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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1∼2개 만들려고 이 난리인가
[김영호 칼럼] 언론권력과 집권세력의 추악한 ‘방송거래’
 
김영호   기사입력  2009/09/17 [14:00]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친서민 중도실용’은 집권초기부터 국민적 저항을 받아온 국정운영 방향을 튼다는 의미를 시사한다. 아직 구체적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며 이것은 적지 않은 국민들이 방향설정의 필요성-타당성에 대해 일단 동의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언론악법’이라는 비판과 반대를 무릅쓰고 국회에서 불법 날치기 처리된 방송법-신문법 개정안을 기정사실화하려고 강공하는 모습을 보면 새로운 방향설정의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이 듣다.

 헌재의 결정을 떠나서 결과적으로 종합편성채널 1∼2개를 만들려고 이 난리를 쳐야 하는지 집권세력의 심각한 반성이 요구된다. 지난 1년 동안의 언론법 파동이 단시일내에 치유가 어려운 사회갈등-분열을 심화시켰다는 점에서 하는 말이다.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헌재의 권위를 무시하는 자세에 대한 비판여론은 또한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비판세력을 적대세력으로 간주한 정치력의 부재는 이 정부가 넘어야 할 정치적 한계다. 

 한나라당의 강경파가 은밀히 마련한 신문법-방송법 개정안은 언론판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만큼 파괴적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국민적 논의 따위는 필요 없다며 밀어붙였다. 언론장악의 의도가 노골적이어서 저지운동은 시민-사회단체를 넘어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으로까지 연대가 확산됐다.
 
▲ 국회 문방위는 지난 12월 이후 언론관계법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좌)과 민주당 전병헌 의원(우), 고흥길 위원장(중앙)>   ©CBS노컷뉴스

 소관 상임위의 법안심사도 거치지 않은 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닦달하더니 기어코 불법 날치기를 단행했다. 한나라당이 연출하는 무법국회를 TV카메라가 지켜보건만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지 재투표, 대리투표를 서슴치 않았다. 이것은 부정투표이다. 한나라당은 내용의 정당성-합리성이 결여된 법안을 절차적 합의성-적법성마저 무시함으로써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부정하는 사태를 낳고 말았다. 

 난장판의 산물인 언론관련법은 결국 헌법재판소의 손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이 재투표와 대리투표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투표행위의 위법성을 다투는 권한쟁의 심판을 신청한 것이다. 입법기관이 헌재로 달려가 법을 만드는 절차에 위법성이 있는지 가려달라고 애걸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날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불이 나케 시행령을 밀어붙였다.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 권위와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행위다. 여기에 방송에 목을 매오던 조-중-동이 맞장구를 치며 서로 종합편성채널은 내 차지라며 난리다. 집권세력과 친여신문이 짜고 언론관련법의 절차적 위법성을 무시하고 기정사실화하려는 형국이다.

 족벌신문이 몸집이 더 큰 MBC나 KBS2를 먹어치우자니 자칫 목에 걸릴까 싶던 모양이다. 뺏자니 큰 싸움을 벌여야 할 판이라 일단 종합편성채널로 방향을 튼 듯하다. 시청자의 80% 가량이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을 통해 TV를 보니 채널만 앞쪽에 배정받으면 영향력이 지상파에 버금간다고 믿는 모양이다.

 족벌신문 뿐만이 아니라 경제신문, 종교신문도 앞 다퉈 종합편성채널을 만들겠다고 야단이다. 조-중-동이 기획단이니 추진위원회 따위를 꾸리고 국민일보도 여기에 가세했다. 매일경제는 방송사 이름까지 공모에 나섰다. 개중에는 이미 사업자로 선정된 듯이 자사보도를 통해 행세하고 있다. 

 신문사는 문화사업이나 부대사업을 해서 돈을 번다. 그런데 제 돈은 거의 들리려고 하지 않는다. 협찬이란 명목으로 이 기업, 저 기업한테 돈을 뜯어서 한다. 돈을 안 주려고 하면 협찬상품이라도 달라고 요구하고 광고를 넣어준다며 홍보물 제작비라도 뜯어서 사업을 벌이는 나쁜 습성을 가졌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돈을 주지 않으면 후환이 생길까 두려워 마지못해 협찬기업으로 이름을 단다. 이렇게 해서 큰 신문사 일수록 큰 사업을 자주 벌여 돈을 더 번다.  

 종합편성채널에서도 똑 같은 짓을 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을 만들려면 3,000억∼4000억원은 들어간다는 것이 방송계의 추산이다. 신문사의 종합편성채널 소유한도는 30%이다. 신문사 간부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 기업마다 찾아다니며 지분참여를 닥달한다. 업종도 대기업, 중소기업도 가리지 않고 말이다. 특히 자본력이 풍부한 KT, SKT 등 통신사를 서로 잡으려고 안간힘이다.

 기업 임원들이 시달리다 못해 신문사 사람 얼굴 마주치기를 피한다고 한다. 설혹 방송에 관심을 가졌더라도 한 신문사를 잡았다가는 다른 신문사들한테 몰매 맞을 판이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신문사한테까지 손을 뻗친다고 한다. 특정신문의 방송이 아니라고 희석하려는 의도이다.

