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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까지 느껴지는 김미화, 윤도현 '교체설'
[하재근 칼럼] '상식 금지된' 21C 대한민국, 상상초월의 판타지로 가나
 
하재근   기사입력  2009/04/10 [11:31]
그야말로 정신이 번쩍 나는 시국이다. 이건 상상초월이다. 상식적인 사람이 예측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어제오늘 숙청자 명단에 김미화 이름이 오르내리는가 싶더니, 라디오 PD 입에서 다음 차례 예상 인사로 손석희 이름이 거론됐다.  

KBS의 윤도현 배제 문제도 불거졌다. 또, 프라임 시간대 뉴스 진행자인 신경민 숙청 문제가 불거져 MBC 기자들이 ‘사상 초유‘의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MBC 라디오 PD들 역시 ‘사상 초유‘의 연가투쟁을 벌였다. 연거푸 이어지는 사상 초유, 가히 상상초월이다.  

이게 뭔가.  

지금은 2009년이다. 1970년대가 아니다. 그리고 여기는 한국이다. 북한이 아니다. 다시 묻고 싶다.  

2009년에 한국에서, 이게 뭐하자는 건가.  

이렇게까지 되리라곤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새 정부 초기에 엄청난 논란을 겪어가며 정부조직개편이 감행됐었다. 그때 한국사회에선 여성부, 통일부, 농촌진흥청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소수가 대통령 권력집중에 따른 권력독주나 방통위에 의한 방송통제를 경고했었다. 하지만 커다란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모두들 생각했던 것이다.  

‘설마~’  

설마 21세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랴. 그러나 설마가 현실이 돼가고 있는 느낌이다. 상식과 양식이 무너지면서 한국이 상상초월의 판타지 공간으로 변태하고 있는 것이다. 
 
김미화같은 무색무취한 연예인에게까지 숙청의 칼날이 닥치다니. 그것이 최종적으로 강행되든 취소되든,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이런 일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이미 판타지의 세계로 진입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표다.  

윤도현도 그렇다. 그는 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시민의 불과하다. 좌파니 뭐니 하는 이념지향성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다. 소박하게 민주주의에 찬성하는 정도일 뿐인 것이다. 좌파가 전멸하다시피 한 우파들의 천국 미국인들도 민주주의에는 찬성한다.  

그런 정도의 사람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르내린다는 건, 이곳이 상식이 금지되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는 뜻이다. 상식을 넘어 상상을 초월한 신세계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무섭다.   

어제오늘, 이틀 동안 귀에 들려온 블랙리스트의 이름들. 김미화, 윤도현, 신경민, 그리고 PD가 언급한 손석희까지. 이 이름들에게서 느껴지는 건 ‘공포’다.  

막연한 공포가 아닌 피부에 엄습하는 실감나는 공포. 21세기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공포. 상상을 초월하므로 비현실적이며, 비현실적이어서 더욱 무서운 공포. 
 
찰리 채플린마저 빨갱이로 몰아부친 1950년대의 매카시즘 광기를 미국인들은 아직도 반추하며 후회하고 있다. 아카데미 공로상 시상 때는 모든 시상식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1999년도 아카데미 공로상 시상 때엔 상당수의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수상자를 모욕했다. 이때의 수상자인 엘리아 카잔이 반세기 전에 매카시즘 빨갱이 솎아내기에 동조했었기 때문이다.  

엘리아 카잔은 <워터프론트>, <에덴의 동쪽>을 만들었으며, 말론 브란도,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등의 연기술의 터를 닦은 불멸의 거장이다. 그조차도 매카시즘에 대한 혐오감을 비켜갈 수 없었다. 무려 50년이 지났는데도 헐리우드 영화인들은 결코 잊지도, 용서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어제오늘, 갑자기 그 풍경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거론된 이름만으로 끝일까? 여기서 더 무서운 일들이 벌어질까? 내일이 심연처럼 느껴진다.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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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10 [11: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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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4/10 [18:27] 수정 | 삭제
  • 김미화가 '무색무취한 연예인'이라고 글에서 쓰셨는데, 그 '무색무취한 연예인'이 함량미달이라든가, 임금이 비싸 자사 아나운서로 대체해서 좀 더 양질의 프로를 싼값으로 만들어 본다든가, 광고도 줄어드는 마당에 인력감축 차원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인물로 대체한다든가 하는 방송국의 입장 차원에서 교체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을까요?

    그 '무색무취한 연예인'을 왜 타겟으로 삼아 방송국에서 굳이 교체하려고 할까요?

    그 '무색무취한 연예인' 교체에 왜 '공포'까지 느껴지시는지요?

    암묵적으로 '저 연예인은 우리편'이라는 정서를 가지고 계시는 겁니까?

    방송국에서의 진행자나 출연진 교체나 거부등은 항상 편가르기를 기본적 바탕으로 인식해야 하는건가요?

    지난 5년간 지긋지긋하게 보아왔던 편가르기는 이제 좀 그쳐야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