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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식 처방으론 금융위기 해결못해
[홍헌호의 경제진단] 복지재정지출이 SOC 건설투자보다 훨씬 더 효율적
 
홍헌호   기사입력  2008/10/20 [13:36]
최근 전세계적인 금융공황에 직면하여 각국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케인즈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 30여년 간 전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미국식 신자유주의 신봉자들이 그 초라한 말로를 드러내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케인즈 처방의 유효성이 매우 크다고 하더라도 그의 생각 모두가 다 100% 옳은 것은 아니므로 그를 무분별하게 답습하려는 태도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워낙에 1920년대 후반 대공황이라는 사건이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는데 크게 기여한 그의 업적은 결코 경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의 처방 모두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걸리는 것이 너무 많다.
 
케인즈 사상의 근저에는 ‘생산력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정윤형 박사는 그의 저서 “서양경제사상사연구”에서 케인즈에 대한 모리스 돕(M. Dobb)의 비판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는데, 정박사에 의하면 모리스 돕이 케인즈를 비판한 것은 케인즈 사상의 근저에 ‘생산력에 대한 공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케인즈는 정부의 투자지출이 유효수요 창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히 인식했지만, 그 투자가 생산력을 향상시키고 거기에서 오는 추가공급(또는 거기에서 오는 소득증가)이 다시 대공황과 같은 불황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정부의 생산적인 투자를 기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케인즈는 낭비적인 공채(公債)지출, 피라밋 건축, 지진, 전쟁 등이 불황 타개에 아주 유효하다고 말하고 다음과 같은 극단적인 예를 들었다.
 
“가령 재무부가 낡은 항아리에 은행권을 가득 채워 그것을 버려진 탄갱 속 적당히 깊은  곳에 놓은 다음에 갱도를 지면에 이르기까지 도시의 쓰레기로 묻어버린 후...사기업으로 하여금 자유로이 그 은행권을 파가게 한다면 더 이상 실업이 존재할 이유가 없고..”--케인즈(1936),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29p.
 
케인즈는 왜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한 것일까. 모리스 돕에 의하면 그가 당시의 상황을 해결할 불가피한 대안으로 ‘생산물의 증가를 수반하지 않는 낭비적 투자, 즉 비생산적인 투자’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 19일 열린 국제금융시장 불안 극복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강만수 장관이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와 전광우 금융위원장과 함께 악수를 하고 있다.     © CBS노컷뉴스

모리스 돕 등의 케인즈 비판이 어느 정도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케인즈 지지자들 사이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레이거노믹스에 대한 맹신만큼이나 케인즈에 대한 맹신 또한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를 차용하는데 있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경제관료들의 지나친 건설업 사랑, 치명적인 함정에 빠질 수 있어
 
레이거노믹스 등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크게 경도된 우리나라 경제관료들도 건설투자에 관해서만큼은 얼굴을 180도 바꾸고 건설업의 생산유발 효과가 크다느니 고용유발효과가 크다느니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런 주장들은 건설투자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의 결과물일 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7년 국민계정을 보면 주택건설투자액은 47조 5876억원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2007년 주택건설 실적을 보면 우리나라 건설사 등은 2007년에 전국적으로 55만 5792호의 주택을 건설하겠다며 건축허가를 얻어갔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 아파트는 47만 6462호이다
 
이 두 기관의 통계수치를 살펴 보면 전국적으로 주택건설투자액은 47.6조원이고 건설되는 주택은 55.6만호이므로 주택 1호당 건설투자액은 1억원 이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정부,기업,가계 등이 건설사로부터 평균적으로 1억원 정도에 주택을 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민계정에서 건설투자액이란 정부,기업,가계 등이 건설사로부터 사들이는 건축물과 토목물의 매입액 총액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주택 1호당 건설투자액이 1억원 이하라는 사실에 대하여 경제분석 관련 일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은 매우 의아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해설서의 설명을 들여다 보면 그런 의문은 쉽게 해소된다. 한국은행이 주택건설투자액을 이렇게 작게 잡은 것은 그들이 건설투자액을 산출할 때 토지매입액을 빼고 나머지만을 건설투자액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것을 학자들은 기성액이라 부른다).
 
문제는 우리나라 경제관료들 대부분이 이런 건설투자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건설투자의 경제적 효과를 실제보다 1.5배~2배 침소봉대하며 건설투자 예찬론을 펴기도 한다.
 
경제관료들의 오류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예를 하나더 들어 보기로 하자. MB정부가 21조원을 감세하지 않고 A,B,C 집단에 각각 7조원씩 나누어 주어 A에게는 전액 소비를, B에게는 전액 건설투자를, C에게는 전액 설비투자를 하도록 유도한다고 하자. 이 때 이 정책의 경제적 효과는 각각의 경우에 어떻게 나타날까.
 