 방송법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20%까지 열어놓았다. 외국자본이 국내법인 설립을 통해 간접투자하면 49%까지 소유가 가능하다. 이 나라에서 생성된 뉴스를 외국자본이 보도-논평을 통해 국가정책과 정치체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미 세계최대의 미국계 미디어 그룹인 AOL-타임워너 계열의 터너브로드 캐스팅 시스템스와 자본제휴를 맺은 관계이다. 국내자본 조달이 어려우면 누가 외국자본에 달려갈지 모를 일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언론권력인 신문사가 대주주인 방송사업은 결코 관심사업일 수 없다. 다매체 시대를 맞아 시청시간이 줄고 있다. 지상파 방송의 광고수입마저 감소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경쟁신문사와의 관계악화가 계열사에 미칠 악영향까지 고려하면 투자매력이 없다. 종편이 2∼3개 생겼을 경우 출혈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초과비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 까닭인지 1∼2개를 허용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던 지상파 DMB의 누적적자가 무려 3,000억원에 달한다. 케이블방송에 참여했던 삼성, 현대, 대우가 일찍이 손들고 철수한 전례도 있다. YTN, 위성방송이 자본금 잠식으로 인해 증자를 통해 생존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잘못 물리면 돈 먹는 수렁으로 빠질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인데 연합뉴스가 보도전문채널에 진출하다며 사업단을 발족시켰다. 연합뉴스는 언론사에 뉴스를 파는 일종의 뉴스도매상이나 수익구조가 취약해 해마다 수백억원씩 정부지원을 받는다. 그 때문에 정부지원의 정당성과 함께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그치지 않는다. 그런데 시청자를 상대로 직접 뉴스를 팔겠다고 나섰으니 관영방송의 탄생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김영삼 정부가 미국의 CNN을 모델로 삼아 연합뉴스를 모태로 하여 YTN을 만들었다. 24시간 뉴스전문채널을 만들어 여론을 조작하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이다. 그런데 YTN이 낮은 시청률로 심한 경영난을 겪다 김대중 정부가 공기업에 지분참여를 요구해 살아났다. 그 YTN도 종편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여기에다 케이블시장의 70%를 차지하는 4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MSO)인 티브로드, CJ헬로비전, HCN, C&M이 컨소시움을 구성해 종편 진출에 나섰다. 친여신문과의 결합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집권세력이 방송을 일자리 생산공장인 양 말하지만 전망이 어둡다. 특혜지원을 강구하는 데서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친여신문 3개사에 모두 허가를 내주면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선택의 폭을 좁히면 탈락신문과의 긴장관계는 필연적이고 이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크다.
 
▲     © CBS노컷뉴스

 한정된 광고재원을 종편에 몰아주는 방안으로 공영방송법을 제시하고 있다. KBS, MBC의 광고수입을 전체수입의 20%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KBS는 TV수신료 인상을 통해 재정난을 풀어주지만 MBC에 대해서는 민영화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심한 저항이 예상된다. 방송광고시장에 경쟁체제인 미디어랩을 도입하면 방송광고공사가 여론다양화 차원에서 종교방송, 지역방송에 배정하는 광고는 없어진다. 결과적으로 종편을 지원하기 위한 광고재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가지나 이론적 기대일 뿐이다. 시청률이 낮으면 광고물량 확보가 용이하지 않고 광고단가 또한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의 관건은 시청률을 높이는 일이다. 유효한 방안으로 채널연번제라는 것이 제시됐다. 12번 이하의 지상파 방송 사이사이에 종편을 끼워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리모콘을 돌리는 시청자의 눈을 끌어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콘텐츠가 없으니 싸구려 외국 프로그램이나 틀 텐데 누가 볼지 모르겠다. 문제는 케이블방송사(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입장에서 12번 이하는 황금채널이라는 점이다. 그 까닭에 돈 잘 버는 홈쇼핑 채널에 배정하며 그 수입이 전체의 30%나 차지한다. 조-중-동 방송을 살리려고 SO의 돈을 뺏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이니 반발이 만만찮을 듯하다. 

 그것도 모자라는지 온갖 정책특혜가 거론되는 모양이다. 지상파 방송은 공공성-공익성이란 가치를 존중하는 취지에서 광고에 관한 규제가 많다. 종합편성채널에는 그것도 없앤다는 소리가 들린다. 광고의 폐해성을 무시한다는 뜻이다. 출혈경쟁이 필연적으로 선정성 경쟁을 유발한 텐데 그 시비 또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아직 구체성은 없지만 각종 조세특혜도 검토하는 것같다. 수입장비에 물리는 관세, 광고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없애는 것인지 또는 법인세를 면제하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종편 전용 드라마 펀드로 돈을 벌어도 세금을 물리지 말라는 말도 있다. 조세 형평성의 논란이 예상된다.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날지 모르지만 집권세력이 얻는 게 있다면 그것은 종합편성채널이다. 처음부터 그 길을 택했더라면 소모적 논란과 정치적 마찰을 덜 일으켰을 것이다. 집권세력이 입은 지난 1년 동안 정치적 손실은 계량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방송도 주식회사 제도도 잘 모르는 세력이 주도했기에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지상파방송 민영화의 꿈을 버렸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처음부터 문제를 그르쳤다. 신문-거대재벌에 대한 지상파방송 허용지분 20%,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 허용지분 49%는 특정자본에게 방송의 독점적 지배권을 주겠다는 뜻이다. 주식회사 정신은 소유분산이다. 은행법의 소유한도 4%를 9%로 늘리는데 30여년간 재벌의 사금고화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이 사실만 알았어도 터무니없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 조-중-동 방송을 만들기 위해 국회도 헌재도 무시하는 사태로 얻는 정치적 이득이 무엇인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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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9/17 [14: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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