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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당의 당권파? 박근혜를 보라!
[정문순 칼럼] 이정희 보단 박근혜에게 관심과 애정이 부족하지 않은가
 
정문순   기사입력  2012/05/22 [10:44]
이 정당은 비상대책위 체제를 겪었습니다. 정상적인 호흡을 멈췄으며 언제 자가호흡을 할지 기약도 없었습니다. 사람 일은, 아니 정치는 앞날을 알 수 없는 거라더니 이 당이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든 건 선거 탓이었습니다. 선거만 아니었다면 이 당의 생리상 아무리 요란한 사고가 터져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냥 굴러갔을 겁니다.

그러나 선거의 영향권 아래서만큼은 제 본디 버릇을 그대로 안고 갈 수가 없었죠. 당이 와르르 붕괴 직전에 내몰렸다는 말도 나온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당이야 나락에 떨어지든 말든 정점의 위치에서 당권을 주무른 자가 있습니다. 아니, 이 사람은 비상 체제의 해결도 자신의 당권 강화에 답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한때 당 대표를 지냈고 당의 아이콘이 돼 버린 이 여성은 수컷들만 바글바글한 한국 정치에서 대중적 지명도를 갖춘 보기 드문 여성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 정당의 색깔이 그렇듯이, 이 여성 역시 광팬과 안티 부대를 함께 거느리고 있습니다. 지지자들로부터는 열화 같은 성원을 받고 있는 반면, 당 안팎의 반대자들로부터는 원성이 집중적으로 꽂히는 과녁이기도 하죠. 어지간한 정치인이라면 남의 미움 받는 걸 꺼리겠지만, 그녀는 반대자의 목소리에는 별로 신경을 안 쓰는 사람이랍니다. 당내 반대자들이 죄다 힘없는 조무래기 수준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무서울 게 없다는 듯이 처신합니다.

당이 비상 발전으로 연명하거나 쑥대밭이 됐던 처지에도 이 여성이 태연하게 버티도록 한 힘이, 무슨 일을 해도 옹호할 준비가 돼 있는 막무가내 마니아들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것 때문인지 그녀 입에서 "내가 잘못했다."라는 말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명색이 국민 혈세를 지원받는 공당에서 민주주의를 찜 쪄 먹는 범죄 행각이 들통나도 자신은 알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책임지겠다는 말은커녕 억울해서 못살겠다는 말이 그 입에서 자주 나옵니다. 따지고 보면 자신도 피해자라는 것입니다. 책임 질 자리에 있는 사람이 피해자 드립을 치며 빠져나가려고 하거나, 제 몸에 묻은 검댕을 남에게 갖다 붙이려고 물귀신 행세를 하니, 역시 정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봅니다.

그녀의 정당은 총선에 즈음하여 당명도 바꾸고 당 상징 색깔도 화사하게 바꾸었습니다. 갈아엎은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국회의원 공천에선 자기 편 사람을 부지런히 심었습니다. 다행히 선거 결과가 좋게 나와서 당내 볼멘소리들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선자 두 사람에 대해서는 끝내 말썽이 일어나더군요. 공천 때부터 뒷말이 많았지만 못 들은 척하고 자기 사람으로 밀어줘서 당선시킨 두 사람. 금배지 달았으니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두 사람을 놔두면 당이 안된다며 쫓아내라는 압박이 심해 체면을 구겨야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당권을 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키운 정당인데 지분을 나눠달라니, 그럴 수는 없습니다. 권력은 힘센 자의 몫일 뿐 함께 나누고 분배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다른 계파가 있는 것이야 어쩔 수 없더라도 이들을 제압하고 완벽하게 당을 제 것으로 전유하는 것만이 대선 순항의 지름길이라고 그녀와 당권파들은 믿습니다.

이렇게 당권파, 당권파 하니까 여러분 머릿속에 생각나는 정당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요즘 신문 1면을 날마다 장식하는 어떤 정당이 떠오릅니까? 그렇다면 틀렸습니다. 언론들이 어떤 정당의 비상사태를 다루느라, 1인 독재 체제를 완성해 가는 다른 어떤 정당의 당권파 행태엔 눈을 감고 있습니다. 당권파가 특정 정당의 전유물이 아닐진대 대접은 두루 공평하고 공정해야 하는 법입니다. 이제라도 어떤 정당의 당권파를 소외시키지 말고 관심과 애정을 후하게 보내는 건 어떨지요?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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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5/22 [10: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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