이라는 책을 써서 화제가 됐습니다.

첫 장에 이런 격언이 나옵니다.

“모든 진실은 막상알고 나면 너무 쉽다. 알기까지가 어려운 것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CIA수사관들이 오랫동안 거짓말탐지 심문을 하면서 몇 가지 방해하는 요소 중에 가장 큰 첫 번째가 “상대방이 거짓말할 리 없다는 믿음‘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인데’, ‘청와대 홍보수석인데’ 라면서 그들의 사회적 지위나 행동 때문에 ‘그럴 리가 없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구조사결과 사람들이 거짓말을 해도 너무 많이 해서 통상 ‘선의의 거짓말’을 포함해 하루 평균 열 번 이상 거짓말을 한다고 합니다.심리학자들은 거짓말을 하는 편이 이롭다는 생각이 들면 누구나 거짓말을 하며 난처한 상황을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 쉽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베테랑 수사관들은 진실은 가려내는 일과 상대를 평가 하는 일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에는 '노골적· 생략· 영향력 거짓말' 등의 세 가지 범주로 분류

거짓말에는 모두 세 가지 범주와 전략이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노골적 거짓말’인데요. 즉 직접적이고 뻔뻔한 거짓말을 일컫습니다. 윤창중씨가 호텔에서 일찍 잠들었다거나 하는 것들은 CC TV나 주변 목격자들에 의해 얼마든지 확인될 수 있는 사안인데 일단 거짓말을 하고 본다는 것이죠.

하긴 자신은 인수위에 절대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이틀 뒤에 여러 가지 궤변으로 인수위 대변인으로 간 것은 이미 이번 성추행 사건에 앞서 노골적 거짓말의 전조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생략에 의한 거짓말’입니다. 이 경우 말을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게 거짓말이 됩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짐도 안 챙기고 한국으로 도주했고 청와대도 이를 묵인 내지는 방조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물의를 빚은 사람들이 잠적하거나 두문불출하는 것도 이에 해당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영향력 있는 거짓말’입니다. 일반적으로 잘 알아채지 못할 만큼 그 힘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인데요. 청와대와 당사자는 막강한 영향력을 배경으로 은폐내지는 축소하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영향력 있는 거짓말’을 깨고 진실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성추행사실을 신고한 주미대사관 인턴여성의 용기와 진실을 알리려는 주변의 노력들, 그리고 이를 기사화한 언론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CIA 수사관 "끔찍한 일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거짓말하는 사람보다는 좋은 모습이 더 많아 희망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너무 기운 빠지는 말씀만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CIA 거짓말 탐지 전문가 필립휴스턴의 독백으로 대신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끔찍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을 접하면서도 계속 거짓말 탐지하는 일을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희는 누군가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위치에 있길 거부합니다. 저희는 거짓말을 탐지하고 진실을 밝혀내려할 뿐이며 판단은 기꺼이 재판 절차에 맡깁니다. 하지만 저희가 이 일을 계속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이 일을 하면서 인간의 나쁜 모습보다는 좋은 모습을 많이, 그것도 훨씬 더 많이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맞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그래도 진실하고 진실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평범하면서도 담대하고 용기 있고 진실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보통의 사람들이 우리사회에 훨씬 더 많이 있기에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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