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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계동이 그 박계동인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시킨 장본인, 이번엔 '강재섭 수표' 폭로
 
김재덕   기사입력  2011/03/30 [00:48]
 
1995년 10월 19일 국회 본회의장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뒤흔들어놓은 진앙지였다. 신한은행 예금 계좌번호 302-38-001672.

이 날 오후 대정부 질문에서 노태우 비자금의 단서가 폭로되고 사흘 뒤인 22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이었던 이현우씨가 검찰에 자진출두해 차명계좌에 입금돼 있는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검찰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검찰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 등 40여 명으로부터 41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밝혀내고 11월 16일 구속 수감했다. 파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의 부정축재는 물론 12.12쿠데타, 5.18 광주학살 사건의 진상 규명 요구가 거세지면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5.18 특별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이전에 '성공한 쿠데타는 기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던 검찰은 이 번에는 수사 착수 한 달만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롯한 11명을 반란수괴 혐의로 구속했다. 헌법재판소도 5.18 특별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두 전직 대통령에게는 군형법상 반란, 내란수괴, 내란목적살인, 상관살해, 뇌물수수 등 10여가지 죄목이 적용됐다.

1997년 4월 17일 최종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는 무기징역과 2,205억원의 추징금이,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15년에 2,628억원의 추징금이 선고됐다.

두 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몰고 온 장본인은 당시 민주당 소속 박계동 의원이었다.

16년이 지난 뒤 그가 다시 수표 사본을 흔들었다. 28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회의장에서다. 하지만 이 번에는 대의명분도 없었고 사실관계도 맞지 않았다.

그는 며칠 전부터 공천 경쟁자인 강재섭 전 대표를 겨냥해 "후보로서 완주하지 못할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다"며 공천헌금설을 폭로할 움직임을 보여 한나라당 안팎이 바짝 긴장했었다.

사실이라면 공천 차원을 넘어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사건이었다.

그가 주장한 요점은 신 모 의원이 2008년 총선 당시 강재섭 당시 대표에게 공천헌금 15억원을 건넨 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박 전 의원이 당 공심위에 제출한 자료는 김 모씨가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오 모씨와 진행한 15억원의 차용거래와 관련한 차용증과 수표 사본으로 두 사람간 거래에서 신 의원이 차주로 돼 있다.

신 의원은 이 거래가 사인간 거래로 자신은 보증인에 불과함을 증명하는 공증 문서를 제출했고 공심위는 공천헌금과 관련없다고 결론내렸다.

신 의원은 CBS와 전화통화에서 "오 모씨의 사업이 파산하자 김 모씨가 지난 2008년에 사무실을 찾아와 돈을 대신 갚으라고 소동을 피운 적이 있었고, 당시 모 시의원이 수표 사본을 복사해 뒀었다"며 "이 시의원이 공천에서 떨어지자 보복을 하기 위한 차원에서 건넨 것으로 보이지만 사인간 거래라는 공정증서가 그에겐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박 전 의원에 대해 후보자격 박탈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박 전 의원이 어떻게 그런 자료를 가지고 공천헌금이라고 주장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가 노태우 비자금을 폭로한 장본인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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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3/30 [00:4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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