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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중독이 빚은 불치의 내상
[김영호 칼럼] 이명박정권 독주와 독선, 이젠 국민 두려워할 줄 알아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0/09/02 [06:46]

이명박 정권의 국정운영방식은 독선이 민심을 뚫고 독주하는 모습이다. 도덕적 흠결을 넘어 탈법-불법으로 얼룩진 인물들로 짜여진 8․8 내각개편 또한 성난 민심을 뿌려치고 질주하려다 역풍을 맞아 좌초한 꼴이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가 그것이다. 청와대가 인사검증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했으나 밀어붙였다니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독선이 아닐 수 없다. 7․28 재보선의 승리가 약이 아닌 독으로 돌아온 셈이다. 승리감에 도취해 마취현상을 빚으니 이런 인물들로 하여금 국정운영의 책임을 맡도록 하겠다는 발상이 나온 것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비리백태의 전시장 같다. 위장전입, 세금탈루, 병역기피, 논문표절, 음주운전, 자녀 이중국적, 부동산 투기 등등…. 여기에다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비리수법도 쏟아졌다. 기업체의 차량후원, 배우자의 허위취업에다 쪽박촌 투기, 수상한 돈 거래까지 말이다. 그들이 불법-탈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지 사과한다는 말로 천박한 법의식을 드러낸다. 공직자의 첫째 덕목이 정직성이건만 거짓말도 예사로 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얼마 전까지 고위공직에 앉아 세도를 부렸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의 인사원칙은 연고주의(cronyism)에 근거한다. 학연-지연-혈연을 넘어 교회, 직장, 선거캠프로 이어진다. 그 동안 인사파동에서 붙은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S라인’(서울시청)이란 불명예스런 딱지가 그것을 말한다. 위장전입, 미등기전매, 토지명의신탁, 농지불법매입, 세금이중공제, 임대소득누락, 외환법위반 등등 온갖 불법적-탈법적 돈벌이 수법이 나왔었다. 여기에 허위경력, 제자논문표절, 논문중복게재까지 한몫 했다. 주변인사만 골라서 발탁하는 ‘회전인사’, ‘보은인사’에 매달리니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 심각한 사실은 이런 인사파동에서 교훈을 얻지 않는다는 점이다. 
 


집권세력은 정치적 반대자-비판자를 용납하지 않는다. 좌파척결을 외치며 적대관계를 설정해서 배척한다. 가치중립적 사안도 이념적으로 재단하고 착색해서 매도하는 매카시 유형의 수법에 함몰된 모습이다. 분단현실에서 지지세력을 규합해 정권재창출을 기도하려는 정략적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시대상황을 외면한 채 외곽세력의 열광에만 도취한다면 그 결과는 파멸적이다. 사상대결은 계층간-이념간-지역간의 대립과 갈등을 더욱 첨예화하여 오히려 정권의 안정기반을 위협한다. 정치란 분열과 대립이 아닌 대화와 설득을 통해 지지기반을 확충하는 행위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똘레랑스(관용)은 로마제국을 건설한 초석이었다. 항복한 적장을 중용하고 적국과 공존하는 그의 융화적 인사정책이 로마를 세계제국으로 키운 것이다. 피정복지의 기술과 무술을 받아들여 제국의 영토를 광활하게 확장했다. 몽고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 전장에서는 잔악한 그였지만 오늘날 표현으로 다문화-다민족-다종교를 존중한 인물이었다. 그가 웅대한 제국을 통치한 배경에는 이민족-이교도를 막료로 등용하는 인사정책이 있다. 그의 관용정책이 피정복 민족의 지식과 재능을 기반으로 문화적 융성을 일구어냈다.

40대 총리 발탁은 20, 30대의 지지기반을 확충하려는 정략적 판단에서 나왔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혁명적 상황이 아닌데 인위적 세대교체가 가능하다고 믿는 자체가 독선이다. 아마 6․2 지방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높아 야당 득표율이 높았다는 데서 착안한 듯하다. 또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을 견제하는 포석일 것이다. 그의 낙마는 하나만 보고 둘을 보지 못한 탓이다. 고령화사회와 맞물린 정보통신기술의 가속적인 발달이 세대간의 정보격차를 더욱 벌여놓는다. 그 까닭에 노령층의 무력감-좌절감이 더욱 커진다. 한나라당에 번진 젊은 총리에 대한 거부감도 같은 맥락이다.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속성수 키우듯이 대선주자로 강제육성하려는 숨은 의도에서 “나는 뭐냐”는 반발이 나온 것이다.

프랑스어의 똘레랑스는 타자의 의견이나 사상 그리고 행동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뜻이다. 그 반대로 앵똘레랑스(불관용)은 타자와의 구별 속에서 자신의 주체를 모든 이념의 중심에 놓는 절대적인 개념이다. 이명박 정권의 독주와 독선이 바로 그것이다. 권력중독에 빠져 감각기능이 마비증상을 일으킨 때문이다. 독선과 독주가 집권 후반기에 불치의 내상(內傷)을 입혀 급속한 권력누수가 예상된다. 더 늦기 전에 국민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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