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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흘리면 받아쓰고, 여론재판·사상검열 논란
 
조근호   기사입력  2009/06/20 [21:18]
검찰이 MBC PD수첩 제작에 참여했던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을 공개하자 일부 언론이 이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사상검열과 여론재판이라는 지적에 검찰은 사건 이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지난 18일 PD수첩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왜곡방송 의도를 추측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한다"며 김 작가의 이메일 일부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작가는 지난해 6월 7일 한 지인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1년에 한두번쯤 필이 꽂혀서 방송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년에 삼성이, 올해는 광우병이 그랬다"고 썼다.
 
김 작가는 또 이메일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과 지난 총선 결과에 대한 개인적인 실망감을 여과없이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자 다음날 일부 언론은 공개된 김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비중있게 다루며 "검찰이 PD수첩 보도가 순수한 언론 보도가 아닌 정치선동이었음을 증명하는 근거로 김 작가의 이메일을 제시했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이명박에 대한 적개심 하늘 찔러"라는 이메일 내용 중 일부를 1면 머리기사 제목으로 삼아 상세히 보도한 뒤 사설을 통해 PD수첩과 김 작가를 싸잡아 비난했다.
 
중앙일보과 동아일보도 각각 1면과 사회면 등을 통해 김 작가의 이메일 내용을 자세히 다루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편향된 보도를 했을 가능성을 검찰이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도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날 오후 발빠르게 논평을 내고 "제작진이 처음부터 불순한 의도를 갖고 진실을 바꿔치기했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사건의 핵심과는 관계없는 사실을 흘리고 일부 언론이 이를 받아 기사화함으로써 여론재판과 사상검열을 하고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당사자인 김 작가는 "이메일에 들어 있는 생각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내밀한 양심과 사생활의 비밀이고 이는 PD수첩 수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수사검사와 조선일보 대표 등을 고소했다.
 
한국작가협회 이금림 부이사장은 "이메일 검열과 공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작가의 머리 속까지 검열해서 표적수사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법무법인 덕수의 윤천우 변호사는 "김 작가의 이메일 내용은 정치적 신념에 불과하고 사적인 부분일 뿐"이라며 "방송 제작과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작가 개인의 정치적 성향과 PD수첩 방송 내용과는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이 사적인 내용의 이메일을 공개하고 언론은 이를 보도함으로써 직무를 유기하고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찰의 입장은 다르다. 검찰 관계자는 "반드시 김 작가의 성향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김 작가의 성향이 왜곡 방송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소사실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이메일을 공개했다"며 사건과 관계없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같은 내용이 공개될 경우 언론에서 크게 다루어지고 논란이 될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고 밝히는 등 불가피한 공개였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사건과 관련없이 의도적으로 여론재판을 시도한 것인지 아니면 사건 이해를 돕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공개였는지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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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6/20 [21: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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