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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무죄, 노회찬 결국 유죄선고 받다
[하재근 칼럼] ‘X파일’ 관련 고발자인 노회찬이 당하는 것에 무심해선 안돼
 
하재근   기사입력  2009/02/10 [09:37]
설마 정말로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노회찬이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검찰 구형은 ‘징역1년-자격정지1년’이었다. 검찰 구형이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원내진입 혹은 지방선거를 통해 약진하려던 진보신당의 전략이나 정치인 노회찬의 진로엔 큰 타격이 있게 된다. 나라를 발칵 뒤집었던 X파일로 처벌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그것을 밝힌 두 사람(이상호, 노회찬)만 십자가에 매달리게 됐다.  

이런 나라에서 앞으로 누가 국민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진실을 밝히겠는가. 내부고발자들도 엄청난 개인적 피해를 감내하며 살고 있다. 이상호, 노회찬은 내부고발은 아니지만 공익적 고발을 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국가권력이 사실관계는 명확히 밝혀주지 않으면서 고발한 사람들만 핍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거기다가 국민들은 조용하다. 이렇다 하게 분노하거나 저항하는 대중적 흐름도 없다. 국민도 국가권력도 그들에게 냉정한 셈이다. 이런 식이면 도대체 앞으로 또 누가 그같은 일들을 할 수 있단 말인가.  
 
▲ 노회찬 진보신당 공동대표 (자료사진)     © CBS노컷뉴스

고발자들이 핍박당하는 것은 결국 국민의 눈과 귀가 막히는 것과 같다. 그렇게 막힌 눈과 귀로는 오직 민영화된 방송국이 쏟아내는 자극적인 오락물들만 입력될 것이다. 그런 식으로 공공영역이 국민의 시야 밖으로 벗어나면 국가의 민주적 통제도 사라진다. 
 
국가가 국민의 동의에 의해 국민을 위해 움직이지 않고, 몇몇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힘 있는 집단만을 위해 작동한다면 조선시대와 다를 것이 없게 된다. 그 경우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더 이상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아니라 봉건사회의 신민으로 전락한다. 
 
마치 과거의 신민들이 자기 자식들을 일반 서당에 보내고, 사대부 벌열의 자제들은 명문서원에 갔던 것처럼, 앞으로 대한민국 일반 신민은 자식을 일반 학교에 보내고 기득권 벌열의 자제들은 국제중, 자사고에 가게 된다.  

공익 고발자들이 소리 소문 없이 핍박당하는 것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민주공화국으로서의 국체와, 국민과 그 자식들이 앞으로 어떤 사회에서 살게 될 지가 모두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노회찬 측은 항소한다고 한다. 항소는 당연하다. 문제는 국민의 관심이다. 국민을 위해 고발한 사람에게 국민이 무관심하면 앞으로 다시는 국민을 위해 나서는 사람이 없게 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의 이익을 지켜줄 사람이 없게 돼, 국민의 자식들은 결국 조선시대 상민의 자식처럼 자라게 된다. 이미 그렇게 돼가고 있다. 이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하나만 예를 들어 보면.  

귀족들을 위한 교육제도 속에서 자기 자식을 낙오시키지 않으려고 안간힘 쓰는 부모의 심정이 결국 요즘 욕 먹는 민주노총 노조의 비타협적인 투쟁으로 나타난다. 즉 자식 학원비를 대기 위해 춘투를 하고, 파업으로 번 돈으로 자식 영어교습비, 특목고-자사고 준비자금을 댄다.  

교육비·사교육비의 상승정도와 투쟁의 강도는 비례한다. 이런 식으로 투쟁이 강화되면 민주노총과 여타 국민 사이에 골이 깊어져 국민통합이 와해된다. 또 기업경쟁력이 약화되고 경제환경이 악화된다. 그리하여 국가가 쇠락해진다.  

국민이 신경 쓰지 않는 사이에 국가정책이 멋대로 교육제도를 부자를 위한 비평준화입시경쟁체제로 바꿔갔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것은 국가정책이 힘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만 수립될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극히 작은 예에 불과하다. OECD 최저수준인 복지재정 비율도 그런 예라고 할 수 있겠다. 2008년 전까지 거시지표는 호황이었는데 일반국민은 민생파탄이었다. 한국사회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강자들에게만 이익이 집중되는 체제라는 뜻이다. 고발자들이 사라지면 이것이 더 강화될 것이다.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X파일’ 관련 고발자인 노회찬이 당하는 것에 무심해선 안 된다. 그것은 국민이 자기 자신의 이익에 무심한 것과 같다. 그렇게 무심한 국민에게 누가 자기를 희생해가며 이바지하겠는가.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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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2/10 [09:3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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