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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놀이문화 플래쉬몹(flash mob)
'그들'속에 파묻힌 놀이문화? 온라인 넘는 적극적 행동?
 
이종님   기사입력  2003/11/15 [10:28]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는 현존하는 가치, 제도, 신념, 관행들에 순응하는 사고와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 제휴를 하는데, 미디어가 제공하는 오락은 때로 아주 커다란 즐거움을 주면서 이미지와 음향을 이용하여 일상생활을 구조화하고 여가시간을 지배한다. 미디어문화가 도래함에 따라 시간과 공간을 지각하는 질서를 재창조하였고, 현실과 미디어 이미지간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경계의 해체는 개인의 실재감각과 인식에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와 주변의 생활환경,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기정의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 사실은 “사회는 대중매체 안에 포섭되어 있다”고 논의될 정도로 매체확산이 실재를 모방하거나 왜곡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경향은 인터넷이 등장하고 발달한 이후로 더욱 강화되었고 이에 따른 사회구조의 변화역시 더욱 가속도를 지니게 되었다.

▲지난 10월 18일 강남 코엑스몰 플래쉬몹 현장     ©문화사회
모든 정보가 유통되고 확산됨에 따라 개인이 수행해야 할 업무나 개인의 존재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들이 다층화되고 공개화되는 경향이 더욱 강화되었다.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일상생활의 규율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역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유지나 같은 목적을 지향하는 사람들간의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데 관심을 가졌지만 현재는 좀더 특별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을 혹은 사회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다수의 대중들속에서 자신보다는 '그들'속에 파묻혀 놀이문화를 즐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 플래쉬몹(flash mob)이다.

‘플래쉬몹’(flash mob)이란 Flashcrowd(갑자기 접속자가 폭증하는 현상)와 Smartmob(동일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는 집단)의 합성어이다.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이나 e-mail을 이용해 이미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모여 정해진 시간에 주어진 행동을 짧은 시간에 하고 곧바로 흩어지는 것을 말한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불고 이는 플래쉬몹 현상은 국내에서도 몇차례 실시된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빌’이라는 사람이 시작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6월 뉴욕에서 처음 시작된 이래 미국 내 도시로 퍼졌고 이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전의 이와 유사한 모임으로는 일종의 ‘번개’라 불리는 모임이 존재했었지만 플래쉬몹은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존에는 인터넷을 통해 같은 커뮤니티 회원이나 어떤 모임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약속을 정하고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던 것에 비해, 플래쉬몹은 특별히 지향하는 목적이나 의미가 없으며 모인 사람들 역시 서로에 대한 교류나 교감없이 약속장소에서 하기로 한 지시를 따른 후 서로 곧바로 흩어진다는 것이다.

특별히 그 모임을 위해 수행해야 할 의무가 존재하지도 않고 낯선장소에서 낯선사람들과 같은 행동을 한다는 유대감을 잠깐 경험한 후 흩어진다.

플래쉬몹이라는 현상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이유중에는 기발한 아이템을 짧은 시간에 수행한다는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모임을 유지하는 데에는 일정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유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행동수칙을 꼭 지킨다. 둘째, 법에 접촉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셋째, 익명성을 보장한다. 넷째, 아이템 이행시 준수사항을 숙지한다. 다섯째, 행사 이행시 개인의 신상정보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다.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플래쉬몹에 대한 비평은 다양하다. 그저 단순히 즐기기 위한 유희적 행동이라는 주장, 모든 가치를 부정하는 다다이즘이라고 평하기도 하며 사회운동의 최첨단이라는 주장이 언급되기도 한다. 여하튼 이러한 다양한 비평을 뒤로하고라도 수많은 사회적 가치나 의미들로부터 벗어나려는 현대인들의 특성으로 그저 단순한 집단행동이라고 정의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듯하다. 미디어의 발달 그리고 인터넷으로 이어지는 매체의 확장은 현실세계의 시공간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현실속에서 지니던 한계를 벗어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온라인으로 집중되는 생활패턴, 즉 컴퓨터 앞에서 이루어지는 ‘혼자놀기’에서 벗어나려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현상이 잘못 악용된다면 큰 폐혜를 끼치는 집단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아직까지 플래쉬몹을 통한 모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새롭고 기발한 아이템을 제시하고, 아이템을 수행하기 위한 준수사항까지 제시하는 이 새로운 놀이의 ‘발직함’에는 대중속의 익명성을 통한 소극적인 행동이라기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네티즌들의 적극성이 더 부각되는 듯 하다.

* 본문은 본지와 기사제휴 협약을 맺은 문화연대에서 발행한 주간문화정책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culture.jinbo.net/ 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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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1/15 [10: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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