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0월 12일 고궁박물관에서 행사가 있어서 갔다가 광화문 현판을 살펴보니 맨 눈으로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쫙 갈라져 있었다. 처음에 갈라져서 땜질한 곳이 아니고 모습도 처음처럼 삐뚤빼뚤 갈라진 것이 아니라 이번엔 1자로 다른 곳에 금이 가 있었다. 어떤 분은 8월에 그걸 봤단다. 하루에도 중국과 일본, 국내 관광객이 수 만 명씩 오는데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멀쩡하고 40여년 잘 걸려있던 한글현판을 떼고 수년 동안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들어 단 한자현판이 세 달도 안 되어 갈라져서 지난해 땜질을 했는데 다시 금이 갔다. 문화재청은 지난 4월에 현판을 다시 단다고 공청회까지 했는데 아직까지 아무 말이 없다.'
▲ 다시 금이 간 광화문 현판, 전에 금이 가서 땜질한 곳이 아니고 모습도 다르다 © 이대로 | | 그런데 오늘 10월 12일 고궁박물관에서 시행한 ‘조선어학회 항일투쟁 70돌 기념대회’에 참석한 최광식 문광부장관과 김종택 한글학회 회장, 그리고 여러 한글단체 대표들이 행사 전에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광화문 현판을 새로 만드는 일이 왜 아직 안 되고 있는지 이야기가 있었다. 한글학회 김종택 회장이 최 장관에게 “지난번 4월 공청회에서 한글로 다는 것이 옳다는 판명이 났는데 왜 아직 바꾸지 않습니까?”라고 물으니 최 장관은 “문화재위원들이 결정할 일입니다. 처음 모습대로 복원하자고 해서 그렇게 된 일로 압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남기심 연세대 명예 교수가 “중대한 국가 정책을 문화재위원 몇 사람이 결정할 일도 아니고 미룰 일도 아니다. 옛날엔 학자나 공무원 몇 사람이 결정했지만 지금은 국민 수준이 높아져서 국민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 내가 나가서 광화문 현판을 살펴보니 그렇게 금이 간 것이었다. 그래서 마침 문화재위원실이 고궁박물관 건물에 있기에 그 방에 들어가 위원장과 위원들을 만나고 싶다고 하니 상근이 아니라 아무도 없다고 했다. 그리고 오는 10월 24일에 회의가 있어 그 때나 나올 것이란다. 그래서 그 전에 면담하고 싶다고 신청을 했다.
▲ 한글단체는 지난 수 년 동안 한글로 달라고 건의하고 기자회견과 시위도 수십 번 했다. © 이대로 | | 한글단체는 2005년 멀쩡하게 걸린 한글현판을 뗀다고 할 때부터 반대했다. 그리고 4년 전에 대전에 있는 문화재청까지 찾아가 그 부당함을 알리고 한글로 달아달라고 건의한 일이 있다. 그러나 한자로 달겠다고 해서 광화문 앞에서 수십 차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시위도 했다. 그런데 우리 건의를 무시하고 2010년 광복절에 문화재청은 한자현판을 달았으나 세 달도 안 되어 금이 갔고, 그 현판을 땜질했으나 또 금이 간 것이다. 대한민국 얼굴인 광화문 현판이 그 꼴이나 가슴이 아프고 부끄럽다. 나는 지난 4월17일 문화재청이 주최한 광화문 현판 글씨 공청회에서 한글로 달아야 하는 주장을 발표했다. 나는 “원형복원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지만 원형을 본 사람도 없어 원형 복원은 불가능하니 한글이 태어난 곳이 광화문 안 경복궁이란 것도 알리고, 그 앞길도 세종로이며 세종대왕 동상이 있으니 한글이 더 어울린다. 문화재 창조차원에서, 외국인과 후손을 생각해서 대한민국 얼굴인 경복궁 문패를 한글로 달고 한글을 자랑하고 관광자원으로 만들자. 국민들에게 자긍심도 심어주고 나라발전의 기틀로 삼자.”는 주장을 했고,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 문화재청이 한 국민 여론조사도 한글로 하자는 사람이 많았다.
▲ 한자현판을 달고 세 달도 안 되어 갈라진 현판. © 이대로 | | 이제 두 말할 것이 없다. 당장 한글로 바꿔 달고 한글을 빛내고 힘센 나라를 만들자. 경복궁과 광화문 앞에는 중국 관광객이 날마다 밀려오고 있다. 앞으로는 더 올 것이다. 그들은 우리다운 볼거리를 찾고 있다. 옛날에 우리가 그들 문화의 그늘에 살았으며 그들 한문을 썼다는 것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면 한글을 자랑하고 보여주자. 그 탄생 배경과 정신, 한글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려주고, 오늘날 한글로 나라가 발전한 것을 자랑하고 감동을 주자.
▲ 지난 4월 17일 공청회 때 이대로가 발표한 한글 현판 본보기. 한자보다 아름답다 © 이대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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