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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장관, 경제 ‘개념’이 있기나 하나
[진단] 국가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은 종부세가 아니라 강만수 자체
 
홍헌호   기사입력  2008/07/28 [19:20]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국회 민생특위에 참석해 "(종부세는) 국민에게 고통도 주지만 국가 권위를 훼손시키는 역할을 한다.”면서 "조세정책은 조세정책대로 소득재분배 등 고유한 기능이 있는데 (부동산투기 억제로 활용되면) 이 기능이 훼손된다"고 말했다 한다.
 
강장관은 너무 오랜 기간 경제학 교과서를 보지 않아서 기본개념까지 다 잊어 버린 것이 아닐까. 경제학 교과서는 분명히 이렇게 이야기한다. 인플레이션 자체가 실물자산을 가지지 못한 자로부터 그것을 가진 자로 부를 강제로 이전시킨다고.
 
부동산 가격상승 또한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부동산을 가지지 못한 자로부터 이것을 가진 자로 부를 강제로 이전시킨다. 따라서 이를 ‘역진적인 소득재분배’라 부르는 것이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안정정책은 부동산을 가지지 못한 자로부터 이것을 가진 자로 부가 강제로 재분배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강장관은 엉뚱하게도 부동산 가격안정정책 중 하나인 종부세 정책이 소득재분배 기능에 역행한다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말도 안되는 말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해대는 분을 경제수장으로 두고 있는 것 자체가 국가적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지수는 매우 높은 상태.
 
부동산정책 전문가들 사이에 아주 중요하게 쓰이는 분석도구로 PIR이라는 것이 있다. PIR이란 ‘가구평균 연소득 대비 주택평균가격 비율’을 말하는데 이 수치는 보통 주택을 구입하고자 하는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지수를 나타낸다.
 
서울의 아파트 PIR이 13배라고 하면 무주택자들이 매년 연소득 전부를 13년간 저축해야 겨우 평균규모의 아파트 1호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이들이 매년 연소득의 1/3을 저축하고 있다면, 겨우 평균규모의 아파트 1호를 구입하기 위하여 39년간을 저축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라마다 주택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비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PIR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무주택서민들의 고통지수가 매우 높다는 이야기다. 2007년 한국경제신문의 한상춘 논설위원은 자사 신문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가처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아일랜드 스페인 남아공 영국 한국 등의 순으로 높게 나온다.”- 한국경제신문 2007년 2월 4일자.
 
삼성금융연구소도 2007년 1월 보고서를 통해 2006년 9월 말 현재 서울(아파트 기준)의 가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3배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11.2배, 호주 시드니 8.5배, 뉴욕 7.9배, 영국 런던 6.9배보다 훨씬 높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정부가 무주택서민들의 고통지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대표적인 3대 부동산 정책으로는 크게 ▲ 조세정책- 보유세,양도세 강화 등을 통한 매수세 냉각정책 ▲ 금융정책- 대출규제를 통한 매수세 냉각정책 ▲ 수급조절정책- 분양가상한제 등을 통한 매수세 냉각정책 등이 있다.
 
정부가 만약에 이 세 가지 정책을 적절히 배합하여 부동산 가격안정에 성공한다면 서민들이 주택마련을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기간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서민들의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은 크게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서 가처분소득이란 총소득에서 조세와 대출이자들을 제외한 나머지를 말하는데 서민들은 보통 내집 마련을 위한 저축 또한 대출이자와 유사한 비소비지출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즉 부동산 가격안정정책은 그 자체가 서민들의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득재분배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주택가격상승보다 가격안정의 경제적 효과가 훨씬 더 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바라는 사람들은 주택 가격상승으로 인한 ‘부(富)의 효과’가 상당히 크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것이다. 특히나 1세대 1주택자에게 그런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1주택을 팔면 동시에 유사한 시장 상황에서 1주택을 새로 사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택가격 상승은 무주택자의 고통지수를 높여 놓고 이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야할 시간을 늘려 놓기 때문에 오히려 서민층의 소비를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
 
싱가포르의 사례는 주택 가격상승으로 인한 “부(富)의 효과”보다 주택가격안정으로 인한 경제적효과가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이다.
 
전세계의 수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싱가포르의 서민층 주거비 안정이 ‘부(富)의 효과’ 창출 기회를 줄여서 소비촉진과 경제성장을 저해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저소득층의 고통지수를 낮추고 경제전반에 소비촉진과 물가안정, 임금 안정을 가져와 오히려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례를 보더라도 2000년대 주택 가격상승이 ‘부(富)의 효과’를 유발했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대신 과도한 주택 가격상승은 무주택자의 고통지수를 높여 놓았고 서민유주택자에게는 대출이자 급증이라는 부담을 안겨주었다.
 
요컨대 위에서 거론한 3대 부동산정책은 싱가포르 사례에서 보듯이 빈자에게서 부자들에게 부가 강제로 이전되는 것을 막고 서민들의 과중한 부담을 줄여 주며 이들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어 소비촉진과 경제성장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강장관의 강남부유층 고령층 과보호는 지나치게 편파적
 
강장관이 “종부세가 소득재분배에 역행”한다고 운운한 것은 아마도 종부세 대상자 중에 은퇴한 고령층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언행은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이다.
 
국민은행 통계에 의하면 서울의 경우 동일한 규모의 강남아파트과 강북아파트의 평균가격은 3배 정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강남에 거주하는 고령층들이 종부세를 회피하고자 한다면 강남 소재 아파트를 처분하고 강북에 가서 동일한 규모주택을 싸게 사서 살면서 나머지 돈으로 노후를 즐기면 된다.
 
예를 들어 시가 10억원의 강남아파트를 가진 고령자의 경우 이를 처분하고 강북에 가서 동일한 규모주택을 3~4억원에 사서 살면서 나머지 돈 6~7억원으로 노후를 즐기면 된다. 6억원이면 이 금액을 은행에 맡겨 매년 5% 금리로 이자만 받는다 하더라도 연간 30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사망한 경우 6억이라는 원금은 그대로 남아 후손에게 상속된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분들까지 불쌍히 여겨 종부세를 감면해 주겠다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불쌍하게 생각해야 하는 사람들은 강남의 이런 부유층 고령층들이 아니라 무능한 정부로 인해 소득의 상당부분을 십수 년 이상 저축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생하는 사람들이다.
 
강장관은 냉철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도대체 정부가 어느 쪽 고통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가. 고향같지도 않은 고향 타령하면서 “강북은 싫어 강남이 좋아”라는 늘어진 테이프같은 소리나 하는 강남부유층 고령층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하는가. 아니면 선택의 여지없이 2년마다 임대료를 올려 주고 십수 년 이상 허리띠를 졸라 매며 절망하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하는가
* 필자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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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28 [19: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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