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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발언 파장, MB와 정면 충돌하나
'신공항 계속 추진' 자신에게도 족쇄될 듯
 
김재덕   기사입력  2011/03/31 [21:41]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비판하며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정국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신공항 백지화로 영남권이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도 비판 대열에 합류함에 따라 신공항 갈등 정국이 첨예해지는 것은 물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대립각도 날카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는 31일 대구 달성군에서 열린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 취임식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다"며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아야 우리나라가 예측이 가능한 국가가 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대선 공약 파기에 대해 이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것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 당시에 이어 두 번째다.

박 전 대표는 또 "지금 당장 경제성이 없다지만 미래에는 분명 필요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신공항의 건설을 차기 대선 공약으로 제시할 뜻을 분명히 했다.

◈영남권 분열 차기에 도움 안된다는 판단한 듯

박 전 대표의 이 날 발언은 그가 '신뢰의 정치'를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는 하다.

박 전 대표 스스로도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었고, 지난해 7월에도 영남권 5개 시.도가 이용할 수 있고 대구 국가산업단지가 성공할 수 있는 위치에 국제공항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표로서는 특히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영남권 분열이 차기 대선가도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신공항 백지화 결과가 내년 총선에 반영될 경우 대선 준비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어떤 형태로든 신공항 문제에 대한 공약을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만큼 영남권 분열을 미리 차단한다는 차원에서도 선제 조치가 필요하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 첨예 예상

박 전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여권의 권력구도와 신공항 갈등 정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박 전 대표의 대선공약 파기 비판과 신공항 계속 추진 방침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내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정면 부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이미 영남권 의원들의 탈당 요구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이 대통령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일 수 밖에 없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까지 비판에 나섬에 따라 임기 2년을 남겨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관련해 이 대통령이 1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의 어떤 입장을 밝힐 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이 대통령이 정면 반박에 나설 경우 지난해 8월 이후 유지돼온 두 사람간 화해 기류는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표 스스로에게도 족쇄될 수 있어

하지만 신공항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스스로에게 족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미 두 차례나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내려진 상황에서 신공항을 재추진할 경우 정치논리에 따라 입지를 선정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또 다시 영남권의 갈등을 부추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이 날 입지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제시없이 재추진해야 한다는 입장만 밝힌 것도 자신에게 채워질 족쇄를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해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신공항 문제를 처리해온 정부의 태도가 범죄수준이어서 박 전 대표를 비판하기 조심스럽지만 박 전 대표도 오버한 것"이라며 "오히려 현 정부가 정리해주고 넘어가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한 초선 의원도 "공약이라고 해도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나면 취소할 수 있어야 하는데 박 전 대표도 득표의 함정에 빠져든 것 같다"며 "신공항 갈등 해결의 공은 이제 박 전 대표에게 넘어간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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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3/31 [21:4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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