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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에 대한 관심, 빼빼로 반만이라도…"
11일 '농업인의 날' 쌀 야적 시위하는 농민들
 
박정민   기사입력  2009/11/11 [12:28]

"11월 11일만이라도 정부와 젊은 세대들이 쌀과 농민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요."
 
해마다 특정 과자를 주고 받는 기념일에 묻혀버리는 농업인의 날(11월 11일). 쌀값 대란을 겪고 있는 올해는 농민들의 자괴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강원도 홍천에서 20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허우영씨(47) 역시 예외는 아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불어난 부채때문에 이미 4년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는 허씨는 대화 내내 현실의 답답함을 쏟아냈다.
 
"올해 비료값 등을 포함해 40kg 벼 한가마를 생산하는데 7만원정도가 들었는데 수매가는 많이 받아야 4만 7천원대입니다. 농민들이 빚더미에 앉을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정부 수매와 쌀 대북지원 등 정부 차원의 쌀 소비 대책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장경제에 내몰리고 있는 농가들의 어려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목이다.
 
특히 올해는 쌀 생산량까지 급증해 우려되는 농가피해는 심각성을 더한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런 상황 속에 농촌을 떠나는 농민들도 늘고 있다는게 허씨의 설명이다.
 
"90년대 농민집회에서는 1000만 농민이라고 표현됐지만 이제는 3백만 농민으로 축소된 지 오래입니다. 우리 마을에서만도 43살의 농민이 가장 젊은 사람일 정도로 이미 농업을 포기하고 공사장 인부나 공공근로자로 떠난 농촌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최근 들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민들의 집회와 나락적재 투쟁 등에 대한 애절함도 덧붙였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기도하지만 또 하나는 우리 쌀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쌀 생산량이 넘치니, 남느니'하는 말이 많지만 농가 부채를 농민 개인들의 문제로 방치하다 쌀 농사가 포기됐을 경우 그 다음에 닥칠 문제는 어떻게 정부에서 대처할 지 모르겠네요."
 
식량 주권이 포기됐을 경우 벌어질 문제에 대한 단상이다. 대화를 마친 허씨, 홍천 지역 농민들과 홍천군청 앞 집회장소로 향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자치단체의 벼 경영안정자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자리다.
 
"홍천 군수님, 홍천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농민은 지역경제의 중심입니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대책을 세워 농심을 달래고 위로해 주십시오. 그리고 농협과 지자체와 농민이 힘을 합쳐 중앙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데 함께 해주세요."
 
2009년 11월 11일 농민의 날, 입동이 지난 농촌의 들녘엔 자축의 자리 대신 애절한 외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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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1/11 [12: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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