A집단의 경우에는 대부분 소비재와 서비스를 구입해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을 촉진시킬 것이다. C집단의 경우에는 기계류,운수장비 등을 사들여서 역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을 촉진시킬 것이다. 반면 B그룹은 7조원의 30~50%를 토지구입비용에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대한 생산유발효과는 A,B에 비하여 30~50% 낮게 나타나게 된다.
 
물론 토목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로건설의 경우 토지매입가격은 건설투자에도, GDP에도 전혀 잡히지 않는다. 소비지출과 설비투자의 경우 그것의 100%가 GDP로 잡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이런 3자 간의 큰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관료들처럼 소비와 건설투자, 설비투자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심각한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다. 다시 반복하지만 정부가 세 부문에 동일하게 7조원을 자원 배분할 경우 그것의 경제적 효과는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공식 임명했다.     ©청와대

감세정책 철회하고 무분별한 건설투자 자제해야
 
그렇다면 지금 정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바람직한 정책방향은 어떠한 것인가.
 
첫째, 감세정책은 무조건 철회해야 한다.

최근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국회 예결위 위원장)은 종부세와 상속세 감세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도 국제경쟁력을 고려하여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는데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 또한 역효과가 크기 때문에 철회해야 할 것이다.
 
법인세 인하의 경우 그것이 70%이상 투자로 이어지거나 큰 폭으로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발시킬 경우에만 유효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전무하다. 부유층 소득세 인하의 경우에도 부유층의 소비성향이 저소득층보다 낮은 상황에서는 그 효과는 부정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둘째, 동일한 재정투자라 하더라도 복지재정지출이 SOC 건설투자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므로 후자의 확대를 위해서 전자를 축소하는 것은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예를 들어 7조원을 저소득층과 중간층에게 배분할 경우 그들은 수령액 중에서 평균적으로 각각 100%, 85%씩 소비한다. 그리고 이들의 소비는 제조업,서비스업의 매출을 즉각적으로 6~7조원 증가시키고 6~7조원의 매출액은 다시 빠르게 여타 산업의 생산을 유발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
 
반대로 정부가 7조원을 건설투자로 지출한 경우, 그것의 30~50%, 즉 2~3.5조원은 토지매입액으로 지불되고 이것은 경제성장에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한다. 토지를 매도한 사람들이 2~3.5조원을 바로 소비에 지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건설투자액 중 3.5~5조원만이 여타 산업의 생산을 유발하게 되므로 그것의 경제적 효과는 복지재정지출정책에 비하여 크게 반감되는 것이다.
 
고통분담 없는 위기해결? 무능한 자들의 과욕일 뿐
 
강만수 장관은 최근에 “대담한 감세정책과 재정지출확대정책”으로 경기침체를 막고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1990년대 거품붕괴의 위기에서 북유럽이 모색했던 대안은 그런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었다. 90년대 북유럽 선진국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하여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했다. 그리고 그것은 각각의 경제주체들이 모두모두 한발씩 양보하면서 가능한 것이었다.
 
 최근 MB정부 관료들은 저소득 서민층들에게 돌아가야 할 복지재정을 줄이고 부유층들에게 20조원이나 몰아주면서 국민들의 ‘협조와 화합’을 요구하고 있다. 정말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몰염치한 행태를 보이면서도 그들은 그들이 믿는 신 앞에서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들이 믿는 신이 어떤 신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믿는 신은 그렇게 몰염치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그렇게 멍청한 신은 아니다.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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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0/20 [13: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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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2008/10/20 [15:27] 수정 | 삭제
  • 옳은 말씀.
    복지재정지출확대로 현난국을 타개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soc에 대한 과다한 투자는
    매몰비용(sunk cost)의 과다한 증가로
    통계상 GDP상승엔 효과적이겠으나
    단기간 투자회수가 불가하므로 재정적자를 고착화할 우려가 있음.
    이 부분에서 케인즈주의가 신자유주의에 밀린 것이라고 봄.
    그래서 유효수요창출을 삽질이 아닌 보다 부가가치가 큰 업종으로
    전환하는 것이 앞으로의 큰 과제.
    일례로 멀쩡한 도로 다시 허물고 건설할 비용을
    일용직에 근무하는 다수 국민들이
    건강보험에서 전국민이 필수적으로 받게 되어있는 건강검진을
    근무시간에 구애받지않고 받을 수 있게끔
    건강검진지정병원이 연중무휴 24시간 운용할 수 있도록
    투자한다면 그것이 국민경제전체에 긍정적으로 미치는 효과가 더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