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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론 7.28 재보선 후 탄력 받을까
친박계 소극적, 민주당도 정략적 의도 의구심
 
김재덕   기사입력  2010/07/17 [20:23]
한나라당의 지도체제 정비를 계기로 개헌론이 18대 국회 후반기에 접어든 정국을 서서히 달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지난 달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국회내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한데 이어 안상수 대표가 지난 15일 취임 일성으로 개헌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 계기가 됐다.

18대 국회 후반기에 개헌론 본격화는 이미 예고된 측면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정치권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개헌을 제안했을 당시 정치권은 18대 국회에서 논의한다는데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그리고 지난 2월 이명박 대통령이 제한적인 개헌론을 제기하고, 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도 국회내 개헌특위 구성과 개헌론 착수 등을 제안하는 등 개헌론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왔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 등 현안에 밀려 개헌론은 제기될때마다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개헌 문제가 후반기 정국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데 대해서도 여야 정치권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손질해야 한다는데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다,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2012년이 개헌에 적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여야 모두 대선과 총선 공천 등의 일정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논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개헌을 하려면 올해 안에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게 개헌론자들의 생각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16일 CBS와 전화통화에서 "6.2 지방선거를 통해 여야간 균형이 잡힌 만큼 이젠 개헌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7.28 재보선 등 주요 정치일정이 끝나면 정치권은 급속히 개헌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정치권의 이같은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개헌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선 한나라당내에서 개헌론에 대한 단일한 입장 정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친박근혜계는 현재 제기되는 개헌론에 대해 친박계를 고립시키려는 정략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친박계는 정권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집권 3년 차에야 개헌론을 제기하고 그것도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기하는 것은 차기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인 박 전 대표를 배제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이날 CBS와 전화통화에서 "대표가 된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당원들의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불쑥 개헌론을 꺼내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비판한 뒤 "자신들한테 유리한 것을 꺼내든다면 국민들이 가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안 대표가 개헌론을 제기한 배경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개헌론을 제기한 방식과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CBS와 전화통화에서 "나도 15대 국회부터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한 사람"이라며 "그러나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안 대표가 불쑥 던진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현재 여권 주류가 제기하는 개헌론에 대해 '권력 사유화 논란', '4대강 사업' 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전화통화에서 "개헌 문제를 논의하려면 먼저 한나라당이 단일안을 만들어와야 할 것"이라며 "그것도 만들지 못한다면 국면전환용이라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개헌논의가 되려면 진정성이 담보돼야 하는데 안 대표의 제안은 국면전환용 성격이라 당장 응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차원이다.

한나라당내 친박계와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에 비춰볼때 개헌론이 당장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28 재보선 이후 개헌론이 다시 제기되더라도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한 각 정파와 차기 대선 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때문에 '개헌이 이미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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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7/17 [20: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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