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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광고, 정부는 되고 환경단체는 안 되나?"
환경운동연합, '4대강 사업 반대' 라디오 광고 심의 보류에 강력 반발
 
이희진   기사입력  2009/10/11 [20:59]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은 환경단체의 라디오 광고에 대해 한국방송협회(회장 이병순 KBS 사장)가 '심의 보류'를 결정하자 해당 환경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11일 환경운동연합은 "한국방송협회가 환경운동연합이 제작한 라디오 광고를 '진실성이 부족하고, 소비자가 오인할 소지가 있다'며 심의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심의 보류는 '한국방송협회 뜻에 따라 광고를 새로 제작하지 않으면 허가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사실상 '방송 불가 판정'"이라고 주장했다.
 
문제의 광고는 20초짜리 두 개로 각각 팔당 유기농단지 농민 최요왕 씨와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교수가 등장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최요왕 씨는 광고에서 "저흰 상수원보호 때문에 화학비료나 농약을 안 씁니다. 근데 4대강 사업으로 유기농단지를 없애고 위락시설을 짓는다는데 그게 강살리기 입니까"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방송협회는 이 광고에 대해 '유기농 단지의 일부를 남기는데 유기농 단지를 없앤다고 하는 것은 과장'이고, '친환경 시설을 위락시설로 표현한 것은 잘못됐다'며 심의를 보류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4대강 사업 마스터 플랜을 통해 '팔당호 주변 농지를 없애고 제방을 쌓아 자전거 도로와 수상 레포츠 시설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달 29일 '팔당호 하천구역 내 경작지가 팔당호 수질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팔당호 주변 농지를 없애려는 정부 정책을 거들었다.
 
하지만, 갖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유기농법을 고수하면서 팔당 지역을 '친환경 유기농의 메카'로 일군 농민들은 "정부가 수질 관리 실패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또 다른 광고에서 김정욱 교수는 "4대강 사업으로 댐을 스무 개나 짓는 다네요. 강이 흐르지 못하고 고이면 물이 더러워지고 우리 식수가 위협받습니다"라고 말한다.
 
방송협회는 이 광고 역시 심의 보류를 결정하면서 "정부계획에는 '보'만 있고 '댐'이 없으니, 댐을 보로 바꾸고 수질 악화도 단정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충분한 수량 확보 등을 위해 강바닥 5.7억㎥를 준설하고 물을 가두는 보를 20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흐르는 물을 보로 막아 정체시키면, 수질은 반드시 악화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보 대신 댐이라는 말을 쓴 이유와 관련해 "댐이란 물의 흐름을 제한하고 관리하기 위해 시내·강, 혹은 강 하구를 가로질러 건설한 방벽을 총칭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 "댐은 법률과 학문에서 쓰이는 일반적 단어인데 비해, 보는 국내 법률에 등장하지도 않고 국제적으로도 통용되지 않는 용어"라고 환경운동연합은 덧붙였다.
 
환경운동연합은 특히 "지금까지 방송협회는 정부가 진행해 온 4대강 사업 광고에 대해서는 라디오 광고는 물론 TV광고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가 '4대강이 죽었다'며 죽은 물고기가 떠 있는 외국 사진을 가져다 쓴 것에 대해서도, 4대강에 댐을 막아 물을 모아두면 흐르는 물에 사는 은어가 돌아올 것처럼 말하는 광고에 대해서도 공익광고라며 심의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결국 방송협회의 본심은 '진실성 부족'이나 '소비자 오인'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4대강 사업 반대 광고를 통제하려는 사전검열일 뿐"이며 "방송협회가 정권의 방패막이로 나선 셈"이라고 비난했다.
 
4대강 반대 광고를 둘러싼 환경단체와 방송협회 간 갈등은 법정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라디오 광고를 위한 모금에 참여한 시민의 생각을 알리기 위해, 환경운동연합은 정권의 뜻을 받든 방송협회와 소송 등을 통해 다툴 수밖에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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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11 [20: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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